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 교육칼럼] 작은 학교(Micro-schools)

전문가 칼럼

[민명기 교육칼럼] 작은 학교(Micro-schools)

지난주와 이번 주는 수은주가 70-80도를 넘나들고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어 바야흐로 전국이 부러워하는 시애틀의 여름이 온 것처럼 느껴진다. 기온과 날씨, 주변의 푸른 숲과 각양각색의 꽃들은 크게 예년의 여름과 다르지 않건만, 올 여름 그리고 다가올 가을을 생각하면 왠지 마음이 그리 편하지 않다고들 하신다. 틈만 나면 동네 어구에 있는 운동장으로 자전거를 타고 몰려가 밤늦게까지 농구를 하다간 땀에 젖어 들어오던 아들 녀석이나 틈만 나면 친구들을 불러 들여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수다를 떨던 딸아이가 올 여름은 집에 틀어 박혀 게임기만 붙들고 있다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불만을 표하시는 부모님들이 한, 두 분이 아니다.

여름은 그래도 방학이니, 방학에는 아이들이 노는 것도 (아니, 신체/손가락 단련을 하는 것을) 봐 줄만 하지만, 가을에도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못하고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현실로 다가 오니 걱정이 태산이라고들 하신다. 

지난 22일자 시애틀 타임즈에 의하면, 지난 7월 20일 켄트 교육구를 시작으로, 22일까지 시애틀, 벨뷰, 렌튼, 노스 쇼어 교육구 등이 오는 가을 학기의 수업을 일단 온라인 방식으로 시작하기로 방침을 정해 발표했다. 물론 다음 몇 달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바뀔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겠다는 결정이다. 원래 이 교육구들은 온라인과 대면 수업을 혼합해서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수업을 계획했었는데, 학교 선생님들의 노조가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로 인해 대면 수업을 강력하게 보이코트하고, 최근에 워싱턴 주내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수가 급증하는 상황이 온라인 수업으로 결정을 내리게 된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한 초등학교 선생님은 킹 5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나는 내 제자의 장례식에 참석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라며 대면 수업 불가를 주장할 정도이다. 게다가 요즘 몇 주간은 위싱턴 주내에서 하루 평균 천여 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하며 계속 기록을 경신하니 상황이 극적으로 역전되지 않는 이상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고육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워싱턴 주만의 이야기는 아니고 전국에서 가장 큰 교육구 중의 하나인 캘리포니아의 LA 통합 교육구 등이 가을 학기를 온라인 수업으로 결정해 발표한 바 있는데, 이러한 결정도 교육 노조의 강력한 대면 수업 반대와 급증하는 확진자 숫자가 그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결정은 자녀들의 교육과 부모님들의 시간 활용 등 복잡한 문제들을 야기한다. 먼저, 자녀들의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다. 학교 교육의 많은 목적 중에 중요한 두 가지는 학문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과  선생님의 지도 아래 다른 학생들과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배운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식의 습득 면에서 온라인 교육은 이미 그 한계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봄의 석 달 동안 경험한 온라인 수업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 준비가 덜된 면도 분명 있지만,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는 집중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두 번째 측면인 사회성 교육의 장으로서의 학교 교육면에서도, 온라인 수업은 간단히 생각해도 지극히 제한적이다.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여러 가지 다른 배경의 친구들을 만나 서로의 생활 방식이나 자기와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 등으로부터 다양한 문화/경제/사고방식 등을 배우는 장소가 학교인데, 온라인상에서는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부모님들의 입장에서도 자녀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머무는 경우에, 수업 시간도 물론이지만, 그 이외의 시간에 자녀들을 전적으로 돌봐야 한다. 자녀가 집에 머무니 부모님 중의 한 분도 집에 계셔야 하고, 온라인 수업에 잘 참여하는지, 수업 후에는 점심을 준비해 먹이고, 다시 제 시간에 수업을 듣도록 챙기고, 그 외에 운동 등의 계획도 짜 실천해야 하는 등 부모님들이 가질 수 있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게 되니 두 분이 다 일을 하는 가정의 경우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들이 있는데, 작은 학교(micro school)라는 흐름을 소개한다. 자신의 자녀들과 비슷한 학년의 이웃 아이들과 함께 작은 학교를 만들어 운용하는 것이다. 네댓 명의 아이들이 모여(전문가들은 이 이상의 숫자는 추천하지 않음), 부모님들이나 초빙한 선생님으로부터 공부를 배우고, 참여한 가정의 부모님들이 돌아가며 이들을 감독하면 각 가정이 대면 교육의 이점과 자녀를 돌보는 시간에 덜 매일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이 불확실성의 시기에는 창의적인 사고가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www.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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