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영S미술 칼럼] 창의력을 위한 기초 - 시애틀한인로컬미술칼럼
특정한 주제와 관점을 풀어나갈 때, 패턴화 된 공식적 풀이가 있고, 공식을 이용한 응용풀이가 있고, 공식과 패턴의 관계를 이용한 연산풀이가 있으며 공식을 파괴한 돌발적 풀이가 있습니다.
창의력이란 상황과 배경을 해석하고 적당한 풀이를 골라서 생각하는 자신감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주어진 문제나 표현할 대상을 얼마나 이해해서 내가 원하는 구도와 이미지로 완성된 그림을 만들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똑같은 사과를 표현한다 하여도 그 사과의 입체감을 강조하는지, 사과의 표면에 보이는 질감을 강조할지, 잘라진 단면도를 강조할 지 등의 선택 사항들에서 본인에게 필요한 것을 선택해야하는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어떤 학생들은 본인의 선택을 쉽게 결정하면서 본인의 그림의 초점을 잡아갑니다. 또 어떤 학생들은 본인의 선택을 결정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선택의 결정권을 갖고 있어도 힘들어합니다. 사과를 제시해주고 '그냥 똑같이 묘사만 반복적으로 하라'는 식의 미술교육에 익숙한 아이는, 사과를 표현하기 위한 수많은 선택 사항들이 주어진다 하여도 그 사항들이 도움이 되기보다 두려움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사과를 해석하는 다방면의 훈련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대상을 그리는 방법에만 훈련이 되어 있는 사람은 눈앞에 보이는 대상을 측정하려는 자세로 임합니다. 다각도의 접근가능 방법을 경험하고 그 시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가는 것이 창의적 미술교육에 있어서의 기초라고 하고 싶습니다. 선을 연습하고 명암단계를 나누고 화면의 구도를 잡아가는 연습을 하기 이전에 필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하고자 합니다.
특히 아직 중학생도 안 된 아이들은 수시로 관심대상이 바뀌고 그에 따른 반응도 아이마다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어른들이 그런 아이들에게 ‘프레임을 씌워 버린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이 알고 있는 상식 안에서만 그 아이에게 제한을 주게 됩니다.
그림을 배운다는 개념을, ‘눈에 보이는 대상을 보이는 그대로 잘 묘사해내는 기술을 배운다’라는 강박관념? 내지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은 어른들 (교육방식)으로 인해서 아이들은 점점 틀에 박힌 그림을 따라가려고 애쓰게 됩니다.
그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그려서 보여 주는 것입니다. 즉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냥 베끼는 것이 아닙니다. 그림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그리는 것으로, 본인만의 진솔한 표현입니다. 작고 크고 찌그러지고 바르고, 혹은 없는 걸 있게, 있는 걸 없게 등등, 선택하여 그리는 것입니다. 그냥 있는 것을 옮겨 그리는 것을 재현이라 한다면 수많은 요소들 중 꼭 필요한 것만을 선택하여 주관이나 창의성을 가미한 것을 표현이라고 합니다. 그림은 표현되어진 것을 말합니다. 주관적인 사고로 대상을 재해석 하는 것입니다.
‘사실적으로 그리는 기법’ 연습은 이미지 표현을 위한 여러 방법들 중 하나의 활용방식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나이나 성격, 집중력 그리고 자라온 생활방식에 따라 그 아이가 이런 기법훈련을 받아들이는 자세(준비)가 나름대로 다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기법 훈련을 빨리 전수하는 것보다 개개인의 아이가 어떻게 그런 훈련방식을 습득할 수 있는 지에 집중하는 게 전제되어야 하다고 봅니다. 훈련을 강조하기 이전에 아이의 표현력이 자유로운 전제를 만들어주면서 기술 훈련이 조금씩 더해져가야 하겠습니다.
창의력에 대한 한 지인의 정의가 마음속에 그 의미를 다시 새겨보게 해줍니다.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 내려면, 자신만의 관점이 있어야 하고, 자신의 관점을 즐겨야 하고, 새로운 관점을 기꺼이 받아들일 줄 알아야하고, 그렇게 유연한 생각 속에서 항상 외연과 본질의 양면을 보려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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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미술학원장, 권선영씨는 한국 홍대미대와 뉴욕 RIT 미술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파리 등 유럽 생활을 통한 문화 경험과 20년이 넘는 미국 내 학생들 미술지도를 하면서 현실적인 정보력과 미술교육에 주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