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김의 감성과 지성] Thanksgiving Day, Black Friday, Cyber Monday

엘리엇 김 윤성재단 이사장
영국 왕 헨리 7세가 죽은 후 1509년 그의 둘째 아들 헨리 8세(1491~1547)가 약관 18세의 나이에 20대 왕으로 계승되었습니다. 그는 형 아더가 일찍 사망하여 과부가 된 형수 캐서린과 결혼하였습니다. 토마스 무어 경과 토마스 홀스리 주교에게 아예 정치를 맡겨 놓고 그는 6명의 여인들과 연속적으로 결혼하면서 2명과는 이혼하고 2명은 간통죄 명목으로 참수형에 처했습니다.
대단한 복부 비만증이었던 그는 첫 번째 왕비인 형수였던 캐서린과 부부 간에 불화가 심하여 이혼하고 캐서린의 시녀였던 앤 볼린과 결혼하려 했으나 재혼을 허락하지 않는 가톨릭의 교황청과 단절하고 모든 수도원을 폐쇄시킬 뿐만 아니라 자신이 영국 국교를 세우고 그 수장이 되어 가톨릭을 탄압했습니다.
좀 더 상세히 말한다면, 일설에는 캐서린이 딸 메리 공주 외에 왕자를 낳지 못했기 때문에 앤 볼린과의 관계를 맺었다고 하는 설도 있으며 또 캐서린이 신성 로마제국 황제의 고모였기에 교황에게 압력을 넣어 교황이 허락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었던 정치 외교적인 이유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반대 의견을 폈던 자신의 신하 토마스 무어도 참수로 처형하는 등 영국 절대왕정의 독재 군주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 부인이 된 앤 볼린도 나중에는 참수형에 처해지게 됩니다. 이 일화들은 너무나도 유명하여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였습니다. 헨리 8세는 영국 교회를 로마 카톨릭에서 독립시켜 영국 성공회를 만들고 국교로 선포합니다. 聖公會(Anglican Church, Church of England)의 ‘공’은 보편적(Catholic, 원래 카톨릭이란 단어는 남녀노소, 빈부귀천, 인종, 지역 등 모든 조건이나 차별이 없는 전 인류의 보편적인 종교를 의미함), 공평함을 뜻하는데 이는 ‘거룩하고 보편적인 교회’라는 뜻입니다.
카톨릭과 개신교를 공평하게 대우해서 양측 종교 세력 사이에서 중도 노선을 가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영국 성공회는 카톨릭에서 독립하였지만 카톨릭의 예전 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개신교적 교리를 따릅니다. 성공회가 개신교 교파 중에는 외견상 카톨릭에 가장 가깝게 보이나 종교개혁 시대 이후의 개신교적 교리의 특징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1517년 10월 31일, 독일의 마틴 루터 신부가 로마 카톨릭 교회의 부패를 비판하는 95개 조항의 반박성 논제를 비텐베르크 성당 문에 게시하면서 촉발된 유럽의 종교·지식 사회에서 일어난 종교개혁운동, The Reformation의 영향으로 영국에서도 그 당시 카톨릭의 잘못된 교리 등을 정화, purify 해야 한다는 종교개혁운동이 일어나며 이들을 청교도, Puritan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헨리 8세에 이어 찰스 1세까지 성공회를 지지하며 카톨릭 교리를 유지하자 이에 실망한 지식층의 종교개혁 운동가들인 청교도들은 신천지 아메리카 대륙에 와서 자신들의 종교적·사회적 이상을 실현시키고 싶은 꿈을 안고 영국을 떠날 준비를 합니다. 1620년 9월 6일, 35명의 청교도들과 신대륙에 가고 싶어 하는 이주 희망자 67명, 총 102명이 범선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영국 남서부 플리머스 항을 떠납니다.
