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앉으려니 항공사 '좌석선택 수수료' 횡포…美상원 일침
5개 항공사, 2018∼2023년 17조 원 챙겨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항공사 5곳이 '좌석 선택 수수료' 명목으로 최근 6년간 120억 달러(17조 원)을 챙긴 것으로 집계됐다고 미국 CNN 방송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이날 상원 국토안보 및 정부업무 위원회 산하 조사 상임소위원회 보고서를 인용해 "좌석 선택 수수료가 더욱 비싸지고 범위도 넓어졌다"며 이렇게 전했다.
보고서는 "이 5개 항공사는 엑스트라 레그룸 좌석(다리를 뻗을 공간이 넉넉한 좌석), 통로 좌석, 창측 좌석, 그리고 심지어 좌석 위치 선택에까지 승객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며 부모가 미성년 자녀와 함께 타고 가려고 해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위원회 보고서가 지적한 5개 항공사는 유나이티드, 스피릿, 델타, 프런티어, 아메리칸이다.
예를 들어 엑스트라 레그룸 좌석에 이들 회사가 매기는 추가수수료는 작년 기준으로 각각 최대 319달러(44만6천원), 299달러(41만8천원), 264달러(36만9천원), 141달러(19만7천원), 140달러(19만6천원)였다.
보고서는 과거에는 좌석 선택 수수료가 항공권 가격에 포함돼 있었으나 이들 항공사는 이를 분리청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항공사들이 기내 휴대 수하물 수수료를 승객들로부터 받아내기 위해 혈안이 된 실태도 지적했다.
이를 위해 초저가 항공사인 프런티어와 스피릿은 작년과 재작년에 합계 2천600만 달러(360억 원)를 현장 근무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런티어 직원의 경우 게이트에서 승객이 수수료를 내고 기내 휴대 수하물을 반입하도록 하면 건당 최대 10달러(1만4천원)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또 일부 항공사들은 요금 중 일부에 '비과세 수수료'라는 명목을 붙여서 연방 세금을 피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 델타나 아메리칸 같은 항공사들이 불리해졌다고 지적했다.
소위원회는 다음달 4일에 이들 5개 항공사 관계자를 출석시킨 가운데 "항공사 수수료에 관해 새로 밝혀진 내용"에 관한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미국 교통부는 13세 미만 자녀와 함께 탑승하려는 부모에게 항공사들이 좌석 선택 수수료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개정하자고 작년 3월에 제안했으나 아직 시행은 되지 않고 있다.
다만 알래스카, 아메리칸, 프런티어, 제트블루는 교통부 권고에 이미 따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2월 의회 시정연설에서 항공권이나 공연·경기 티켓 등의 원래 가격에 더해 '예매수수료', '서비스료' 등 이런저런 명목으로 추가되는 '잡수수료'(junk fee)를 제한하고 업체들이 수수료를 포함한 총 가격을 제대로 표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앉아서 가려는 가족들에게 항공사들이 좌석 선택 수수료를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당시에 밝혔다.
solatid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