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 칼럼] 보고 싶은 천상여자 레이끼(1)

전문가 칼럼

[레지나 칼럼] 보고 싶은 천상여자 레이끼(1)

매주 만나면 무조건 좋은 말을 들려주었다. 

하이 00 오늘은 밝은색 옷을 입어서 더 환해 보이네!

와우! 그 신발 너무 편하겠다 어디서 산 거야? 네가 신으니까 더 멋진 거야!

머리를 자르니까 좀 더 어려 보이는데 그리고 더 멋있게 보여!

추운 날 칠부바지에 가벼운 옷을 입고 왔는데 이렇게 추운 날 짧은 바지 입고도 추위를 안 타니 너의 건강은 대단한가 봐?

어느 날은 00가 미소를 띠며 찾아왔다. 

00야 웃으니까 너의 그 하얀 이들이 더 하얗게 보이네!

웃으니까 눈이 더 예쁘다.

어느 날은 자기가 자기 아파트에 사는 이웃의 짐을 들어주었다고 자랑을 하길래 그래! 그거 대단하다. 그 사람이 참 기뻐했을 거야!

00가 나를 만나러 오기 전에는 나는 미리 머릿속으로 생각을 했었다. 

오늘은 무슨 말로 00에게 좋은 말을 해줄까 하고?

00가 처음 나의 케이스가 되어서 나를 만나러 오거나 내가 00가 사는 그룹홈으로 00를 찾아가서 00를 만나게 되면 00는 아무 표정이 없었다. 

하이 00 잘 있어? 묵묵부답

별일은 없지? 묵묵부답

어떻게 지냈지? 묵묵부답

식사는 한 거야? 묵묵부답

30분에 걸쳐서 00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여도 도대체 입을 떼지를 않았다. 

그러면 나는 혼자서 여러 가지 질문을 해본다.

내가 물어보는 질문에 거의 대답을 하지 않던 00를 어떻게 해야 소통이 될까 고민을 하면서 매주 만나는 일지에는 이렇게 썼다.

Client showed up without emotions, she appeared poor hygiene and groomed, her mood was eurythmic.

고객이 아무런 감정이 없는 모습으로 찾아왔다.

고객의 위생상태는 불결하고 지저분한 상태였다.

그녀의 심리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매주 00의 기록에는 같은 리포트만 기재되고는 하던 어느 날 나는 시간을 내어 좀 더 자세히 00의 인테이크 인터뷰를 읽어보기 시작했다. 

물론 00가 내 고객이 되기 전에도 00의 히스토리에 대해서 미리 열람을 했었지만 워낙에 우리에게 맡겨진 고객의 숫자가 많으니 특별하게 문제를 일의키는 고객들에게는 좀 더 시간이 투자되어 이들의 신변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하는데 별 큰 이벤트가 안 보이는 고객들은 매주의 만남으로 이들과의 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00의 인테이크 기록은 무려 14장이나 되었다. 

14장 안에는 00가 살아온 이야기가 모조리 기록이 되어있었다.

00는 현재 49살이었다.

온두라스 태생이었고 온두라스 내전 때에 남편과 사랑하는 네 아이가 반란군의 총에 죽어갔다. 00만 겨우 살아서 온두라스 피란민들과 섞이어 여기저기 도망을 다니는 동안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지쳐있던 00는 그만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그리고는 총소리가 난무하는 온두라스의 이곳저곳을 미친 사람들의 모습을 하고서는 다니기를 9년째 되던 해에 어찌해서 적십자유엔군에 발견되어서는 2년간 난민촌에서 갈 곳을 기다리다가 부시 정부 때 난민을 받아주는 로터리에 당첨되어 미국으로 오게 되었다. 

아무 연고가 없는 미국으로 온 00는 플로리다로 오게 되었는데 난민들에게 주어지는 9개월간의 사회보장금, 한 달에 877불 정도를 받으며 9개월간은 정부가 마련해준 임대주택에서 살게 되었는데 9개월 후에는 00가 아무런 소식도 없이 그냥 사라져 버리는 바람에 그 이후로는 사실 어디를 떠돌아다녔는지는 자세히 기록이 되어있지를 않았다. 

플로리다에서 살았던 9개월간의 기록을 토대로 00를 알려고 해보니 00가 어릴 적 너무나도 가난하고 배고프게 살아왔었고 그래도 마음씨 좋은 남편을 만나서 아이들을 넷이나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다가 온두라스 내전이 나면서 온 가족이 죽음을 당하고 혼자만이 살아남게 된 00의 정신상태가 기록이 되어있었다.

전쟁통의 망상이 보이고 00는 아직도 전쟁 중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 숨을 죽이고 살다가도 전쟁상태가 현재로 느껴져 무서워 발작을 일으키고 도망을 가기도 하면서 길거리를 전전하다가 적십자군의 초청으로 미국으로 들어와 살기를 시작한 이야기들을 … 

00의 기록을 한 시간이 넘게 자세히 읽어보는데 가슴이 아려왔다. 

그리고 죽은 자기 막내 아이의 시체를 버리질 못하고 14일 동안 그 더운 나라인 온두라스에서 가슴에 품고 다니며 살았던 00의 이야기에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미어지며 눈물이 흘렀다.

00의 기록을 다 읽고 난 후에 나는 스스로 약속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보다도 더 열심히 00를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자라고!

그리고는 매주 내가 그룸홈으로 00를 방문을 가면서 컨퍼런스룸에 들어서는 00에게 칭찬과 부드러운 사랑의 말을 이야기해주기 시작을 했다.

