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칼럼] “아름다운 배웅” - 시애틀한인 소셜칼럼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할 때, 그런 사람을 영원히 보낼 때 우리는 안타깝고 섭섭하며 서글프다. 그러나 인간은 만나면 헤어져야 하는 운명이다. 아무리 사랑하고 그리워도 죽음이 그것을 갈라놓는다. 그리고 그 어느 누구도 죽음을 거부할 수는 없다. 어차피 헤어져야 할 바엔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싶다. 이별이 아름다울 수는 없겠지만 이 세상에서의 삶은 잠깐이고 우리는 영원한 삶을 추구하며 또 그것을 예비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읽은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웅(이별)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가난하게 어머니와 살던 외아들이 서장까지 가고 싶다는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먼 길을 떠난다. 중국의 서장(티벳)은 아주 오지이고 세계의 지붕이라고 할 만큼 지대가 높은 곳이다. 비행기를 탈 돈도 없고 자동차도 없는 아들이었지만 어머니의 소원을 포기하지 않고 실천하기로 마음 먹고 긴 여행을 시작했다.
7순의 아들은 세발자전거에 수레를 매달고 어머니가 편히 앉아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도록 사방에 창문을 냈다. 평생 자신만을 위해 희생해 온 어머니를 위해서 아들은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길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중간에 어머니가 병이 들어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하고 노숙을 하기도 했다. 때로는 냇가에서 빨래하면서 아들과 어머니가 함께 한 900일 간의 소풍을 했다. 안타깝게도 어머니는 서장까지 가지는 못했다.
102번째 생일을 앞두고 어머니는 눈을 감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와 세상 구경하는 동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 혼자 남은 아들은 서장에 가고 싶다는 어머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유골을 수레에 싣고 7개월간 자전거 페달을 더 밟았다.
서장에 도착한 아들은 어머니의 유해를 서장에 뿌렸다. 어머니가 뿌연 바람이 되어 늙은 아들의 볼을 쓰다듬는 것이 느껴졌다. 조용히 달아나는 바람을 향해 아들은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안녕히 가세요, 어머니! 저도 이생에서의 소풍을 마치고 어머니께 돌아가면 말하렵니다. 어머니와 마주 보며 웃었던 그 순간들이 제 생에 가장 빛났던 날들이었습니다.”라고...
평생 산골에서 일하느라 허리가 굽고 이(치아)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99세의 노모를 위해 손수레를 만들어 900일 동안 여행한 74세의 아들에게 이런 제목을 붙이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웅”이라고...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사랑하는 이와 이별을 하게 된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이 세상을 함께 살다가 같은 시간에 같이 갈 수는 없다. 인간이 만나는 것은 어떤 인연으로 만나서 살지만 이 세상을 하직하는 것은 자유롭게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가 없다. 우리는 하늘이 주신 명대로 살다가 가야 한다. 즉 하나님이 부르실 때까지 살다가 가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물론 모질게 자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리고 기독교에서는 자살을 금하고 있으며 큰 죄로 여긴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인간이 마음대로 처리하거나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가정에 문제가 생기고 복잡한 일이 있어서 내 자신이 삶을 포기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 나는 스스로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몸이 점점 물속으로 잠겨 들어가는데 예수님의 음성이 들렸다. “너는 나보다 더 한 시련과 역경을 겪었냐?” 그리고 이어서 천둥 번개가 치고 소낙비가 쏟아졌다. 나도 모르게 얼른 뛰어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모래사장에 엎드려 하나님께 잘못했다고 울면서 기도했다. 그 뒤로 바다만 보면 그때 생각이 나서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하나님이 부모의 몸을 통해 주신 생명을 내 마음대로 결정하고 포기할 수는 없다. 내 몸은 내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주신 것이며 늘 성령님이 임하고 계신다. 내 몸은 내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님이 결정하신다.
사람이 살다가 떠난 자리는 흔적이 남게 마련이다. 첫째는 행한 행실이 남게 되고 둘째는 자손을 흔적으로 남긴다. 인류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머물다 간 자리에는 천막 친 자리와 제단 쌓은 자리가 남아 있다. 우리도 이 세상을 떠날 때는 흔적을 남기게 된다.
에이브라함 링컨 대통령의 마지막 소원은 사람들로부터 이런 말을 듣고 싶었다. “그는 잡초를 뽑고 꽃을 심다가 떠난 사람이다.”
우리도 아름다운 꽃을 심다가 떠나는 인생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기독교인이라면 하나님께 기도한 흔적이 남는 삶이어야 한다.
그리고 사랑은 포기하지 않는 것,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위에 소개한 74세의 아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