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휩싸여 혼란스러운 여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어느새 가을이 눈치 없이 찾아왔다.

흔히들 가을을 탄다며  여름보다 가을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사람도 많다.  아마 황금 같은 햇살이 더 매력적이라 그럴까. 모두들 그저 마음으로나마 여행을 꿈꾼다.

가을은 사색의 계절로 독서를 꼽지만 이미 각종 SNS에 눈을 돌린 지 오래로 책을 접한 지가 이미 오래다.

이제는 아이들한테 책 읽으라는 잔소리를 한다는 것이 민망한 일이  되어버렸다. 책은커녕 어느 누구에게 자필로 쓴 편지 하나 쓰지 못하고 한 해를 넘기는 횟수가 늘어만 간다. 더더욱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책을 접할 시간도 많을 줄 알았는데  결국 아이폰과의 전쟁이다.

시간이 손안에 주어져도  책 한 권 읽는 일이 무슨 벼슬이나 되는 것처럼 반성할 일이다. 

'돈이 생기면 책을 사라'고 옷을 팔아 책을 사라는 유대인들의 교육방침이 문득 생각난다.  목적이 있는 독서가 아닌 생활화된 독서가 몸에 익숙해야 하는 것도 이 시대의 가르쳐야 할 어른의 몫이 아닌가 싶다.  종이를 넘기며 읽는 일체감도 중요한 책과의 스킨쉽이다.

이러한 책고의 스킨쉽도  계절에 상관없이 게을리하지 않는  습관이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폰과 TV의 무게보다 눈꺼풀과 책장의 무게는 천근만근같이 느껴진다.

그러기 위해선 내 자신이 먼저 독서의 계절과 코로나로 주어진 시간을 핑계 삼아 책 한 권을 의무적으로 꺼내어 가을을 보내야 한다.

세계적인 동기부여가 찰스 존스는 지금부터 5년 후에 내 모습은 내가 현재 읽고 있는 책이고,  요즘 나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이들이 누구인지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 간접적인 경험을 터득하게 되고, 좋은 사람을 가까이하면 경험을 넘어서 태도를 배운다는 의미에서라고 한다. 독서를 좋아했던 세종 또한 신하들에게도 독서를 권장해 유능하고 젊은 인재들을 선발하여 집이나 사찰에서 독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휴가를 주는 '사가 독서'를 제도화했다고 한다.

그만큼 책은 마음의 양식임은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실천하기가 어려운 일이 된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과 고립된 지금일수록 처방전은 어쩌면 책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위로가 된다.

코로나 백신과 어떤 의사의 말보다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튼튼한 정서가 있어야 한다.   이번 가을은 슬기로운 거리 두기도 할 겸  '사가 독서'로 혼자만의 마음의 여행을 떠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