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열모 칼럼] 추억의 - 시애틀 한인 문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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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열모 칼럼] 추억의 <서울 올림픽> - 시애틀 한인 문학 칼럼

올해도 어느덧 시원한 9월에 들어섰다. 맑게 갠 가을철이 되면 지난 1988년에 개최된 <서울 올림픽>의 벅찬 감격이 되살아나 그리워진다. 1988년의 9월 17일부터 10월 2일까지 16일 동안 열린 <서울 올림픽>은 지구촌의 축제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크나큰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6.25전쟁의 잿더미에서 일어나 70년대에 산업화에 성공하고, 80년대에 민주화의 기틀을 다지고서 이렇게 세계적인 행사를 치르게 되었다는 믿어지지 않는 현실에 크나큰 자부심을 느꼈던 것이다. 

<서울 올림픽>에는 당시 우리나라와 수교도 없는 무서운 나리였던 소련과 중공까지 참가해 모두 159개국에서 8291명의 선수가 출전해 올림픽의 기록을 갱신했다. 우리나라는 477명의 선수가 출전해 당초의 예상을 뛰어넘어 금메달 1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을 11개를 따서 종합 순위에서 4위를 차지한 놀라운 전적을 올렸다.   

<서울 올림픽> 개최 계획은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하던 1979년 9월 21일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올림픽 유치를 의결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당시 대한체육회 회장으로 있던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올림픽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서 유치활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1982년 독일의 <바덴바덴>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사마란치> 위원장이 “제24회 올림픽 개최지는 Seoul Korea”라고 선언했다. 이렇게 선언하는 자리에서 이제까지 힘겨운 유치 활동하던 정주영 회장을 위시한 유치위원들이 서로 얼싸안고 감격의 환호를 외치며 기뻐하던 장면을 실황 중계하던 TV 화면이 지금도 눈이 서명하게 떠오른다. 

<서울 올림픽>은 이렇게 결정되었으나 당시의 서울은 세계가 우려할 정도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다. 올림픽이 열리는 서울이 38선에서 불과 50km의 거리인데다가 북한이 이 올림픽을 방해하고자 바로 그 전해인 1987년의 11월 29일에 우리 KAL여객기를 인도양 상공에서 폭파시켰으니 공포분위기가 감돌았던 것이다. 이와 같이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열린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니 진실로 기적 같은 일이다.  

<서울 올림픽>이 열린 16일 동안에는 쾌청한 가을날씨가 계속되었고, 시민들은 교통의 혼잡을 피하기 위해 정부가 경정한 차량 2부제를 솔선해서 지켰으니 행사 운영이 원활했다. 심지어 서울과 인천 간의 대중교통에서 설치던 소매치기까지도 외국 손님들에게 나쁜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대회 기간에는 영업(소매치기)을 일시 중단했다는 뒷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시민들의 협조도 적극적이었다. 

<서울 올림픽>의 하이라이트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문화를 세계만방에 유감없이 발표한 개막행사와 폐막행사였다. 개막행사는 9월 17일의 맑게 갠 아침에 관람객이 입추의 여지없이 좌석을 메운 잠실 종합경기장에 손기정 주자(1936년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가 하얀 연기를 뒤로 길게 드리운 성화(聖火)를 높이 치켜들고 입장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 성화를 물려받은 다음 주자 <임춘애>가 경기장 트랙을 한 바퀴 달리고서 성화대에 점화하는 순간에 기적 같은 장면이 연출되었다. 바로 그 찰라, 경기장 상공에 올림픽을 상징하는 무지갯빛 연막을 뒤로 길게 벋은 다섯 대의 제트기 편대가 갑자기 나타나 경기장에서 탄성과 함께 박수갈채가 터졌다.

연이어 운동장 중앙에 설치된 회전무대에서 <코리아나 합창단>이 이번 올림픽의 주제가(主題歌)인 <손에 손 잡고>를 경쾌한 율동에 맞추어 합창하고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궁중의상으로 치장한 수 100명의 고적대가 입장해 장엄한 행진을 선보이고, 연이어 도전과 화합을 상징하는 <고놀이>가 끝나자 흰색의 도복에 검은색 띠를 두른 1000여명의 태권도 전사가 입장했다. 이 태권도 팀은 고막을 찌르는 듯한 강렬한 구령에 맞추어 기본동작을 선보인 다음, 송판 조각이 공중으로 튕겨 오르는 격파동작으로 장내를 압도했다.   

개막식 행사는 이렇게 역동적이며 박력이 넘치는 남성적 면모를 나타낸 반면, 10월 2일 저녁에 열린 폐막행사는 신비스러운 야간조명을 받으면서 진행된 우아하고도 섬세한 여성적인 작품이었다. 특히 끝마무리 무대에서는 <떠나가는 배>라는 주제로 지구촌의 선수들과 작별하는 아쉬움을 달래는 뜻으로 구수한 우리 가락 <뱃노래>에 맞추어 넘실거리는 깃발 행렬이 푸른색 조명을 받으면서 물결치는 장면은 진정 환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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