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생명(1)" -시애틀한인커뮤니티칼럼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생명(1)" -시애틀한인커뮤니티칼럼

밤에 이메일을 보면 안 되는데 잠들기 10분쯤 전화로 연결되는 이메일을 보게 되면서 꼬박 날을 새웠다.


아니 어떻게 된 걸까? 

밤이 늦어서 전화하기도 그렇고? 

어찌할까 아니 괜찮은 걸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다는 이야기인지?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정답이 나오지 않으며 결국은 몸을 뒤척뒤척 대며 밤을 꼬박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샤워를 하려는데 오히려 몸은 고단해서 물먹은 솜뭉치처럼 무거운데 정신은 머리가 하얗게 빈 것마냥 맑고 깨끗해져 있었다.


사무실에 나갈 때에는 항상 옷 색깔을 밝게 입고는 출근을 하는데(워낙에 매일 만나는 고객들이 어렵고 힘들고 거친 사람들이니 상담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상대방들에게 밝은 기운을 주고 싶어서) 오늘은 옷 색깔이 어떤지 생각을 해볼 겨를도 없었다.


대충 걸쳐 입고 일단은 사무실로 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무실에는 직원들이 몇몇 안 되게 나와 있다가 서로들 아침 인사를 하는데 나를 보더니 모두들 묻는다. 


레지나, 괜찮은 거야? 

어쩌지?

별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걱정하지마?


사실 나는 글쎄 별일 없을 거야 라고 대답을 하면서도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리며 가슴한 가운데가 무엇인가 뭉쳐있어서 숨이 막히는듯한 느낌이 들며 당장 누군가라도 건드리면 내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일단 내 자리로 와서 병원으로 전화를 돌렸다.

 

하버뷰 병원으로 다이얼을 돌리며 교환원이 환자 이름을 대라고 묻는데 아니 웬일인지 환자 이름이 생각이 나질 않는 거다.


아니, 나하고 몇 년을 매주 만나던 나의 고객 이름이 별안간 생각이 나지를 않으며 더듬거리면서 이름과 성을 바꾸어 대답을 하니 전화를 받던 교환원이 네가 찾는 사람의 정확한 이름을 다시 주어야만 네가 찾는 사람에 대하여 얘기를 해줄 수 있단다.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는 컴퓨터를 열어 내 고객의 정확한 이름과 생년월일을 주고 나니 너의 고객이 지금 중환자실에서 있으니 지금은 뭐라고 대답을 해줄 수 없으니 환자가 의식이 돌아오는 대로 연락을 해주겠다며 내 사무실 전화번호와 이동전화 번호를 주고는 전화를 끊고는 서류를 뒤적거리며 모든 서류를 점검하기 시작하였다.


지금까지 4년간 나하고 00고객과의 만남은 한 주에 한 번씩의 만남이었는데 그동안의 어쎄스먼트(일지)들이 기록이 잘되어있는지? 


혹시라도 기록되어져야 할 상황이 빠진 상황은 없는지? 


환자의 정신상태 기록은 제대로 기록되어있는지? 


환자가 먹는 약은 제대로 처방을 받고 있었는지?


꼼꼼히 살펴보니 한 달에 4번씩 일 년이면 48번의 상담기록들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이 제대로 기록되어있었고 또한 정신과 의사의 처방을 받고는 약을 모니터링하는 내 고객이 살고 있는 하우징 케이스 매니저들하고도 통화를 해보니 내 고객에게 아침 7시에 한번 저녁 5시에 한번 약을 주며 약을 먹는 것까지 확인을 한 상태여서 복용하는 약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점이 없었는데 라면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 생각들이 아주 많았다.


며칠 전 아니 한달 전부터 내 고객이 살고 있는 하우징 매니저들의 리포트가 지속적으로 연락이 왔었다.


레지나 아무래도 너의 고객 00의 행동이 이상하니 의사들에게 말해주어서 확인을 해주어?


물론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우리 사무실 상주 정신과 의사들과의 미팅에서 며칠 후 환자인 내 고객을 만나러 가기로 했었다.


내 고객은 어느 날 새벽 아침 일찍이 눈이 빨갛게 충혈된 상태로 6층 자기 방에서 새벽에 하우징 프런트 데스크로 내려와 밤새도록 누군가가 자기를 불러대서 잠을 못 잤다며 자기 방에 있는 사람을 쫓아 보내 달라고 이야기를 하였단다.


