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 칼럼] 그래도 감사합니다!(1) - 시애틀한인 소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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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나 칼럼] 그래도 감사합니다!(1) - 시애틀한인 소셜칼럼

벌써 몇 주째다. 감기몸살로 고생을 하는지가!

처음엔 그저 목이 잠길 정도로 조금 신경이 쓰이게 하더니 며칠 동안 머리가 아프면서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게 코가 막히면서 드디어 몸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요즈음같이 펜데믹이 걱정이 되는 때에 감기몸살증세가 생기니 더럭 겁이 나기도했다. 그런데 검사를 해보니 코비19은 아니라고 한다.

10월은 우리사무실이 연말결산을 앞두고 해야 하는 일이 많은 달이기도 하여서 일이 엄청 많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이 하는 일이 어렵다보니 우리 사무실 직원들의 이직률이 아주 많다. 

대학원을 졸업한 친구들이 일단호기심과 관심으로 우리사무실에 입사했다가는 워낙에 굉장한 중독자들 홈리스 고객들과 정신병을 가진 사람들하고 일을 하다가는 금방 지쳐서 두 달 아니면 6개월 정도 되면 언제 떠났는지도 모르게 떠나버리고는 하여 우리같이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며 일을 하는 고참들에게는 그야말로 일복이 터진다. 

다른 직장으로 찾아간 그들이 떠난 몫까지 감당을 해야 하니까 일은 더 많아지고 시간은 급하고 몸은 따라주질 않고….

새로운 직원을 뽑아야 하는데 워낙에 일이 어렵다보니 지원자도 별로 많지 않지만 지원자들에 붙는 조건이 워낙 까다롭다보니까 아니, 일단 들어와서도 견디지 못하고 떠나버리니까 새로운 카운슬러를 고용하는 일도 우리사무실에는 커다란 문제이다. 

자격은 높고 일은 어렵고 일에 비하여 받는 샐러리는 별로 마음에 안 드니까 요즘같이 상황에서는 우리들의 일은 사명감이 없으면 감당하기가 어렵다. 우리의 일은 사무실에 앉아서 오는 고객을 받고 상담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 상담과 케이스 매니징을 함께 하여야 하기에 일이 쉬운 것이 아니다. 케이지 매니징이라는 이야기는 한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들을 함께 해나가야 하는 일이다.

병원에는 잘 다니는지? 먹는 약은 제대로 복용하는지? 음식은 제대로 먹는지? 잘 곳은 준비가 되어있는지? 정신적인 고통은 없는지? 나라에서 받는 베네핏은 제대로 오는 건지? 병원비 밀린 것은 없는지? 옷은 제대로 입고 다니는지? 잠은 제대로 자는지? 등등 한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그 모든 것을 상담과 함께 살펴봐야 하니까 일이 보통 많은 게 아니다. 

보통 한사람의 카운슬러에게 40여개의 케이스가 주어지는데 직원 한사람이 이직을 하게 되면 그 일을 남아있는 카운슬러들이 나누어서 돌보아야 하니까 일이 넘치고도 넘친다. 

요즈음은 우리직원 한사람 당 50케이스들이 맡겨진 상태이다.

우리가 만나는 고객은 보통사람들이 아니다. 약물중독자들이거나  정신적인 문제들을 갖고 있는 이들이기에 일을 하는데 쉬운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달 전에 직원들 중에 젊은층 4명이 거의 같은 시기에 그만두었다. 

일단 대학원을 졸업하고 홈리스 정신병자들과 약물중독자들하고 일을 해보겠다고 들어왔다가는 놀래서 그만두고, 무서워서 그만두고, 워낙에 위생하고 관계없이 살아가는 이들을 보고 그야말로 더러워서 그만두고, 힘이 들게 하니까 힘이 들어서 그만두고 하다 보니 우리 사무실에서 아직도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은 정말 천사들 같다. 

자기들이 갖고 있는 학위와 실력을 가지고는 더 편한 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여전히 남아서 오랜 시간 함께 일하고 있는 내 동료들은 거의 가 10년 이상을 일하고 있는 친구들이다. 이들은 물론 학사 소유자들이다. 

이들이 갈 곳은 많다 그런데 자기들이 하는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이들과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나 역시 벌써 홈리스 가족들하고 일한지가 꽤나 오래되었다.

이일이 어려울 줄 아는 분들은 어떻게 아직도 이일을 하느냐고 물어오면 나야말로 그야말로 대답은 없다.

그냥 내가 해야 하기에 라는 대답밖에..

물론 나에게도 좀 더 편한 곳에서 오라는 초청을 몇 번을 받았지만 그 일은 누구나 할 수 있기에 다른 사람이 해도 되지만 우리가 하는 일들은 우리가, 아니 내가 해야 하기에 아직도 이일을 하고 있다. 

우선 매일 같이 벌어지는 일들이 세상말로 가관이다. 

아침에 로비에 내려가 보면 머리에 등잔의 전구를 빼고 갓만 쓰고 온 사람, 얼굴에 치약을 전체로 바르고 와서 떡하니 앉아있는 사람, 머리가 떡이 될 정도로 뭉개어져서도 얼굴엔 온갖 화장품으로 무지개로 칠하고 들어오는 사람, 이한추운기온에 반바지에 얇은 티셔츠차림으로  들어오는 사람, 약에 취한 채 생리가 바지에 묻혀져서 바지에 피딱지가 붙을 정도인데 절대로 옷을 못 벗기게 하는 나이가 40대인 여자 등등…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천의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다. 

물론 이들 중에는 치료약을 먹으며 정상적인 사람들하고 비슷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부류는 거의 10분의 2정도이고..

오늘도 낮 1시 즈음 컴퓨터에 이상이 생겨서 사무실에서 컴퓨터가 마비되면 별 할일이 없는 터라 아웃리치로 나섰다. 어젯밤 새벽 1시에 시애틀 다운타운에서 헤매다가 순찰차에 발견되어서 다시 그룹 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내 케이스에 있는 연세가 많은 한국 분을 찾아가 보아야했다.  

물론 그룹 홈에는 그곳의 카운슬러들이 있지만 내가 하는 일은 정신과 카운슬러라 무슨 일인가 가보아야 했다.

먼저 한번 이분을 잃어버리고 밤새 잠을 못 잤다. 다행이도 그 다음날 오버레이크 병원에 입원해있던 이분을 찾아내고는 내가 하룻밤을 가슴앓이를 했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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