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추가관세' 트럼프 위협에…각국 '핵심산업 사수' 안간힘

'안보 추가관세' 트럼프 위협에…각국 '핵심산업 사수' 안간힘

韓·日·EU, 협상 잰걸음속 '영국식 합의' 희망…"산업규모 달라 재현 힘들 것"
미, 전방위 협상 압박…블룸버그 "EU, 보편관세 수용하되 핵심품목 면제 추진"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가안보 품목관세' 위협에 대응해 핵심 산업을 사수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 등은 품목관세가 모든 수출품에 적용되는 '상호관세'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영국처럼 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품목관세에서 양보를 얻어내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품목관세 결정을 위해 실시한 조사 결과를 곧 백악관에 제출한다고 보도했다.

특정 수출품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몇주 안에 품목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품목관세는 미국이 모든 국가에 이미 적용하고 있는 '기본관세', 7월 8일까지 부과가 유예된 '상호관세'와 별도로 매겨지는 것이다.

상무부는 목재, 구리, 핵심광물, 의약품, 반도체, 전자기기 등을 품목관세 대상으로 보고 실태를 조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품목관세는 상호관세가 추가 유예 없이 발효될 경우의 시점인 오는 7월 9일 동시에 부과될 수도 있다.

각국은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협상 중인데, 품목관세 문제가 협상 타결을 지연시키고 있다.

이미 시행 중인 자동차(25%)와 철강·알루미늄(50%)에 대한 품목관세는 한국과 일본, EU 국가들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향후 발표될 수 있는 반도체와 휴대전화 및 컴퓨터 등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는 한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의약품 관세는 한국과 EU, 인도에, 목재 관세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몇몇 정부는 품목관세 면제 조항을 놓고 협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중요 제품의 미국 내 생산능력을 키우겠다면서 밀어붙이고 있는 품목관세에 있어 얼마나 유연성을 보일지는 불분명하다.
 

각국은 미국이 지난 5월 영국과 처음으로 무역협정을 타결하면서 자동차, 철강 관세를 일부 양보한 것을 주목하고 '영국식 합의'를 모색해왔다.

미국은 당시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를 연간 10만대에 한해 기존 25%에서 10%로 낮춰줬고,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품목관세도 조정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미 당국자들은 영국식 합의가 재현되기는 힘들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은 연간 미국에 10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할 뿐이지만 한국과 일본, EU의 수출량은 연간 350만대에 달해 관세를 추가하지 않으면 미국 자동차산업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영국 사례가 다른 국가에 대한 선례나 틀이 되지는 않는다는 뜻을 비공식적으로 언급했다고 NYT는 전했다.

관세를 지지하는 미국 내 여론도 트럼프 행정부가 품목관세에 있어 획기적인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타국의 핵심 산업을 겨냥한 미국의 관세 압박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 제약업계는 미국이 수출한 의약품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해 미국에 피해를 주는 국가로 한국을 지목하고 나섰다.

제약업계 로비단체는 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무역 협상을 지렛대로 삼아 한국의 약값 정책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일본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관세 유예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시사하면서 일본에 관세 관련 서한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미국산 자동차를 적게 수입한다고 불평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쌀 수입도 거론하며 "일본이 대량의 쌀 부족을 겪고 있는데도, 우리의 쌀을 수입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EU는 수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의 기본관세를 수용하되 제약, 술, 반도체, 민항기 등 핵심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EU가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효과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할당량(쿼터) 및 면제 조치를 도입하도록 미국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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