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교육칼럼] 이에는 이?, 전염병에는 '사랑의 전염'으로

전문가 칼럼

[민명기교육칼럼] 이에는 이?, 전염병에는 '사랑의 전염'으로

교육계에서 일을 하다 보니, 미국의 교육계가 가끔은 좀 비효율적이고 비민주적이지만 수긍이 가는 정책을 사용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또 다른 경우에는 민주적이지만 너무 이상에 사로잡힌 정책들에 맞닥뜨려 잠깐 마음을 추스르고 곰곰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대학의 입학 사정에 인종과 사회 경제적 배경을 따져 불우한 환경을 극복한 지원자를 우대하며,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는 정책은 전자의 예이다. 또 다른 예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는 중에도 아이들에게 급식을 해 준다는 결정을 시행하는 것은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일이다. 후자의 경우는, 요즘에 가장 첨예한 관심을 끄는 것으로, 학교가 문을 닫는 동안, 온라인 수업을 못하는 이유가 많은 학생들이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사정 때문이라는 것이다. 워싱턴 주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애틀 교육구는 아직까지는 일관되게 위에 언급한 이유와 선생님들이 온라인 교육에 준비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방학 중에 아이들을 대책 없이 놀리고 있다. 이 방학이 정규 방학이라면 따질 일도 없으나 학업이 시행되고 있는 다른 주의 학생들이나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에 비교해 학력이 저하됨은 분명하니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생 수가 뉴욕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으며, 학생 수 53,800여명인 시애틀보다 열 배가 많은 로스앤젤레스 교육구가 최근에 온라인 교육을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접속의 기회를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본 받을 만하다. 우리 시애틀 교육구도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 언제 끝날지 모르게 길어지는 방학 동안에 공부에 뒤쳐지지 않도록 도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방학을 잘 보내기 위해, 위에 언급한 교육계 리더들의 지혜와 고심, 확고한 결정을 뒤따르는 뚝심 있는 일처리 등도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네 보통 사람들도 이 기간을 슬기롭게 지내기 위해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울 필요가 있다. 몸과 마음의 창문을 닫고 집안에만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시간과 환경이 주어질 때마다 간단한 운동을 하던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집 주위를 산책함으로 몸의 근육을 딴딴하게 기르자. 여유를 만들어, 주위의 친구들이나 친척, 아니면 평소에는 시간이 없어 인사도 못 나누던 이웃들에게 활짝 웃으며 인사를 나누자. 멀리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지인들에게 전화 안부라도 묻고, 마음이 끌리면 오랜만에 직접 펜으로 쓴 편지를 드려 보자. 이렇게 나누는 사랑으로 우리 마음의 근육은 단단하고 튼튼해져 더 큰 시련도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염병은 사랑의 전염으로 퇴치하는 것이 최상이 아니겠는가?

더 나아가, 요즘 대학으로부터 합격 편지를 받은 자녀들에게는 진심의 축하를 보내자. 뭐, “당연한 말을 왜?” 하시겠지만 우리 아이가 아닌 남의 아이의 명문 학교 합격을 그리 진심으로 축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하다못해, “남의 슬픔은 클수록 더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지만, 남의 기쁨은 작을수록 더 마음 깊이 축하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반대로, 자신의 일지망 대학에서 불합격을 받은 주위 학생들에게는 진심의 위로와 격려를 보내자.

위로를 어떻게? 합격한 학생들은 오랜 수고를 보상 받았다는 느낌에 환호를 지를 것이고, 불합격이나 대기자명단에 오른 학생들의 경우에는 절망의 나락에 떨어진 기분이리라. 특히 자신이 제1지망으로 지원했던 대학에서 불합격을 받은 학생들이 왜 자신이 이런 결과를 받았는지 수긍할 수 없는 경우에 이 아픔은 더욱 커진다. “아니, 나보다 학교 성적이나 시험 성적이 더 좋지도 않고 과외활동의 경력을 따져도 비교가 안 되는 것 같은 학교 친구는 합격을 했는데, 왜 제가 떨어졌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선생님.” 거의 눈물을 흘리며 따지듯 묻는 학생에게 뭐라 설명을 해야 할지. 이런 경우에는 어떤 설명도 이 아이의 질문에 만족스런 대답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머릿속에서 좋은 답을 찾으려 노력을 한다. “글쎄, 내가 아는 다른 학생의 장단점은 아주 일부이기 때문에 우리가 단정을 지을 수는 없지. 그리고 미국 대학의 입학 사정 방식이 대부분의 경우 통합적/총체적 사정 방식(holistic review, 해당 학생의 사정 가능한 모든 점—학습 능력, 과외활동, 개인적 특징, 가정 형편, 인종, 가족 중에 해당 대학 졸업자 여부 등—을 통합적으로 사정에 고려하는 방식)을 쓰기에 우리가 예상치 못한 점들이 불합격의 요인이 될 수도 있었을 거야.”라고 위로를 한다. 여러분의 위로에 사용할만한 이유들-학교성적(GPA)이나 시험 성적(SAT/ACT) 등처럼 확실하게 비교할 수 있는 것 이외에, 지원자가 예상치 못한 또는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입학 사정의 고려 사항들을 다음 주에 소개할 예정이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www.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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