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 교육칼럼] 감사합니다, 조금만 더 견디세요. - 시애틀한인 교육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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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명기 교육칼럼] 감사합니다, 조금만 더 견디세요. - 시애틀한인 교육칼럼

지난 한 주는 조기 전형으로 원서를 제출한 학생들의 합격자 발표가 있었던 터라, 필자도 직업상 긴장으로 입술이 바짝 마르던 때였다. 이럴 때면 값도 싸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라도 하면 마음이 편해 질 텐데 상황이 받쳐 주질 않는다. 


1월4일까지는 식당 안에서 식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그 동안 덕분에 즐거움을 누리면서도 고마움을 표하지 못한 식당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살아난다.


삼십년 쯤 전 시애틀로 이사 오기 전에 주위에 한국 식당이 없던 중부에서 대학원을 다녔던지라, 이곳에 와서 가장 좋았던 것 중의 하나는 가까운 거리에 한국 그로서리와 음식점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시애틀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처음으로 방문한 한국 식당에서 출석하던 교회의 장로님 부부를 우연히 뵈었다. 두 분이 여유롭게 식사를 하시며 약속하고 만난 것도 아니고 다른 자리에서 아이와 함께 먹은 우리 가족의 식사대를 눈치채지 못하게 지불해 주신 뒤, 그저 “맛있게 많이 들어요, 저희는 먼저 나갑니다” 하시며 총총히 나가신다. 


그 때만해도 가난한 유학생 부부이던 시절이라 식당에서 마음 편히 비싼 한식을 먹는 것이 그리 자유롭지 않았는데, 공짜밥을 먹고 난 뒤 얼마나 고마웠던지 아직도 기억이 새롭다. 나중에 안 이야기이지만, 그 장로님 부부께서는 자녀들이 다 동부로 공부하러 나간 뒤부터는 일주일에 두, 세 번은 거의 외식을 하신다는 거였다. 


얼마나 부러웠던지. 상황의 여유가 부러웠고, 남들을 배려하시는 마음이 얼마나 존경스러웠던지.


이제는 한 주에 밥 한끼 정도는 외식을 할 수도 있는 나이와 상황이 되었는가 했는데,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는 청년이나 후배들 또는 어른들에게 식사 대접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깨닫고 이유 있는 자책을 한 적이 많다. 


받은 것을 다른 분에게 나마 갚는다는 의미에서라도, 다음에는 꼭 아는 어르신을 만나면 식사를 대접해야지 하며 마음을 다 잡는다. 그러나 그 다음이라는 것은 꼭 자연스레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이 팬데믹의 기간을 통해 깨닫는다. 원래 3주로 예정했던 기간이 이제는 더 연장되어 1월 4일까지 식당 내의 식사를 금지한다고 한다. 


마음 속에 부담없이 ‘투 고’로 음식을 가져다가 먹을 수 있는 기회라고 자위를 하다가도, 연구실에서 퇴근하는 아내를 픽업해 아내가 좋아하는 값도 좋고 맛난 스시집에서 간단한 식사를 픽업한다. 시장하기도 했지만, 집에서 먹으면 식기도 하고, 왠지 맛이 안 날 것 같은 생각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파킹 랏에 세워진 차 안에 음식을 풀어 놓고 저녁을 먹는다. 


따뜻하고 담백한 미소 수프가 조금씩 추워지는 날씨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조용하게 흐르는 라디오 음악 속에 정말 맛난 저녁을 즐기며 음식점의 존재에 감사를 표했다.


지금은 동부에서 생활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시애틀을 방문할 때면, 그곳에서 잘 못 먹는 한국 음식들을 자주 사 먹이려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방문한 아들 녀석이 한 시애틀의 보물 이야기는 의미심장했다. 이 보물은 삶에 힘을 주는 음식들인데, 다른 어느 도시에서도 맛볼 수 없는 귀한 보물과 같은 시애틀 음식이란다. 


물론 다른 도시를 방문한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재미있어 여기 나눈다. 먼저 필자도 좋아해 가끔 들리는 북쪽의 어느 식당에서 만드는 ‘보쌈’이란다. 자신이 사는 보스턴에서도 친구들과 보쌈을 먹어 보았지만, 이곳과는 비교가 안 되는데, 특히 ‘무우 생채 무침’이 일미라는 이야기였다. 


다음 음식은 오로라 거리의 어느 ‘베트남 쌀국수’인데, 이 녀석 이곳에서 차로 10분 이내 거리에 있는 사립 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시니어 때는 수업 사이에 이 곳에서 점심을 먹은 적도 몇 번 있을 정도로 즐겼다 한다. 


특히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크림 팝은 정말 별미라고 너스레를 떤다. 다음에는 우리 식구가 모두 좋아하는 것으로 지금은 파티쉐께서 은퇴하셔서 문을 닫은 오로라의 ‘로얄 베이커리’에서 만든 ‘모카롤 케이크’이다. 이 녀석 이 것을 얼마나 좋아 하는지, “아빠 혹시 그 분을 아세요, 어디로 가셨는지? 제가 그 분을 만나서 꼭 그 케이크의 레시피를 배우고 싶어요.” 존경하는 위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의 그 눈빛으로, 다른 많은 한국 음식점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이야기는 음식에 관한 것이지만, 속 내용은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시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으로 가득 채워져 있음을 느낀다. 


힘내시라! 이렇듯 여러분의 수고로 인해 행복한 마음으로 기쁘게 음식을 즐기며 살아가는 많은 인생들이 있으니 한인 동포 자녀들의 교육에도 큰일을 하고 계신다는 자부심으로 조금만 더 고생하시면, 이 팬데믹도 지나가지 않겠는가.

(www.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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