까맣다 못해 새까만 피부를 가진 00가 고개를 푹 수그린 채 내가 기다리고 있는 상담실로 들어오면 나는 가장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로 00를 불렀다. 

하이 레이끼 만나서 반가워!

나를 만나러 와주어서 고마워!

내가 아무리 부드럽게 말을 붙여보아도 레이끼는 말이 없다 고개도 들지 않는다.

나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00를 앞에 두고 약은 제대로 먹고 있는지 

식사는 제대로 한 것인지

그동안 필요한 것은 없는지 등등을 차례로 질문을 해가며 00의 동태를 살펴보는데 00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고 그저 묻는 말에 겨우 예스 노우 뿐이다.

그것도 자기가 대답을 하고 싶을 때에만…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나는 00를 만나며 나의 사랑을 쏟아붓기 시작을 했다.

매달 50여 명의 고객을 4주로 나누어서 만나고 상황을 기록하고 약물 처방을 받게 하는 일을 하는데 그중 중증의 정신질환자들이나 또는 중독자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사용되어지는 시간은 항상 모자랐다.

그런데도 특별히 관심을 더 가지게 되는 고개들이 있는데 그런 고객들에게는 시간이 더 사용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아주 불편한 고객들도 있다.

그런 고객들을 내가 케어하지 못한다면 다른 카운슬러들에게 케이스를 넘기는 게 좋기에 웬만해서는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고객들은 일찌감치 케이스들을 교환한다. 

레바논에서 이곳으로 공부를 하러 왔다가 정신분열증으로 길거리로 나앉은 젊은 남자고객이었는데 레바논에서 고등학교 때에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었는데 이곳에서 학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 제대로 살다가 별안간 정신분열증세를 일으키어 길거리를 헤메다가 킹카운티 아웃리치팀에 발견되어서 우리가 운영하는 그룹홈에 머무르는 30대의 짙은 눈썹을 가진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되면 정말로 멋진 청년인데 조금 이야기를 해보면 제정신이 아닌 게 나타나는 고객이 있다.

이 고객은 내가 자기들이 사는 그룹홈 근처에 나타나면 저만치서 행복한 웃음을 띄우고 어떻게 하면 나에게 잘 보이려고 몸을 빼고는 나에게로 다가온다.

현재는 난민신청상태에서 무료변호사들이 00의 영주권을 신청을 돕고 있는 중인데 우리 사무실에서는 그룹홈을 주선해주고 매일 복용해야 할 망상증세 약을 제공하는 중이며 일주일에 한 번씩 정신 상담을 받는데 00친구 나의 친절함을 오해한 듯 나만 보면 신이 난다..

너는 너무 예쁘다는 둥, 옷 색깔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둥 너를 보고 있으면 행복해진다는 둥.. 

물론 이런 상태가 진전이 되면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나는 프로그램과 상의를 한 후에 다른 남자 카운슬러로 교체를 해버렸는데 내가 자기를 교체해버린 것을 알고는 나만 보면 화를 냈었다.

자기를 버릴 것이냐고! 

나한테 남겠다고..!

물론 나하고 남을 수 없는 게 내가 너무 바빠서 케이스들을 분리한 것이라는 듣기 좋은 말로 00친구를 설득을 시키려는데 듣지를 않으니 그냥 내버려 두고 다른 남자 카운슬러가 담당하도록 했다.

그 이후로 00는 나를 보게 되면 사랑이 미움으로 변했는지 소리를 치고 화를 내고는 하다가 몇 번의 권고를 받고는 잠잠해졌다.

레이끼를 매주 만나며 나는 지치지 않고 이쁜 말 좋은 말로 레이끼에게 얘기를 해주었다..

일찍 와주어서 고마워, 너는 참으로 시간을 잘 지키는구나!

그래 내 얘기를 잘 들어주니 감사해! 

너는 듣는데 소질이 있구나!

언젠가는 우리 사무실 그룹홈 세탁부에서 봉사를 하겠다고 해서 봉사일을 마치고 내게로 왔는데 봉사부를 담당하는 직원의 말이 레이키가 세탁부에서 일을 너무나 깔끔하게 해주어서 자기들이 일하기가 훨씬 쉬웠다고!

레이끼 네가 세탁해놓은 이불들을 많은 사람들이 덮으며 감사해 할 것이라고 하며 말을 해주었는데 그 때에 레이끼의 얼굴에 슬며시 피어나는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이때가 레이끼가 나하고의 만남이 9개월이 되어가던 중이었다. 

레이끼를 처음 만나자마자 나는 레이끼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부 보조금 베네핏을 신청을 하였다. 

이미 난민 혜택은 다 끝났고 이제는 이 미국에서 살아나가려면 정부 보조금과 매디캐어가 있어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레이끼는 아무런 준비서류가 없었다. 

레이끼를 만나면서 2달 되던 해에 나는 레이끼에게 필요한 메디케어 그리고 웰퍼어를 신청하였는데 정신적인 결함이 있는 게 제대로 증명이 되지를 않아 몇 번의 기각을 당하고 다시 신청하고 또다시 신청하고 마지막으로는 우리 사무실 정신과 의사들의 서포트와 그리고 주 정부 정신과 의사들의 진단서까지 첨부하여서 웰페어를 신청한 지가 2년째..

아직도 레이끼는 나이도 아직 젊고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를 않아서 또 웰페어 심사에서 떨어졌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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