이들은 66일간의 항해 끝에 미국에 도착합니다. 이들은 도착한 곳을 영국 플리머스 항과 같은 이름으로 부르며 지금의 뉴잉글랜드 주 플리머스 해안인 이 지역에 정착하게 됩니다. 이들은 그 지역 인디언 원주민들과 친해진 뒤 옥수수와 밀 등의 경작법을 배우고 원주민들이 잡아다 주는 동물들을 먹으며 첫 겨울을 버팁니다. 그러나 그중 절반 정도가 추위와 질병으로 사망합니다. 1621년 11월 마지막 목요일, 이들은 그동안 도움을 주었던 고마운 인디언 추장과 부족민들을 초청하여 첫 번째 추수감사절 파티를 합니다.
이들의 정착 이후 소문을 들은 영국 청교도들이 이곳으로 계속 이주해 오며 뉴잉글랜드 시대가 시작됩니다. 1931년 5월 1일에 완공된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102층인데, 이는 102명의 청교도 이주민을 기념하는 의미로 지어졌습니다. 미합중국 32대 루즈벨트 대통령은 추수감사절을 11월 마지막 목요일에서 11월 넷째 주 목요일로 수정 공포하여 지금까지 지켜져 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땅이 넓어 물류 유통 거리와 시간이 엄청 길기에 각 지역에 산재한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유통업체가 재고를 관리합니다. 한국은 그 반대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일반적으로 재고를 관리하는 편입니다. 국토가 좁고 거리가 짧아 신속한 유통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한국은 고객이 자동차 메이커에서 차를 구입하지만 미국은 자동차 딜러에게 차를 구입합니다. 딜러가 도매로 구입한 차들을 매장에 두고 고객들에게 소매로 파는 것입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유통업체들은 재고 처리의 필요성이 높아집니다. 다음 해로 재고를 넘겨서 창고 보관비용 등을 지출하느니 싸게 팔아서 재고를 비우자는 생각입니다. 차의 경우 해가 바뀌면 연식이 달라져서 가치 하락의 이유도 있습니다. 추수감사절 당일까지 팔리지 못한 재고를 다음 날인 금요일에 할인 판매를 하여 재고 정리 세일을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추수감사절에 연말 보너스가 나오는 직장들이 많습니다.
11월 넷째 주 금요일을 Black Friday라고 이름 붙인 것은 필라델피아 경찰들이라고 합니다. 세일 상품들을 사려고 매장에 모여드는 인파로 교통사고, 폭력, 절도 등 사건·사고들이 급증하는 때가 추수감사절 연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격무에 지친 필라델피아 경찰들이 만든 말이 Black Friday라고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은 백화점에 입점하면 매출의 약 30%~50%를 백화점에 수수료로 지불하는 구조라 할인에 한계가 있지만 미국은 입점 상인들이 대량으로 매입한 재고를 땡처리하는 의미가 강해서 실제로 높은 할인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올해는 11월 28일이 Black Friday입니다.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고 처음 맞는 월요일을 요즈음 Cyber Monday라고 부릅니다. 올해는 12월 1일이 사이버 먼데이입니다. 블랙 프라이데이 때 복잡한 매장에 가지 않은 소비자들은 월요일에 온라인으로 상품 구매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블랙 프라이데이 때까지도 팔지 못한 마지막 재고를 처분하는 날이 사이버 먼데이인 셈입니다. 추수감사절 4일간의 매출보다 사이버 먼데이 하루의 매출이 더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할인율도 좋지만 고객의 상품 구매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도 한 이유라고 합니다. 사이버 먼데이만을 목표로 나오는 할인 상품들도 등장하는 추세입니다. 블랙 프라이데이나 사이버 먼데이를 이용하면 손해를 보는 상품 종류들도 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겨울옷, 보석, 장난감, 운동복 등이라고 합니다. 스마트폰과 장난감은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이 평균적으로 가장 싸며, 장난감은 특히 12월 17일 이후가 1년 중 할인 폭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겨울옷과 운동복은 1월 초순경, 보석은 밸런타인 데이를 앞둔 1월 말이 평균적으로 가장 저렴하다고 합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적용되기 전에 수입한 물품들이 8~9월경에 거의 소진된 상태입니다.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는 관세 부과 이후에 수입한 물품으로 세일을 해야 하는데 예년에 비해 과연 어느 정도의 할인율과 매출이 나올지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물건은 싸서 사는 게 아니라 필요하면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현명합니다. 이러한 세일 기간 중 필요한 물건만 싸게 사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