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상속(2)
<지난 호에 이어>
동생 집에 가보면 거실 바닥에 누워서 리모트 컨트롤 가지고 시간을 보낸다.
운동을 하는 법도 없다.
아마도 위의 오빠가 취직해 준 회사에 그럭저럭 영혼을 빼놓고 출퇴근해서 다니며 밥은 먹고 사나 싶은데 월급이라는 것을 받아서 몇천만 원 모이면 술친구 불러 술 파티로 아낌없이 다 써버린다.
자존심은 세서 자기의 무질서한 생활에 형제들이 한마디 조언을 하려 하면 머리를 조아리고 어렵게 입을 떼야 한다.
그런 동생이 일찌감치 떨어진(여자는 20살에 미국에 오느라) 여자를 조금 리스펙을 하는지 여자의 말은 잘 듣는 것 같다는 게 다른 형제들의 평이었다.
여자는 동생의 삶을 제대로 살펴볼 수가 없으니 잔소리를 할 수가 없었고 또한 이미 불혹의 나이를 먹고 사는 형제들이 누가 누구에게 잔소리를 한들 그 무슨 소용이 있겠냐?
동생은 자주 술에 취해 전화해 왔다.
왜 인생이 이렇게 거지 같냐고? 여자는 속으로 네가 거지같이 사니까 그렇지!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말았다.
늘 동생의 입에서는 단내 나는 불평이었다.
뭐든지 남 탓이고 뭐든지 자기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물론 이런 동생을 예쁘게 봐줄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동생 근처에 살고 있는 자립심이라면 최고인 언니는 자기 체면이고 뭐고 얼굴에 철판 깔고 동생의 취업을 위해 이 친구 저 친구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고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해 김치며 밑반찬이며 나르고 동생은 언니가 조금 잔소리만 해도 언니가 정성껏 해온 맛있는 반찬도 김치도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아주 자랑스럽게 여자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아이구 이 미친 0! 하고 싶지만…
여자는 속에서는 열불이 나지만 다른 형제들하고는 전혀 소통이 없이(잔소리한다고 모두 전화를 차단했단다) 여자하고만 소통이 가능한 동생의 한 가닥 연결선이 끊어질까 봐 목소리를 차분하게 가라앉힌 후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휴 이 미친 0를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동생은 우연히 만나서 교제하게 된 3개월 차의 여자친구가 너무 잘해주면서 여자친구가 공부한다고 학비가 필요하다며 4,000만 원을 도와달라니 선뜻 주었단다.
아니 무슨 중년의 여자가 공부한다는 것을 믿어?
그리고 그 여자 공부하는 데 왜 자기가 돈을 빌려줘?
그리고 그 말을 믿어?
아직 남아둔 모아둔 돈 5,000만 원이 그 여자에게로 가버리고
아이구 0신! 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여자는 그런 동생에게 비위를 안 건드리려고 목소리 쫘악 깔고 그래 그럼 어떻게 돌려받을 건데?
응 줄 거야!
물론 얼마 후 소정의 목적을 달성한 여자는 동생의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동생은 그 여자의 부모의 집에 가서 깽판을 부리다가 경찰서에 끌려가고 공짜로 며칠 동안 콩밥까지 먹게 되었고 벌금으로 몇천만 원 나왔다며 여자에게 연락이 왔다.
누나, 나 벌금 먹었어! 마치 벌금 먹은 게 무슨 금메달이라도 딴 양 자신 있게 얘기를 했다.
이런 일들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마 동생은 이런 일들이 부끄럽고 죄송한 일인지를 잘 모르는 듯했다.
물론 동생의 일급비밀을 언니와 오빠들은 몰랐다.
여자하고의 한 가닥 연결 끈이 없어질까 봐 여자 혼자만 알고 있으며 언니 오빠들에게 다 얘기를 안 한 탓이다.
이런 동생이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단다.
당연한 일이지!
그래서 먹고살 일을 위하여 여자의 언니와 오빠가 머리 짜고 생각해 낸 엄마의 집을 동생에게 몰아주자! 라는 결론을 낸 것이다.
여자는 동생에게 제안을 했다.
혹시 포장마차하면서 붕어빵이라도 팔아볼래? 내가 장사 밑천 대줄게?
동생 답이 야! 누나 미쳤냐? 내가 그걸 하게?
그럼 나이도 있으니 건물 수위는 어떨까? 동생이 야 누나 내가 미쳤냐 남의 집 지키게!
여자는 나의 도움을 받아 언니 오빠에게 답장을 썼다.
우리 형제들은 부모의 도움 없이(물론 키워준 것만도 감사) 죽을 만큼 힘들게 공부를 하고 쉬지 않고 일을 하며 노력을 하여 지금은 각자의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막내는 엄마의 무한대적인 사랑을 받고 마음고생 없이 자랐습니다.
우리는 이제 나이가 이만치 왔습니다.
더 이상 부모님의 선택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으로 살아가야 하는 나이입니다.
오빠와 언니의 의견은 동생에게 집을 몰아주자로 동생이 남은 인생 살게 하자라는 뜻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나는 제 상속 몫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돈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내 몫으로 받아야 할 상속 금액에 내 삶이 달라지지도 않습니다.
내가 상속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더 이상 막내의 지금과 같은 삶을 가족이 떠받쳐주는 일에 동의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랑과 책임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는 막내를 사랑합니다.
그렇지만 막내의 선택까지는 대신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나는 오랜 시간 막내하고의 대화를 통하여 힘을 실어주려 했고 대단치 않은 그의 말을 들어주며 달래기도 하였고 아이디어도 주었지만 막내는 절대로 변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런 변화가 없이 지금과 같은 삶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돕는 일에는 더 이상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내 결정을 돈의 문제로 생각하지 말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런 결정은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삶으로서 나의 양심과 원칙의 문제입니다.
두 분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그리고 나의 선택도 존중해 주기를 바랍니다.
아마도 폭풍이 몰아칠 것 같다는 게 여자와 나의 느낌이다.
그런데 여자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그 폭풍을 맞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