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열모 문학칼럼] 추억의 영화 - 시애틀한인 문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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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열모 문학칼럼] 추억의 영화 <국제시장> - 시애틀한인 문학칼럼

지난 2015년에 한국에서는 물론, 이곳 미국 동포사회에서도 영화 <국제시장>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당시 Federal Way에 거주하고 있던 나도 친구들과 함께 이 영화를 감명 깊게 관람했기 때문인지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 영화는 6.25전쟁 직후의 배고프던 시절에 겪은 애절한 사연들이 그대로 담겨져 있기에 그 시대를 살아온 보릿고개 세대는 누구나 자기가 마치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여겨져 눈물을 흘리면서 관람했던 것이다.  

이 영화의 첫 장면은 주인공 <한덕수>가 다급한 <흥남 철수작전>의 처절한 현장에서 수송선에 올라타려고 어린 여동생의 손을 꼭 쥐고 몸부림치다가 그 여동생을 놓치는 안타까운 장면으로 시작되었다. 이 영화는 흥남 부두에서 철수한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내려와 고달픈 피난살이 하다가 일자리를 찾아 독일에 가서 광부로 일하다가 돌아와 월남전에도 참전했고, 연이어 흥남 부두에서 놓진 여동생을 찾는 감동적인 장면으로 이어졌다.  

이 영화의 이러한 모든 화면은 한국의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역사적 현장인 것이다.  그래서 그 현장과 관련된 당시의 눈물겨운 사연들을 다시 조명해 보고자 한다.  

흥남 철수작전은 6.25전쟁이 일어난 1950년의 12월 12일부터 24일까지 13일 동안 이루어졌는데 이 작전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감행한 저 유명한 <단겔크 철수작전>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담겨진 위대한 작전인 것이다. <단켈크 철수작전>은 단순히 독일군에 쫓긴 연합군만의 철수작전인 반면에 <흥남 철수작전>은 병력 뿐만 아니라 10만이나 되는 피난민까지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구출한 위대한 인도주의 작전이기 때문이다.   

흥남 부두를 빠져나온 10만이나 되는 이들 피난민은 주로 부산에 후송되었으니 부산에는 1.4후퇴에 서울에서 내려온 피난민까지 몰려 포화상태가 되었다. 이 많은 인파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헤매다 보니 자연스럽게 큰 시장이 생겼다. 그 시장이 바로 유명한 <국제시장>인 것이다. 

길거리에는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실업자들이 넘치는 어려울 때에 마침 서독에서 광부와 간호사를 모집한다는 신문광고에 이들을 들뜨게 했다. 이 광고에 의하면 광부의 임금이 한 달에 660마르크로 당시 우리나라 공무원 월급의 8배나 되는 거금이었다. 그래서 1963년 제1진 500명 모집에 4,600명이 몰려 10대 1의 경쟁이 벌어질 정도였다.  

이렇게 시작된 서독에 대한 인력 송출이 1977년까지 계속되어 광부가 7만9천, 간호사가 1만 명에 이르렀다. 이들 광부는 지하 1,000미터의 갱도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다가 하루에 두 번씩 지상으로 올라와 시원한 콜라를 마시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간호사들은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느라 밤잠을 설치고, 때로는 지하의 영안실에서 굳은 시체를 닦는 무서운 일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고된 일을 해서 고국에 송금한 돈이 어려웠던 당시의 나라 살림에 <종자돈>이 되었다.           

이 시기에 베트남 전쟁이 일어나 우리나라도 참전해 긴장과 활기찬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베트남전 파병은 1964년 9월 11일에 130명으로 구성된 이동외과병원에 이어 30명의 태권도 교관으로 구성된 비 전투요원의 파견으로 시작되었다. 연이어 비둘기 부대, 청룡부대, 맹호부대에 이어 백구부대 등 전투부대가 뒤를 이었다. 베트남전 참전에서 우리는 적지 않은 인명피해를 입었지만 경제적으로 막대한 실익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혈맹관계가 더욱 다져졌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한덕수>가 흥남 부두에서 잃어버린 여동생을 찾아준 <KBS 이산가족 찾기 캠페인>도 우리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1983년 6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4개월 반 동안 계속된 이 캠페인은 당시 세계가 주목한 큰 이벤트였다. 이 캠페인은 당초 KBS가 6.25전쟁 기념특집으로 6월 30일 저녁에 간단한 특집으로 시작했는데 뜻밖에 이와 같은 큰 행사가 된 것이다.  

연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 캠페인에서 감격스러운 상봉이 이루어질 때마다 기쁨의 함성이 KBS 광장에 울려 퍼졌다. 주인공 한덕수도 이 자리에서 흥남 부두에서 잃은 여동생이 현재 미국 LA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영화 <국제시장>은 잊어버린 소중한 역사의 현장을 이렇게 찾아준 귀중한 예술 작품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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