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칼럼] 아름다운 인연 - 시애틀 한인 문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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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 칼럼] 아름다운 인연 - 시애틀 한인 문학 칼럼

이성수   어느 여름방학 때 영국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부유한 귀족의 아들이 시골 외할머니댁에 놀러 갔습니다. 그 소년은 호숫가에서 혼자 놀다가 호수에 들어가 수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참 신나게 수영을 하는데 갑자기 발에 쥐가 나서 수영은커녕 물에 빠져 죽게 되었습니다. 귀족의 아들은 큰 소리로 “사람 살려 주세요”라고 소리쳤습니다. 사람들이 호숫가에 있었지만 아무도 구해 주지 않았습니다. 마침 호수근처에서 말에게 먹일 꼴을 채취하던 한 농부의 아들 소년이 절박한 소리를 듣고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잔잔한 호수 한 가운데 자기 또래의 아이가 물속에 잠겼다 떠오르며 또 잠기는 등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농부의 아들은 다급하게 옷을 입은 채로 물속에 뛰어들어 죽어가는 귀족 아들의 팔을 붙들고 구출하는데 온힘을 다했습니다. 본능적으로 귀족의 아들은 두 팔로 농부의 아들을 끌어안아 물속으로 가라앉게 하였지만 수영에 능숙한 농부의 아들은 전력을 다해 물 밖으로 끌어내었습니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드리게 한 후 쥐가 나는 발을 주무르고 물을 토하게 하여 살려냈습니다.  죽음에서 살아난 귀족의 아들은 생명을 구해 준 농부의 아들을 생명의 은인(恩人)으로 여기고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외할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외할아버지는 이 고마운 이야기를 친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며칠 후 방학이 끝나 귀족의 아들은 도시로 돌아갔고 둘은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아 갔습니다. 그 다음 해에도 여름방학 때 귀족의 아들은 외갓집에 와 같이 놀곤 했습니다. 어느덧 13살이 된 시골소년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귀족의 아들이 시골 소년에게 물었습니다. “야!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 “난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우리 집은 가난하고 아이들도 열 명이나 있어 집안일을 도와야 해. 그래서 상급학교 진학을 못 할 것 같아“ 귀족의 아들은 가난한 시골소년의 딱한 사정을 듣고 자기의 목숨을 구해 준 친구를 돕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졸랐습니다. 아버지도 아들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인 것을 아는 터라 쾌히 승낙해 주었습니다.  아버지는 그를 런던으로 불러 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하게 해 주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한 보람이 있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일반 학생이 들어가기 힘든 런던 의과대학에 합격해 의학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학비 생활비 등 일체의 경비를 귀족 아들의 아버지가 모두 부담해 주었습니다. 둘은 나이 차가 좀 나지만 다정한 사이로 지냈습니다. 시골 친구는 의과대학에 들어가 의학을 전공하여 교수가 되었고 그 당시 첨단 분야의 포도당 구균이라는 푸른곰팡이를 연구한 끝에 마침내 세계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이라는 기적의 약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고 1945년에 노벨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이 사람이 바로 시골 청년 ’알렉산더 플레밍‘입니다. 한편 귀족의 아들은 정치가로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26세의 어린 나이에 국회의원에 당선 되었습니다. 이가 바로 그 유명한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입니다 그런데 처칠은 나라의 존망이 달린 제1차 대전 중에 폐렴에 걸려 목숨이 위태롭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폐렴(肺炎)은 불치병에 가까운 무서운 질병으로 한번 걸렸다 하면 사형선고를 당한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알렉산더 플레밍”이 만든 ‘페니실린'은 그 무서운 폐렴을 단번에 물리치는 기적의 약이었습니다. 어느 날, 처칠에게서 급한 연락이 왔습니다. 아프리카에서 폐렴에 걸려 생명이 위태롭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플레밍은 곧장 자신이 개발한 페니실린을 비행기로 공수하여 아프리카로 날아갔습니다. 