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美 관세위협에 항생제 등 의약품으로 대응 검토

유럽, 美 관세위협에 항생제 등 의약품으로 대응 검토

미, 일부 필수의약품 유럽 의존 커…인도적 논란 따를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미국의 관세 위협에 대응해 유럽연합(EU)이 항생제 등 필수의약품을 맞대응 카드로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의 군사·경제 안보를 위협할 경우 이런 품목들을 활용해 미국을 압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논의가 EU 내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항생제, 방사성의약품, 심장박동 조절기 등을 주로 EU 국가들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방침을 놓고 미국과 협상을 벌여온 EU는 그간의 협상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본격적인 맞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2일부터 사전 예고한 대로 모든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고, 상호 관세 방침도 예고했다. 미국은 관세 위협과 별도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인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방위비 증액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EU는 미국을 상대로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미국산 무기 구매도 확대하겠다면서 달래기에 나섰으나 별 효과가 없자 미국에서 유럽 의존도가 높은 필수의약품을 지렛대로 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2021년 EU 집행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 '전략적 의존과 역량'에는 이렇게 미국이 EU에 필수적으로 의존하는 품목 260개가 제시돼 있다. 이 목록에는 필수의약품인 항생제, 심장박동 조절기(페이스메이커), 고품질 철강 등이 포함됐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방사성의약품 대부분은 독일에서 생산되고 있고, 유럽산 기계류가 없다면 반도체 호황도 없다. 고품질 강철은 미국이 아니라 독일에서 생산되며, 항생제도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이 외교관은 "유럽 지도자들은 우리가 그렇게 약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이런 의존을 무기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미 압박용으로 필수의약품의 수출 통제를 꺼내 드는 것에는 인도적 차원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필수의약품은 인도적 목적에 따라 EU의 대(對)러시아 제재에서도 제외돼 있다.

하지만 EU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점만 보여줘도 트럼프 행정부엔 충격요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카드라는 관측이 나온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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