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 교육칼럼] 고난 주간, 부활절, 그리고 오순절

전문가 칼럼

[민명기 교육칼럼] 고난 주간, 부활절, 그리고 오순절

어제 우리 워싱턴주의 인슬리 주지사와 레익달 교육감이 이번 봄학기를 온라인 수업으로 마무리하고 여름 방학에 들어간다는 충격적인 학사 일정을 발표했다. 평시 같으면, 아마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한 끔찍한 발표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인 고통이 하릴없이 누적되어 가고, 매일 아침 방송에서 쏟아져 나오는 하루와 달리 늘어나는 사망자와 확진자 통계에 머리가 얼얼한 우리네 워싱토니언들은 이 소식도 그러려니 체념하며 받아들인다. 지난 3주간의 휴교를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하루 종일 지내며, 많은 경우 부부도 꼼짝없이 24/7을 함께해야 하는 상황이 이제는 너무 힘들다고 불평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는 듯하다. 평상시에는 언감생심 생각지 못할 충분한 가족 시간 갖기 호사를 누리는 상황이 이제는 가족이 같이 너무 많은 시간을 누리게 되자, 슬슬 부딪치는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자녀와 남편의 뒤치닥거리를 하는 것이 너무 지친다 하신다. 사실 이 상황에서 뭐 그리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리요만은, 온라인 수업은 아이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친구들과의 교우 관계 및 사회생활 교육에 도움이 안 된다며 자못 심각하게 대면 수업의 장점을 주장하신다. 이런 저런 이유로 제발 학교 좀 열었으면 좋겠다고 열변을 토하시다가도, 현 상황의 위중함에 기가 질려 입을 다무신다. 우리네 어머님들 드러내지는 못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멀찍이 서신 채 이웃 아낙에게 그저 입술만 들썩이신다.   이 달갑지 않지만 삼켜 소화해야 하는 시국을 초래한 학사 일정의 변화는 워싱턴 주만의 이상 현상이 아니다. 4월 6일 현재, 미국 전역에서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 휴교 조치는 캔사스주를 필두로 이미 11개의 주가 워싱턴주에 앞서 시작된 바 있다: 앨라배마(3/26), 아리조나(3/30), 캘리포니아(4/1), 조지아(4/5), 인디애나(4/2), 캔자스(3/17), 미시간(4/2), 뉴멕시코(4/3), 오클라호마(3/25), 버몬트(3/26), 버지니아(3/23), 워싱턴(4/6). 대학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공립 초중고교들과는 달리 대학들이 문을 닫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특히 많은 사립대학들은 쓰나미급의 후폭풍을 맞고 있다. 몇 가지만 들어 보면, 학생들이 코로나 발발로 집으로 돌아가면서, 어떤 대학들은 이미 받은 기숙사비와 식비 등의 비용들을 환불해야 하는 큰 짐을 지게 되었다. 또 대학의 운동팀이 잘 나가던 일부 대학들은 운동 경기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막대한 입장료 및 제반 수입이 없어지게 되어 큰 손해를 보게 되었다. 게다가 학교 기금을 투자한 주식 시장의 요동과 폭락으로 상당한 금액을 손해 보게 되었다. 최악의 상황은 이 사태의 여파로 내년 학기에도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고, 정신적 경제적으로 위축된 신입생들의 학비 걱정으로 등록률이 급락할 경우에 대해서는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라고 대학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여기에 그 동안 황금 알을 낳은 거위로 인식되어 온 외국 유학생들의 숫자가 줄어 들 것이 비교적 확실하니 내년 대학들의 경제난은 참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네 이민자 가정의 살림살이도 이 위기 상황을 지나며 곤경을 겪고 있지만, 우리 주위의 다른 대부분의 기관이나 학교, 개인들도 같은 어려움의 시기를 지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마침 이번 주간은 기독교에서 고난 주간으로 지키는 때이다. 예수님께서 금요일에 십자가에 달리시고 일요일에 죽음에서 일어나시는 부활을 기념하는 주간이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행정부와 의료 관계자들은 이번 주가 가장 힘든 주간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예수님이 매와 채찍으로, 피를 흘리며 모독적인 야유를 받으신 그 고난을 우리도 겪고 있는 듯하다.  워싱턴 대학의 의대가 작성한 예상에 의하면 오는 5월말 경에는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의 숫자가 제로에 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물론 지금과 같이 대부분의 워싱토니언들이 집에서 가족과 함께 머물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충실히 지킨다는 전제에서 비롯된 전망이다. 그 예상 시기는 묘하게도 예수님이 부활하신 뒤, 50일이 지나 하늘로 승천하신 날짜와 겹친다. 승천하시며 우리에게 ‘성령 (Holy Spirit)’이라는 우리의 보호자요 조력하시는 영을 선물로 주셨음을 기억하며 그 때쯤에는 이 불확실과 어두움의 시기를 끝내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도하는 주간이다. (www.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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