분초를 다투는 상황이었습니다.  플레밍이 처칠을 만났을 때 처칠은 혼수상태에 사경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친구야 내가 왔으니 걱정하지 말아!.” 플레밍은 자신이 개발한 페니실린을 주사해 생명을 구해 주었습니다. 기적의 약 페니실린의 효과는 놀라웠습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헤매던 처칠은 페니실린 주사 한 대로 살아난 것입니다. 몇 초만 비행기가 늦게 도착하였어도 죽었을 것입니다. 살아나 정신이 또랑또랑한 처칠은 . “친구야! 두 번이나 내 목숨을 구해 주어 고맙네." 가까스로 살아난 처칠은 플레밍을 끌어안으며 기뻐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세상에 두 차례나 생명을 구해주는 인연이 또 있을까! 나는 처칠이 페니실린 한 대로 폐렴이 완치된 대목에서 나의 첫 아들이 간난 아기일 때 홍역 후유증으로 급성 폐렴에 걸려 다 죽게 된 것을 페니실린 한 대로 살린 생각이 났습니다.  나의 아들이 갓난아기일 때 홍역을 앓은 것은 60년도 더 되는 옛날입니다. 6.25 전쟁이 끝나기 전 가난 할 때도 홍역은 어김없이 유행했습니다. 홍역으로 인해 어린아이가 많이 죽었기 때문에 돌잔치를 크게 했습니다. 지금은 예방접종 한 번으로 홍역과 여러 질병을 예방하지만 그 당시는 의료기술이 열약하던 때라 홍역후유증으로 폐렴에 사망하는 아이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약이 없어 민간요법에 의지했습니다. 아이가 열이 많아 몸이 펄펄 끓을 때 개울에 가 가재를 잡아 찧어 생즙(汁)을 내어 먹이면 거짓말처럼 열이 내리곤 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 놀던 아들이 갑자기 꼼짝을 못하고 기침을 하고 누워 앓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많으신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이 모습을 보시고 이러다간 아이 잃겠다 싶어 나 보고 빨리 근방에 사는 박 의사를 데리고 오라 하셨습니다. 정식 의사도 아닌 무면허 의사인 박 의사는 동네에서 아쉬운 대로 급할 때 많이 신세를 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급히 가서 의사를 모시고 집에 와 보니 아이는 색색 숨이 거칠고 위독한 상태이었고 아내는 아이를 안고 울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의사 손을 잡고  “의사 선상님 우리 손자 살려 주슈. 홍역 잘 치르고 잘 놀았는 디 갑자기 저렇게 앓네유.” 하고 매달렸습니다. 의사는 급히 페니실린 주사 한 대를 궁둥이에 놓고서  “급성 폐렴인 것 같은 대유. 새로 나온 이 페니실린 주사 한 대 놓았으니 금방 나을 꺼유. 요새 유행하는 이 병 많이 고첬어유.”라고 말하고 떠나갔습니다. 의사가 간지 얼마 안 되어 아이는 숨소리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병도 곧 나았습니다. 너무도 신기하고 참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박 의사가 나의 아들의 생명의 은인인 셈입니다. 귀족의 아들 “윈스턴 처칠”이 어린 시절 시골에서 우연히 알게 된 가난한 농부의 아들을 무시했더라면 시골 소년은 의사가 되어 ’페니실린‘을 만들 수 없었을 테고 처칠은 폐렴으로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 귀족 소년과 시골 소년의 깊은 우정과 의리로 농부의 아들은 의사가 되어 노벨의학상을 받을 수 있었고 귀족 소년은 전쟁 중에 나라를 구하고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어렵게 사는 가난한 사람을 무시하는 교만을 가지 있습니다. 교만한 마음은 반드시 자신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가난한 보잘 것 없는 시골 소년과 부잣집 고관의 아들 사이에 맺은 아름다운 우정은 세계 역사를 바꿔 놓는 큰 계기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구제(救濟)를 좋아하는 자는 풍족하여질 것이요. 남을 윤택하게 하는 자는 자기도 윤택하여 지리라”는 잠언 말씀이 있습니다.  만일 부잣집 소년이 수영 중에 발에 쥐만 나지 않았어도 시골 소년과의 인연은 없었을 것입니다. 여기에는 보이지 않은 하나님의 섭리가 있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역병이 전 세계에 창궐하여 수많은 사람이 죽고 우리에게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컵 속을 유유히 왕래하는 아주 작은 바이러스는 우리 눈으로 볼 수 없으며 죽이는 약도 없습니다, 그저 빨리 백신을 개발하는 일인데 시간이 많이 걸려야 합니다.  이번 유행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염력이 강하여 급속도로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세계적으로 100만 명이고 5만여 명이 사망하였습니다. 만나면 옮기는 병이라 집에만 있어야 하니 참 갑갑합니다. 80여 년 전 처칠이 앓았던 폐렴의 병원균은 박테리아였습니다. 이 박테리아를 죽이는 약인 페니실린을 개발하여 폐렴을 고치듯 바이러스를 단번에 죽이는 기적의 신약을 개발하여 세계인이 고통에서 해방되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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