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영 칼럼] 나이의 경계선 - 시애틀한인 문학칼럼
두 달을 남겨놓은 막바지 한해다.
시원하게 막바지 떨이한다고 하루를 마감하는 장사꾼 기분이 드는 이유가 무얼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한해가 더욱 떨이로 넘겨진 기분이다.
상황이 달라져도 세월을 멈출 수는 없다. 세월을 바탕으로 쌓아 온 품격과 삶의 질을 위한 경제력, 건강한 수명이 뒷받침되어 나이의 선을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이에 맞는 행복의 조건은 다양하겠지만 반드시 젊다고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정신과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여러 가지 요인 중 '성숙한 방어기제' 능력이 강할수록 성별과 사회적 지위를 불문하고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을 즐길 수 있다고 전한다. 경제적 부는 놀랍게도 고려 요인이 아니었다고 한다.
성숙한 방어와 긍정적인 마음의 나이가 가장 중요하다.
남의 말에 쉽게 '욱!'한다거나 설레는 감정 없이 더 이상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목표가 없다면 아무리 20대라도 이미 마음의 노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빠르면 40대부터 의욕이나 창의성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 전두엽이 위축되어 그 기능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의욕 넘치는 젊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사용하지 않으면 점차 노쇠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이를 불문하고 무의미하게 도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평균수명이 100세를 바라보는 요즘 세상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이를 의식하고 산다면 아무 일도 펼쳐 나갈 수 없다. 그래서 호적상 나이보다 과연 마음의 나이가 몇 살이나 버텨나갈지가 더 중요하다.
마음의 나이는 나의 의지대로 단축시킬 수도 연장할 수도 있다. 젊게 살고 싶다면 나이의 선을 넘어 젊은 세대들과 뒤섞여 의견 충돌을 하면서 융화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나의 생각과 다른 의견들은 좀체 받아들이지 않는 일종의 '꼰대' 정신도 버려야 한다. 그래야 물갈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매일 같은 패턴의 생활이 안정적이고 스트레스 없는 바람직한 생활일 것 같지만 실은 이런 변화 없는 생활이 몸과 마음을 빠르게 늙게 한다고 한다. 편안하고 안정적인 생활도 중요하지만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기 위해 나이의 선을 넘어 다양한 일을 시도해 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래 세대는 윗세대를 마지막 떨이로 무시하지 말고, 살아온 인생을 존중하며 배워나간다면 지금의 나이가 가장 최고의 품위있는 나이의 경계선이 될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나 막바지 떨이 인생이 온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