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오지랖인가요? 아니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인가요?(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오지랖인가요? 아니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인가요?(2)"

<지난 호에 이어>

물에서 놀란 가슴은 비가 많이 와도 겁을 내고 깊지 않은 수영장을 가도 가슴이 두근거려서 수영장 근처에도 가지를 않았는데 팬데믹으로 한동안 못 가보던 수영장을 가게 되자 수영장 안에는 그다지 사람이 많지가 않아서 수영장 한 라인에서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가 있다고 생각이 되어 예약을 하고서는 수영장을 드나든 지 10번째 되는 즈음 드디어 나는 물에 대한 공포를 벗어버리고 어릴 때 수영장을 한 바퀴 돌아오면서 수영을 하던 실력이 다시 빛을 보기를 시작하였다. 


내가 다니던 수영장은 성인전용의 수영장으로 보통 때에는 거의 사람이 없어서 조용했는데 열흘 전 수영장에 들어서니 첫 번째 라인에는 백인 젊은 부부와 예쁜 두 아이가 물에서 노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소리소리 지르며 장난감을 여기저기로 던지는데 장난감 바스켓에 내가 머리를 얻어맞기도 하였으나 별 무게가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무시해버렸는데 아이들은 오랜만에 물 만난 물고기들처럼 신이 나서 물 안으로 점프도 하는데 좀 신경이 거슬리기도 하였지만 이 아이들도 팬데믹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가 왔을까 생각을 해보며 그냥 좀 심하게 떠든다고만 생각을 하고는 그날 수영을 마치고 집에를 왔다.


그리고 두 번째 이 아이들은 보게 된 것은 8일째였다.


그날도 아이들이 심하게 장난을 치는 데 조금 불편하여서 10번만 수영을 하고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었다.


그리고 사흘 전 동양인 여자 한 사람이 7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수영장으로 들어오는데 갑자기 밖에서 직원 한 사람이 뛰어오더니 동양 여자에게 뭐라고 말하는 것 같더니 잠시 후 물에 들어오려던 동양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수영장 밖으로 나가 버렸다. 


나는 뭐지? 라고 궁금해하다가 수영을 마친 후 밖으로 나가던 길에 프런트 데스크에 있는 직원에게 아까 동양 여자가 왜 수영을 못하고 나간 것이냐고 물어보자 직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성인전용 피트니스이고 수영장이라 아이들이 오면 안 된다고 심드렁히 말을 하는데 나는 배도 고프고 집에 돌아가 할 일도 많이 있어서 그냥 수영장을 나오면서 혼자서 쟤네 정말 웃기네!


누구는 들어 와서 수영을 해도 되고 누구는 안된다고? 라면서 혼자 중얼거리고는 말았다.

 

그런데 오늘 저녁을 먹고는 예약된 수영을 하러 갔는데 첫 번째 라인에 그전에 두 번씩이나 보았던 백인 남자하고 그 예쁜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수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수영을 하면서 뭔가 잘못된 것을 느끼며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물속에서 걸어 나와 수영복 차림으로(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몸매를 가릴 생각도 못 한 채) 피트니스장을 가로질러 씩씩한 걸음으로 프런트 데스크를 찾아가서 매니저 좀 만나자고 하니 지금 매니저가 없단다. 


그럼 부매니저는 누구냐고 물어보니 저쪽 사무실 쪽으로 웃통을 벗어젖힌 근육질의 남자가 손을 들면서 나 여기 있소! 하길래 (내가 참으로 겁도 없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수영복 차림으로 피트니스를 누비고 다니며 예쁘고 몸매가 날씬한 젊은 친구들이 운동을 하는 그쪽에 신경도 쓰지를 않고) 그쪽으로 가까이 가 너는 지금 내가 여기에 왜 왔다고 생각을 하나? 라고 질문을 하자 글쎄?


