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봄은 봄인데...” - 시애틀한인뉴스커뮤니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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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칼럼] “봄은 봄인데...” - 시애틀한인뉴스커뮤니티칼럼

계절로 보면 지금이 분명히 봄인데 날씨는 봄 같지 않다. 옛말에 -춘래불사춘- “분명히 봄이 왔는데 날씨는 봄 같지 않다”라는 뜻이다. 요즘 날씨가 그렇다. 우리처럼 나이가 든 사람은 아침저녁으로는 겨울옷을 입어야 하고 낮에는 봄철 옷을 입어야 한다. 젊었을 적에는 겨울에 아무리 추워도 내복을 입지 않았다. 특히 군에 입대하여 강원도 추운 지방에 근무할 때도 얇은 내복과 팬티에 군복만 입고 지냈다. 젊음이 좋다는 것을 요즘 새삼 느끼게 된다. 요즘엔 코로나바이러스 팬더믹으로 인해 우리(은퇴자)는 밖에서 지내는 시간이 거의 없다. 기껏해야 아침 일찍 근처 공원에 가서 한 시간 정도 걷다가 돌아온다. 늦게 가면 사람들이 많아서 우린 주로 아침 일찍 갔다가 점심시간 전에 돌아온다. 연초록색을 띠던 나무들이 요즘엔 제법 초록색으로 변하고 있다. 역시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자연은 그것에 맞춰 꽃을 피우고 잎을 무성하게 만든다. 자연의 법칙은 곧 하나님의 법칙이므로 한 치의 착오도 없다. 특히 우리가 사는 워싱턴주는 상록(Evergreen)의 특혜를 받아 늘 산과 들판이 푸르다. 미국의 50개 주를 거의 다 다녀봤지만, 워싱턴주만큼 자연이 아름답고 좋은 곳이 없다. 특히 봄철에는 온갖 꽃들이 피어 더욱 좋고 아름다워서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런 좋은 곳에서 사는 것이 큰 복이다. 그래서 하나님께 감사한다. 미국 사람들과 세상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하와이에서도 살아 봤지만 여기 만큼 좋지는 않다. 하와이는 늘 더운 곳이라 지루하다. 물론 여행으로 2주 정도 지내기는 아주 좋지만 오래 사는 곳으로는 마땅치 않다. 하와이에서 5년 정도 살았는데 연방 공무원으로 근무를 한 까닭으로 별로 계절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이곳으로 이주를 하여 거의 50년을 살고 있다. 그래도 이곳이 좋아서 다른 곳으로 이사할 생각이 없다. 더 나이가 들면 고국(한국)으로 돌아가서 살 생각도 하고 있는데 현 한국의 정치와 사회체제가 맘에 들지 않아서 생각 중이다. 이곳이 좋아서 우리가 묻힐 장지도 이미 마련했으니 그냥 여기서 이 생명 다하도록 지낼 생각이다. 하늘나라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고국에 한번 가보고 싶은데 요즘엔 코로나바이러스 만연으로 여행이 까다롭고 어렵다. 봄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렀다. 하여간 봄은 좋은 계절이고 새 생명이 다시 살아나는 계절이다. 우리 인간도 봄이 오면 새로운 희망으로 한 해를 맞을 준비를 한다. 옛말에도 일 년의 계획은 봄에 세운다고 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만연으로 인간들의 고개는 좀 처져 있지만 아름다운 봄은 우리를 산뜻하게 맞이하고 있다. 그래서 산천을 바라보면 잔잔한 미소가 나도 모르게 피어난다. 이곳은 한국처럼 4계절이 분명해서 더욱 좋다. 이제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가 우거지고 산천은 짙은 녹색(pure dark green)으로 덮인다. 가을이면 잎들이 갈색과 홍색으로, 혹은 노란색으로 변한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가을 단풍을 바라보며 우리는 인생을 뒤돌아보게 된다. 어쨌거나 지금은 분명히 봄인데 봄 같지 않고 여전히 춥다. 언제나 만화방창한 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요즘에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를 들으면서 아침 식사를 한다. 아침 햇빛이 창을 통해 들어와서 더욱 분위기가 좋다. 여전히 봄은 우리를 흥겹고 신나게 만든다. 그런데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봄은 봄인데 날씨는 봄 같지 않다. 한낮에는 분명히 봄인데... 아침저녁으론 아직도 겨울 같은 봄 날씨이다. 이런 봄도 조금 있으면 금세 지나가고 곧 여름이 온다. 세월은 참으로 빨라서 활시위를 떠난 화살 같다고나 할까? 그런 세월 속에 우리가 살고 있으며 얼마 후엔 우리도 여기서 사라진다. 우리 부모님도 그렇게 가셨고 우리 또한 그렇게 돌아갈 것이다. 세월을 이기는 장수는 없다고 하더니 우리 주위에서 작년에 세상을 떠난 분들이 많다. 우리 교회에서도 여러 노인이 이미 하늘나라로 갔다. 희망의 봄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좀 우울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어쨌거나 봄은 새로운 약속으로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금년 봄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봄의 소리 왈츠가 활기차고 멋있게 울려 퍼지는 봄철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가 아름답고 신나는 봄을 맞으면서 건강하고 신실하게 살아가는 한 해가 되어서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희망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히브리서 11장 1절)라고 성경에 쓰여 있다. 그런 믿음과 희망을 가슴에 품고 소망과 기쁨이 충만한 봄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한 “봄의 교향악”이 이 땅과 하늘 가득히 울려 퍼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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