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열모 칼럼] "눈물의 철학적 의미 " - 시애틀한인문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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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열모 칼럼] "눈물의 철학적 의미 " - 시애틀한인문학칼럼

눈물은 약하거나 불행을 상징한다고 여기지만 눈물은 인간의 온갖 감성을 나타내는 증표인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감성을 기쁨(喜), 분노(怒), 사랑(愛), 즐거움(樂), 슬픔(哀), 미움(憎), 욕심(慾)으로 구분하고, 이것을 “인간의 七情이라고 한다. 


이러한 감성에 따라 눈물의 종류를 구분해 보면 굳은 의지나 사랑하는 마음에서 흘리는 눈물을 감루(感淚)라 하고, 반갑거나 기쁨에서 흘리는 눈물을 희루(喜淚), 외롭거나 슬플 때 흘리는 눈물을 비루(悲淚), 괴롭거나 아플 때의 눈물을 통루痛淚), 남을 원망하거나 분개해서 흘리는 눈물을 분루(憤淚), 자기 잘못을 후회하고 반성하는 눈물을 회루悔淚)라고 한다.

  

성경에도 눈물 이야기가 많이 기록되었는데, 예수님이 나사로의 죽음에 흘린 눈물은 비루이고,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시는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면서 애통하게 우는 여인들의 눈물은 통루이며, 베드로가 예수를 모른다고 하다가 밖에 나와서 회개하며 흘린 눈물은 회루인 것이다.

  

눈물은 반드시 불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위대한 철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독일의 세계적 문호(文豪)로 널리 알려진 “괴테”가 설파했다. 


“괴테”는 일찍이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자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역설했는데 이 유명한 어록에는 눈물의 가치가 압축되어 있다.

  

괴테가 설파한 이 “눈물 젖은 빵”을 상징하는 스토리가 바로 지난날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에 그곳 “함브론 탄광”에서 일하던 우리 광부와 간호사들의 손을 맞잡고 함께 흘린 눈물이라고 여겨져 그 숙연한 현장을 여기에 묘사해 보고자 한다.

  

때는 독일이 東西로 분단되어 있던 시기인 1964년의 12월 10일이다. 당시 “리프케” 서독 대통령의 초청으로 그곳에 머물고 있던 박정희 대통령은 이날 아침 “리프케” 대통령과 함께 그의 승용차로 우리 광부들이 일하고 있는 “함브론 탄광”을 향해 출발했다. 


영부인 육영수 여사는 리프케 대통령 부인과 함께 그 뒤를 따라갔다. 이때 탄광에서도 두 대통령을 환영하려고 갱도에서 일하는 우리 광부를 이날만은 신사복 차림으로 하고, 각 지역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간호사들도 데려다가 색동옷으로 치장해 대통령을 맞이하게 했다. 

   

이윽고 대통령이 탄 승용차가 회사의 현관에 도착하자 악대의 경쾌한 주악 속에 두 대통령이 차에서 내렸다.  “리프케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내외에게 앞서가기를 권유하고 자신은 뒤에서 천천히 따라갔다. 

  

박정희 대통령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현관 앞에 도열한 광부와 간호사와 굳을 악수를 시작했는데 이들은 모두 상기된 얼굴로 대통령의 손을 꼭 잡고 눈시울을 적신다. 


대통령의 뒤를 따르는 육영수 여사와의 악수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더니 결국 서로 끌어안고 울음을 터트리자 박정희 대통령과의 악수에서도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렇게 현관에서의 악수를 끝내고 강당에 들어서니 이곳에서 기다리던 광부와 간호사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환영식이 열려 악대의 애국가 연주에 장내는 벅찬 감회로 소리 높이 합창하더니 점차 흐느끼는 소리로 변해 끝부분에 이르러서는 울음바다로 변하고 말았다.

  

애국가 제창이 이렇게 끝나고 “리프케 대통령”의 환영사에서 장내는 비로소 조용해졌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단상에 오르자 다시 숙연해졌다. 


박정희 대통령은 미리 준비한 연설문은 덮어두고 벅찬 감회로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오늘 이 자리를 함께한 광부와 간호사 여러분, 여러분은 조국의 가난 때문에 그리운 가족을 남겨두고 머나먼 낯선 땅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니”라는 이 대목에서 다시 흐느끼더니 울음바다로 변했다.

  

     이날 이 자리에서 광부와 간호사와 함께 흘린 박정희 대통령의 눈물은 가난한 조국을 반드시 근대화시켜야 하겠다는 굳은 의지와 신념을 나타낸 값진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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