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자, 치료해보자구!(2)" -시애틀한인소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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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나칼럼] "자, 치료해보자구!(2)" -시애틀한인소셜칼럼

<지난 호에 이어>


잠시 후 진정이 된듯해서 또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 고객에게 권면을 하기 시작했다.


네가 우리 사무실에 아무리 와도 내가 너에게 해줄 일이 아무것도 없어서 나는 속상해!

내가 권하는 것은 네가 강제로라도 치료를 받아야 하거든?


웬일인지 얌전해진 내 고객 내가 권하는 자발적으로 치료받겠다는 서류에 사인을 해주었다. 


며칠 전에는 전화가 필요하다고 해서 월그린 가게로 가서는 프리 페이드 전화를 사주었다. 

물론 자기 몫으로 나온 웰페어 돈에서! 가격은 싼 것도 있는데 비싼 모델로 한다며 170불이나 주었다.

 

기분이 좋아진 내 고객 나에게 전화를 보여주며 작동법 알려달란다.


나는 사무실에서 알려줄 테니 내 사무실로 가자고 하니 정신이 조금 괜찮아진 듯한 내 고객 자기가 이따가 사무실 갈 테니 이따가 1시쯤 사무실에서 기다려달란다.


오케!

사무실에서 다른 일 하면서 내 고객 00을 기다려봐도 나타나지를 않는다. 


이틀 후 내 고객 00이 나타났다. 누군가가 자기 전화를 훔쳐갔으니 네가 물어내라며(아니 왜 자기가 어디서 잊어먹고 와서는 나한테 물어달래?) 로비에서 길길이 뛰는 것을 우리 사무실 가드가 나타나니 조용해졌다.


이때부터 내 고객 00가 소리를 내며 엉엉 울기 시작한다.


배가 고프단다. 너 그저께 받아간 돈 140불은 어쨌지? 


내 고객 00가 대답한다. 몰라!


나 배고파

나는 내 사무실로 올라가 한국친구들이 기부해준 한국산 컵라면을 마이크로오븐에 데워서 내 고객 00에게 주니 내 고객 따뜻한 컵라면을 먹고는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요즈음은 우리 사무실에 준비해놓았던 비상식량이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이 나에게 밥을 사준다고 하거나 나에게 무엇인가를 주고 싶다면 한국 라면을 사달라고 한다.


약물중독인 중독자 고객들은 이상하리만치 한국산 매운 라면을 좋아한다.


라면을 먹고 난 내 고객을 보낸 후 나는 내 고객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 강제 치료를 해달라는 내용을 이메일로 킹카운티 코트로 보냈다. 


킹카운티 코트에서는 내 고객 00가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상태로 위험하다는 게 인정되어 그날로 잡아가서는 일단은 하버뷰병원 정신병동에 입원시켰는데 본인이 치료를 거부하니 우리 사무실의 정신담당 카운슬러인 나와 우리 사무실 의사의 강제 입원치료진술서를 당장 보내달란다.


Affidavit(강제 치료 받게 하는 진정서) 서류 작성하느라 내 고객 생년월일을 확인하는데

아하!


그랬었구나!

그래서 내 고객 00가 화난 거였구나! 알게 되었다. 


물론 화나지 않아도 욕을 하거니 이상 행동을 하지만 나에게 수십 번 욕을 한 원인을 알 것 같았다.

 

내 고객 00가 강제로 경찰들에게 연행되어 간 날은 내 고객의 생일이었던 것이다.


나는 충분히 이해가 되며 아하! 그랬었구나! 생각을 하며 하버뷰병원에 전화를 거니 네가 보낸 강제치료진술서 때문에 내 고객은 지금은 정신병원으로 이송되어갔단다.


나는 내 고객이 이송 감금된 정신병원으로 전화를 하며 정신병원 쇼셜월커에게 혹시 방문이 가능하냐고 문의를 해보니 요즈음은 코비 때문에 방문이 안된단다.


그래서 그럼 혹시 캐어 패키지(과자나 좋아하는 물건 등을 담은) 선물을 보낼 수가 있느냐고 물어보니 그것도 외부에서 오는 물건들이라 쉽지 않단다(요즈음은 일일이 확인하고 소독해야 한다면서).


그래서 전화로 내 고객하고 통화가 가능하냐고 문의하니 잠시 후 약물치료가 시작된 내 고객 00가 아주 얌전한 목소리로 나에게 사정한다. 


레지나, 나 여기 너무 싫어 

나, 여기 너무 무서워

여기에는 다 미친 사람만 있어 나 내보내 줘?


나는 내 고객에게 치료 잘 받고 치료받을 동안 문제 일으키지 말고 있으면 내가 생일 선물로 네일 아트하는데 데려간다니까


내 고객00가 나에게 자기를 이곳에서 안 내주면 너는 미친x 이라면서 온갖 욕을 하면서 레지나 너는 미친 갓뎀! 이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내 고객 00가 치료를 받고 있는 정신병원은 내가 사는 동네에서도 가까운 곳이라 방문을 가고 싶었는데 요즈음은 팬데믹으로 방문사절이니 내 고객이 치료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동안 나는 두 번째 강제 치료 진정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내 고객 00는 거의 20년간 약물복용으로 인하여 정신병을 앓게 되었으니 이번에는 장기치료를 통해서 모든 몸의 기관과 정신이 맑아지기를 기대하고 있겠다고 그리고 퇴원 후에도 치료 약을 거부할 경우에는 다시 입원치료를 오래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이런 친구들이 밖에 나오면 거의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장기적인 치료와 보호관찰이 필요하다.

 

문제는 주위에 아무도 관심을 가져줄 가족이 없기 때문에 또 가족이 있다 하여도 늘 함께 따라다니며 치료하는 것을 권유할 수도 없기에 

우리 정신과 카운슬러들은 사명감을 갖고 사랑하는 마음들로 이들을 위해 치료해주고 보호해줘야 하는 것이다.

 

또 기다려본다.

어쩌면 이번에도 실패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가 힘쓰지 않으면 이러한 고객들의 삶은 세상에서 잠시라도 제대로 살아보지 못하고 떠날 것이 분명하다.


이들이 어떻게 살다 가든 우리들의 문제가 아니고 본인들의 책임이라고 말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이든지 간에 나에게로 와서 나와 연결하게 된 사람이니까 최선을 다해서 이들의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도록 돕고 보호해야 하는 일 그런 일들이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다닐 때 늘 외우고 다녔던 이춘수 시인의 시 한 편이 생각이 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로 너는 나에게로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삶 속에서 나는 건강하고 혼자서 살 수 있기 때문에 나만, 내 가족만, 내 친구들만 보고 그들이 편안하니까 괜찮아! 라는 생각보다 나와 관계되지 않은 그들, 저들에 삶에 함께 할 수 있는 마음이어서 감사하다.


코비19 펜데믹을 겪으면서 알 수 없는 내일에 대한 두려움도 생긴다.


그러기 때문에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여 삶을 살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하는 일은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우리의 삶의 깊이를 더욱 깊게 해주고 잠시동안 살아가는 세상을 더욱 보람있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인 것 같다.

 

2021년도 내게 주어진 나의 고객들을, 주위를 돌아보는 삶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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