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열모 문학칼럼] 임진강 철책에서 바라본 북한땅 - 시애틀한인 문학칼럼

전문가 칼럼

[동열모 문학칼럼] 임진강 철책에서 바라본 북한땅 - 시애틀한인 문학칼럼

38선 바로 남쪽에 위치한 임진강까지 승용차로 가자면 자유를 이용해야 한한다. 이 자유로는 서울 한강 하류를 가로지르는 金浦大橋에서 임진각까지 뻗은 왕복 8차선의 고속도로인데 도로의 중앙에는 널찍한 녹지대가 꾸며져 여느 선진국 고속도로 못지않게 시원스럽다. 이 길을 따라 북쪽을 향해 약 한 시간 달리면 임진강에 도달한다.

 

자유로 왼쪽을 흐르는 임진강 건너편은 북한 땅이 보이는 접경지역이기 때문에 강기슭에는 철조망이 겹겹이 엉켜져 있고, 그 철조망 사이에는 높은 감시초소가 삼엄하게 서 있다.


자유로의 종점은 휴전선이고, 그 휴전선 바로 앞에 임진각이 자리하고 있다. 이 임진각 전망대에 올라가서 바라본 북녘땅은 웬일인지 쓸쓸하고 적막하기만 하다. 저 적막은 휴양을 즐기려는 한가한 적막이 아니라 굶주림과 공포에 지쳐 기력을 잃은 죽음의 적막이다.


저 적막한 땅은 손을 내밀면 금방 닿을 듯한 가까운 곳인데 우리 민족에게는 지구촌에서 가장 먼 곳이 되어 헤어진 가족과 만나기는커녕 편지조차 주고받을 수 없어 생사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저 땅에는 내가 태어나 뛰놀던 고향이 있고, 추석에 깨끗하게 벌초하고 정성스럽게 제사를 올리던 조상의 묘소들도 있다. 그 고향 땅이 지금은 공산 치하에서 강제로 이주당해 옛 모습은 간데없고, 주인 잃은 묘소들은 잡초와 잡목으로 덮였을 것으로 생각하니 가슴이 자린다.


바로 앞에 내려다보이는 광장에는 실향민들이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북쪽을 향해 제사를 올리는 <망향단(望鄕壇)>이 보이고, 그 옆에는 가수 설운도가 부른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애절한 노래를 버튼만 누르면 언제라도 들을 수 있는 뮤직박스도 세워져 있다.


이 임진각 광장을 <자유의 다리>와 연결하는 통로에는 북녘땅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실향민들의 애절한 사연들이 적힌 쪽지가 겹겹이 매달려 있고, 그 통로 뒤에는 임진강 철교와 <자유의 다리>가 보인다. 지금은 굳게 닫힌 저 <자유의 다리>에는 6·25전쟁 포로들이 휴전협정에 따라 건너오고 건너간 발자국이 아직도 남아있을 것이다. 특히 저 다리를 건너온 일부 반공 포로는 조국을 등지고 저 멀리 인도나 브라질을 향해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간 가슴 아픈 사연도 간직하고 있기에 저 다리는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임진각 전망대에서 이렇게 感傷에 젖으면서 바라본 북녘 하늘에도 뭉게구름이 둥실 떠 있고, 임진강에서 헤엄치던 갈매기들이 자유롭게 창공을 날아다닌다. 저 평화스러운 하늘 아래에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잔인한 공산 귀족들이 자기들의 세습적 영화를 누리고자 권력을 휘두르며 어진 백성을 괴롭힌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소름이 끼치며, 갑자기 어디선가 포탄이 금방 날아올 듯한 긴장감이 이 일대에 감돈다.


이러한 긴장감이 바로 지구촌에서 이제 사라졌다는 동서냉전이 우리 한반도에는 아직도 남아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한반도에는 오늘날 또 다른 냉전이 벌어지고 있으니 그것이 美中 두 나라의 새로운 냉전인 것이다.


이 새로운 냉전은 중국이 국제재판소가 내린 판결에 불복하고 남 중국해는 영해라고 우기는 패권주의에 미국이 이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는데 이 냉전이 현재 우리 한반도에 번지고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우리를 크게 위협하자 우리 어쩔 수 없이 사드(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망)을 배치하려고 하니 중국이 이를 반대하면서 미국의 아세아 진출을 견제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어려운 난국에 여론을 앞장서서 선도하려는 용기 있는 원로나 지성마저 보이지 않으니 우리 민초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지난날 어려운 문제가 터지면 종교계, 언론계, 학계 등 각계에서 바른말 하는 용기 있는 국가 원로가 나타났는데 오늘날에는 몸을 사리고 눈치만 보는 이기적 지성만 있으니 이것이 하나의 위기라고 여겨진다.


이 어지러운 사회문제의 밑바닥에는 언제나 이념 갈등이 깔려 있다는 사실에 우리 모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오늘의 이 고질적 이념 갈등은 통일의 그 날에는 반드시 눈 녹듯이 사라질 것이라는 확신을 나는 이 임진각 전망대에서 저 적막한 북한 땅을 바라보면서 확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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