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독트린' 된 미치광이 전략…적대국엔 잘 작동 안 해"

"'트럼프 독트린' 된 미치광이 전략…적대국엔 잘 작동 안 해"

BBC 분석…나토 국방비 증액 등 동맹국 상대로는 일부 효과
푸틴엔 지지부진…이란도 장기적으로 핵무기 획득 추구 전망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할 수도 있다. 안 할 수도 있다. 내가 어떻게 할지 아무도 모른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이란 핵시설 공습 여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하루 뒤인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2주 안에 공격 여부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시점을 못 박은 것은 아니지만 당장 며칠 내로는 공습 명령이 없을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틀 뒤인 21일 미군의 B-2 전략폭격기가 이란 핵시설에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했다.

'관세 폭탄'으로 시장을 뒤흔들었다가 물러서는 행태의 반복으로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라는 별명마저 얻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예측불가능성을 만방에 유감없이 펼쳐 보인 순간이었다.

영국 BBC방송은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불가능성에 기반한 '미치광이 전략'으로 세계질서의 전환을 도모하는 방식을 분석했다.

집권 1기부터 대내외 정책 결정에 있어 예측불가능한 개인적 성향을 십분 활용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는 예측불가능성을 국가수반의 외교노선을 뜻하는 독트린의 수준으로 격상시켰다는 것이다.

BBC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트럼프에 대해 가장 예측가능한 점은 예측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자기 생각을 바꾸고, 자기 말을 부인하며, 일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피터 트루보위츠 런던정경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트럼프는 리처드 닉슨 이후 어쩌면 가장 중앙집권적인 정책 결정을 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정책 결정은 트럼프의 성격, 선호, 기질에 점점 더 좌우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은 동맹국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국방비를 올리는 데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나토에 대한 유럽 회원국의 기여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각국의 미적지근한 대응 속에 거의 진척이 없다가 집단방위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 아닌 협박에 대부분 GDP 대비 3%도 안 됐던 국방비를 5%까지 대폭 인상하기로 한 것이다.

2월 말 백악관을 찾았다가 고마워할 줄 모르냐는 타박으로 굴욕을 맛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결국 미국과 광물개발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적대국에서는 미치광이 전략도 잘 먹혀들지 않는 모양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설득과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매우 실망했다"며 좌절감을 드러냈다.

이란 역시 당장은 핵시설 피격에 반격을 자제한 채 숨죽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핵무기 획득으로 억지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BBC는 "이란의 핵시설 공격 결정이 트럼프 2기 집권 들어 아마도 가장 예측불가능했던 정책 결정"이라며 "바라던 효과를 가져오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윌리엄 헤이그 전 영국 외무장관은 역효과를 전망하면서 "이란이 핵무기를 더 추구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데쉬 미 노트르담대 국제관계학 교수도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독재자로서 몰락한) 사담 후세인과 무아마르 카다피의 교훈은 미국(의 위협)과 정권교체 가능성에 직면한 다른 독재자들에게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이란은 후세인과 카다피는 부정적 사례로, (핵무기를 개발한) 김정은은 긍정적 사례로 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기적으로는 동맹국으로부터 성과를 취할 수는 있어도 '신뢰받는 중재자'로서의 미국 입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첨을 좋아하고 단기적 성과를 추구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예측불가능성 독트린'의 핵심적 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BBC는 분석했다. 상대국이 확실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파악하게 되면 오히려 속임수를 쓰는 데 제한이 생긴다는 것이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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