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학원] 자폐는 신경 다양성 중 하나일 뿐

전문가 칼럼

[민명기학원] 자폐는 신경 다양성 중 하나일 뿐

필자가 온라인으로 조선일보를 가끔 본다고 말하면, 어떤 분들은 “뭐야, 대학 때는 데모깨나 하고 사상이 줄곧 진보적인 사람인 줄 알았더니 보수 꼰대이신 모양이네”라고 농담하시는 분이 계신다. 그 진위를 따지고자 함은 아니고, 이유 중의 하나는 조선일보 서경리 기자의 톱클래스 인터뷰가 인터뷰 대상자의 의도를 참 잘 엮어 이해하기 쉽게 전해 주기 때문이다. 


얼마 전 관심 있게 본 인터뷰 기사 중의 하나는 “마흔 살, 남편의 자폐를 알게 됐다”라는 제목의 글이었는데, <같이 살아도 서로 다른 세계를 산다면>의 저자인 지은정을 인터뷰한 기사였다.

필자가 적어도 25년 이상을 코리언 아메리칸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해 오면서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요즘 상당한 숫자의 우리 아이들이 소위 ‘자폐’라는 증상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자폐’란, 뇌의 발달과 관련된 신경 발달 장애로, 사람마다 그 증상과 정도가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요즘 들어서는 ‘자폐 스펙트럼(다양하다는 의미) 장애’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자녀가 소위 자폐의 증상들인, 다른 사람의 감정 파악이 어려워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 가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친구와의 관계 유지를 힘들어하고, 특정 주제에 매우 강한 관심을 갖고 반복적인 행동을 하며, 


정해진 일과가 바뀌면 아주 불안해하고 특정 소리, 빛과 촉각 등에 민감해하면 부모 자신이 양육 과정에서 잘못해 자식이 성격 장애를 일으켰다고 생각해 자책을 하시고 아이에게 죄를 지은 느낌을 갖는 분이 상당했다. 위의 인터뷰에 의하면, 우리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만 정상적인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그와 다른 것은 비정상적인 괴팍한 성격으로 간주하고 무시하며,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이런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면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이 괴팍함은 이상한 성격이 아니라 ‘신경 다양성’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눈치채면 오해에서 이해로 그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남편은 영재학교를 졸업한 수재였지만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벽과 이야기하는 기분이었죠. 왜 모든 걸 일일이 논리로 설명해야 하는지, 왜 내 감정이 비합리적이라는 이유로 무시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나에게는 너무 당연한 것을 남편은 알지 못했고, 내가 아무리 화가 나서 길길이 날뛰어도 그런 나를 이해하지도, 같이 화를 내지도 않았어요.” 난독증과 신경 다양성에 대한 글과 연구들을 통해 남편의 이러한 태도가 ‘자폐’의 증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왜 저럴까’에서 ‘이 사람은 무엇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로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바뀐다. 작가의 말, “그러자 자연스럽게 질문이 이어졌죠. ‘그렇다면 이 사람은 자폐일까?’”


이러한 물음은 자신과 남편이 서로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깨달음으로 인도한다.

“저는 언어로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소설을 읽어도 이야기를 따라가며 읽어요. 그런데 남편은 소설을 영화처럼 읽어요. 장면이 보이고, 소리가 들리고요. 같은 폭포 사진을 봐도 저는 그냥 사진으로 보는데, 남편은 물방울이 튀는 것까지 생생하게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정말 다른 스펙트럼에 있는 사람이었고, 그걸 알고 나서야 많은 게 풀렸어요. 그동안 남편은 자기 생각을 내가 알아듣는 말로 표현하지 못했고, 저 또한 남편의 머릿속을 읽어 내지 못했어요.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해요. 이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작동 방식의 차이에 있어요. ‘신경 다양성’이죠.”


신경 다양성이란, 뇌의 서로 다른 차이에서 오는 결과의 차이를 결함이나 질병이 아닌 서로 다른 여러 정상적인 것들 중의 하나인 다양성으로 보는 관점이다. 즉, 어떤 한 가지 정해진 것만이 정상이라고 부르는 것이 공평하지 않다면, 서로 다른 것들을 인정하고 그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면 될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 ADD(주의력 결핍증), 난독증 같은 특성을 하나의 연속선 안에서 이해하는 거죠. 신경 다양성을 공부하면서 알게 됐어요. 남편의 불안, 강박, 감정 통제의 어려움, 이런 건 ‘성격’이 아니라 ‘특징’이었다는 걸. 남편은 스스로도, 다른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어요. 평생 자신의 그런 면면을 그저 감추고, 회피하고, 부인하며 살아온 것이죠.” 우리 자녀들도 이러한 특징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특징의 발현은 부모님이 어린 시절 양육에서 저지른 잘못 때문에 갖게 된 것이 아니라 뇌의 작동 방식의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그것을 먼저 이해하고 죄의식으로 미안해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면 이러한 증상을 갖고도 자신의 분야에서 독특한 성과를 거둔 많은 선배들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자녀가 항상 같은 시간에 식사를 해야 하고 루틴이 바뀌면 아주 힘들어하면, 아 이 아이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큰 아이로구나 인정하자. 이것이 치료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선천적인 신경 발달의 차이에서 온 것이고 세상을 인식하고 소통하는 방식이 다름을 받아들여 나가, 점차 서로 많은 부분을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게 되시기를 기도한다(www.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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