그럼 네가 볼 때 내가 어떤 인종인 것 같으니?라고 물어보자 그 웃통 벗은 잘생긴 아시안 청년이 아시안이라고 대답을 한다.


그래 그럼 너는 어느 민족이니? 라고 물어보니 자기는 일본사람이란다. 


그래 그럼 그리고 그 옆에 프런트를 지키다가 뭔 일인가 싶어 가까이 와있는 아프리칸 아메리칸 청년에게 너는 어느 민족이니? 라고 질문을 하자 나는 블랙이란다.

 

그래 너희 생각에는 여름 내내 아니 겨울까지도 시애틀 다운타운에서 아니 전국에서 시위를 했는데 왜 시위를 한 것 같으니? 라고 질문을 하자 아프리칸 아메리칸 청년이 왜냐하면 블랙라이프 매터(Black Life Matter)란다. 


그래서 이 청년들에게 지금 블랙라이프만 문제가 아니라 아시안라이프도 매터라고 설명을 하며 너희들 여기에서 왜 일하니? 라고 묻자 어안이 벙벙해서 서 있는 것을 너희들 며칠 전에 동양 여자가 남자아이 데리고 들어와 수영하려고 물속에 발을 디뎠는데 당장 그 자리로 뛰어와 여기는 성인전용이라며 물속에서 나가야 한다고 하며 내보냈잖아? 라고 질문을 하며 지금 저 수영장 안에 첫 번째 라인에 있는 아이들은 오늘로 내가 세 번째 보는 건데 이건 뭐지? 라고 물어보자 젊은 청년이 하는 말 테크니컬리 아이들이 수영을 하면 안 되는데 아니 들어올 수 없는데 라며 자기들이 금방 가서 얘기를 할 테니까 알았다며 들어가서 수영에 열중하란다.


나는 그래 부탁해!라고 말 한 후에 다시 수영장으로 돌아오려는데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피트니스에서 운동하던 청년들이 거의 다 벗은 수영복 차림의 나를 쳐다보는데 나는 얼굴에 미소까지 띠며 마치 수영복 입고 미인대회 심사받는 자세로 사뿐사뿐 걸어서 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까지 해주며 여유 있게 수영장으로 돌아와 수영하면서 옆자리의 아이들이 빨리 퇴장하기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35분이 지났는데도 이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빠는 동네 수영장을 전세를 낸 것처럼 떠들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나는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직원들이 너무나 괘씸해서 수영을 그만두고 급하게 샤워를 한 후 심호흡을 가다듬고는 목소리를 쫘악 깔고 프런트 데스크로 나가서 매니저를 찾으니 매니저는 지금 없단다.


그럼 나는 지금 중요한 얘기를 해야 하는데 누구하고 얘기를 할까? 라고 질문을 하니 아까 그 동양 청년이 자기가 부매니저란다.


그래서 나는 다시 목소리 쫙 깔고서 너 여기서 돈 버는 것만 네 사명이 아니야, 네가 여기서 일하면서 우리의 소수민족의 권리를 찾아가는 것도 네가 할 일인 거야! 알아?


너희가 내가 말했을 때 금방 와서 저 아이들과 아빠를 내보낸다고 하고서는 그냥 놓아두는 이유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내가 다시 한번 얘기해줄게.


너희가 며칠 전 동양 여자하고 아이에게는 당장에 나가라고 해서 그 아이는 수영장에 발에 물만 묻히고 되돌아갔거든. 


너희가 지금 당장 저 남자와 아이들을 내보지 않으면 나는 인종차별 건으로 너희 헤드오피스에 연락을 해서 너희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어볼 것이며 나는 지금 일이 많아서 너무 바쁘지만 내 일을 제쳐놓고라도 이일을 끝까지 밀고 나갈 거야!


이게 말이 되는 거야? 라고 말을 하니 아니, 지금 자리에 없다던 매니저가 안에서 쑥 나오더니 아무 말도 없이 수영장 쪽으로 급하게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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