그 보고를 받은 이틀 후 내 고객 몸이 350파운드 6피트 4인치의 아프리컨 어메리컨 00이 아침 일찍이 6시 30분경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 맨몸으로 로비에 내려와 누군가가 자기 옷을 다 빼았아 갔다며 보고를 하는데 나는 그날 이 보고를 전해 듣고는 DCR(Designated Crisis Responder)에다 신고를 하고는 2시간 후 나는 내 고객을 정신과 치료를 강제로 집행해달라는 공문서를 작성해서 DCR로 보내고는 그 이후 내 고객은 정신병원에서 머물며 한 달간 치료를 받으며 새로운 약도 처방을 받고는 다시 정신이 맑아져서 한달 후에는 자기가 머물던 하우징으로 돌아올 수가 있었다. 


그 이후로 내 고객은 예전처럼 평소와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었는데, 며칠 전 하우징에 불이 났다는 보고와 연락이 온 회사 이메일을 보니 불이 난방은 다름 아닌 내 고객 00가 살고 있는 방이었다.


아침 일찍이 하우징 케이스 매니저에게 연락을 하니 레지나, 지금 네 고객 00가 방에 불을 놓아서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이 거의 다 타버렸는데 다행히도 사람은 다치지 않고 경보가 울리면서 물줄기가 천장에서 쏟아져 내려 불이 금세 진화가 되었는데 아무래도 너희 고객 000가 다시 재발이 된듯하니 꼭 다시 병원에 입원을 시켜야 할듯하다는 보고서였다.

 

이날도 급히 서둘러서 내 고객이 살고 있는 하우징으로 방문을 하며 내 고객을 찾으니?


프런트 데스크를 지키고 있던 직원이 자기들이 방에 소화기를 뿜어대고 물을 뿌려서 방이 엉망이라 머무를 수가 없는데에도 그 000가 그 방 안에서 나오질 않으니 어찌하면 좋겠냐는 하소연이었다. 


나는 프런트 데스크에 직원에게 내가 올라가서 말을 해볼 터이니 일단은 기다려 달라고 하니? 직원은 혼자 올라가 보는 게 불편하면 함께 올라갈 사람을 붙여준다고 한다.


나는 내 고객을 만난 기간이 오래되었기에 잘 알고 있는 사이라 별일이 없으리라 생각을 하며 일단 혼자 올라가 보겠다고 얘기를 하고는 6층 내 고객 방을 찾아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다른 거주자들이 무엇이 그리 신났는지 서로가 나에게 사건을 이야기를 하느라 바쁘다.


이 아파트에 함께 거주하는 정신지체자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를 아는 체를 하며 요즈음 000가 이상하단다. (자기들은 일반인이라고 생각하는지 내 고객 000가 너무 이상하단다?)


6층에 도착하여 000의 방의 문을 두드리니 내 고객이 문을 열어준다.

내 고객 방에 들어가니 방안이 엉망이다.


방바닥에는 많은 동전들이 카펫을 깔아놓은 듯이 널려있고(이 친구는 동전이 생기기만 하면 바닥에 뿌려둔다. 몇 번씩이나 그리하는 이유를 물어보아도 대답은 안 하고 바닥에 동전들을 뿌려둔다.


먹다 만 음식들이 소화기가 뿜어대던 하얀 거품에 덮여 있고 방바닥은 흥건히 물이 고여있고 침대 역시 물세례를 받아 흠뻑 젖은 상태인데 내 고객은 방 한구석 의자에 앉아서 망연히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나를 발견한 내 고객 000는 금방 눈시울이 빨개지며 나에게 변명을 한다. 


레지나, 나 너무 미안해서 어쩌지?

그래 그렇지!

잘못한 것을 아는구나!


그래도 다행인 것은 다른 방으로 불이 번지지 않고 너 역시도 다치지 않아서 불행 중 다행인데, 그런데 000 왜 불을 낸 것이지? 


나의 질문에 내 고객은 자기도 잘 모르겠는데 왜 불을 냈는지? 그럼 지금 내가 너를 어떻게 도와줄 수가 있을까? 질문을 하니 제정신을 찾은 듯한 내 고객 000는 나를 바라보며 레지나, 나 여기 이 아파트에서 그냥 살게 해줄 수가 있을까? 라고 질문을 한다. 


나는 물론이지! 그런데 일단 이방은 우선 치우고 정리를 해야 하니 오늘은 다른 곳으로 가서 지내면 어떨까? 라고 질문을 하니 내 고객 000는 소화기가뿜어낸 물에 다 젖은 이불을 가슴에 끌어안으며 얘기를 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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