[민명기 교육칼럼] 대화에서 진지해지세요 - 시애틀한인로컬교육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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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명기 교육칼럼] 대화에서 진지해지세요 - 시애틀한인로컬교육칼럼

매년 구정 무렵이면, 한국에 계시는 어머님을 뵙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올 해도 연세가 많이 드신 어머님을 뵐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레어 떠나기 전 날 밤잠을 설쳤다. 먼 길 떠나니 아침을 든든히 먹어 두라는 아내의 충언을 잔소리로 치부하며, 정성스레 준비해준 무가당 요거트와 과일 샐러드를 먹는 둥 마는 둥 시늉만 했다. 공항에 도착해 짐을 부치고, 길게 늘어선 대기자들과 씨름한 뒤 시큐리티를 통과하고 국제선 대기실에 도착하니 시장기가 느껴진다. 뭐 이런 깨달음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역시 자기를 사랑하며 위하는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말은 듣는 것이 좋다는 것을 절감한다. 

시장기를 채우려 늘어서서 호객을 하는 듯한 식당들을 둘러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작년에 한국을 방문하는 길에 맛을 본 일본 우동 집이다. 지금은 일식당이 아니라 타이 쪽 음식들이 메뉴에 더 많이 올라있는 음식점이 되었다. 지난번에 그리 만족스레 먹은 기억이 아닌지라 지나쳐 다른 식당들의 메뉴를 살펴보아도 그리 썩 마음에 들지를 않는다. 불현듯, 올 해는 연구소에 일이 있어 동행하지 못하는 아내가 차에서 내리는 길에 봉지에 넣어준 과일 몇 조각이 생각난다. "비행기 타면 곧 음식이 나오니까, 되도록이면 사먹지 말고 과일로 요기를 해요," 지난번 여행 때 같이 먹은 비싸기만 하고 별 맛이 없던 국수를 상기시키며 아내가 한 말이 생각난다. "알았어요" 대답은 넙죽스레 했으나 고등학교 때, 기차역의 우동 판매대에서 잠깐 열차가 선 틈을 이용해 먹던 우동의 맛을 떠올리며 여행과 매식을 자연스레 동일시하는 필자에게는 참으로 실천할 마음이 없는 조언이었었다. 하지만 적절한 음식점이 없는 상황과 더불어 되새겨 보니, 어쩔 도리 없이 맞는 말이다.  

이 되새김은 계속되어 한국을 향한 비행기 속에서 대화와 받아들임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조던 피터슨 교수의 '인생의 12가지 법칙' 중의 아홉 번째 챕터인 “당신이 대화하는 사람에게서 무언가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세요(Assume that the person you are listening to might know something you don’t)”가 떠올랐다. 

뉴욕 타임즈가 “현재 서방 세계에서 가장 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지성”이라고 극찬한 피터슨 교수의 아홉 번째 챕터는 앞선 챕터들과는 달리, 신화나 성서의 영향이라기보다는 그의 임상 심리학자로서의 경험이 전반적인 논점을 이끌고 있다. 그가 자신의 환자들과 나눈 대화의 방식과 내용, 그 결과들에서 나온 결론에 의하면 대화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듣는 것이다. 즉, 대화 속에서 상대의 말, 제스처나 얼굴 표정을 주의 깊게 바라보며 경청하는 것은 당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의 개인적 경험을 존중하는 것이다. 당신은 대화의 상대방이 하는 말들이 그의 인생 속에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조심스럽고 사려 깊으며 진실된 결론에 다다른 말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당신은 말하는 사람이 겪은 것과 같은 수고를 겪음이 없이 공짜로 그 경험을 체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사실 다른 사람의 경험으로부터 간접적으로 배우는 것은 훨씬 빠르고 위험이 덜하지 않은가? 

이렇게 남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것은 또한 자기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생각을 깊이 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당신 자신이 마음속에 만든 당신의 아바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즉, 또 다른 자신과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결정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당신이 대화를 할 때, 말하는 이의 말을 듣고 나서 그 말에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게 되는지, 그 새로운 사실이 어떻게 당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변화시키는지, 어떤 새로운 의문을 갖게 되는 지는 자신(의 아바타)에게 귀 기울이는 것과 같다. 이렇게 생긴 변화와 의문을 말하는 상대에게 직접 말하고 의견을 나누게 되면, 두 대화자는 화제에 대한 새롭고 더 넓은 이해의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듣기와 대화를 통해 당신의 지혜는 당신이 이미 갖고 있었던 지식이 아니라, 최상의 지혜라 할 수 있는 지식을 위한 지속적인 탐구에 이르게 된다.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어구 ‘너 자신을 알라’처럼, 당신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하며 자신이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아니므로 계속해서 진리를 찾으려 노력해야함을 고백하는 마음으로, 당신이 듣고 말하는 대화자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당신에게 말하는 사람에게서 무언가 배울 점이 있다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화에 임하라’고 권고하는 것이다. 당신의 대화 상대가 아내처럼 가까운 사람이든, 길거리에서 마주친 타인이든 그들과의 대화를 진지하게 생각하시라. 불가에서, 부부의 연은 7천겁(1겁, 4억3천2백만 년)이며, 하루를 동행하는 것도 2천겁의 인연이라 하니 말이다. (www.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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