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년만에 희비 엇갈린 트럼프-민주당…내년 의회선거 영향은

대선 1년만에 희비 엇갈린 트럼프-민주당…내년 의회선거 영향은

'안보경력' 중도성향 민주 여성후보 2人, 주지사選서 공화후보에 낙승

민주, '무당파 포섭'이냐 '맘다니식 진보 강화'냐 재집권 전략 고민할듯

트럼프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중도층 싸늘한 민심 확인…셧다운 대응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4일(현지시간)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민심의 풍향계가 될 것으로 보였던 버지니아주와 뉴저지주의 주지사 선거에서 반(反)트럼프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 민주당이 여유 있게 승리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국정 운영에 비판적인 민심이 세를 형성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11월5일 대선과 연방 의회 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1년만에 치러진 트럼프 2기 첫해 '중간고사' 성격의 선거에서 민주당에 매서운 반격을 허용한 양상이었다.

우선 지난 1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무력했던 민주당이 이번 승리를 동력으로 당을 재정비한 뒤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으로부터 의회 권력을 되찾아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할 역량을 확보할지 주목된다.


이날 치른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에비게일 스팬버거 전 연방 하원의원이,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마이키 셰릴 연방 하원의원이 각각 당선됐다.

이번 주지사 선거는 미 전국 50개 주 가운데 동부 지역의 두 곳에 불과하지만, 연방 상·하원 의석이 걸린 내년 11월 중간선거 전초전 성격이 있고,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라 주목받았다.

미국 정치권과 언론은 민주당이 최근 몇차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 '블루스테이트'(blue state)로 분류되는 버지니아와 뉴저지의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에 득표율에 주목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20년 대선 때는 버지니아에서 10%포인트, 뉴저지에서 16%포인트 차로 트럼프 대통령을 따돌렸지만,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출마해 패배한 작년 대선 때는 그 격차가 각 주에서 6%포인트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와의 득표율 차이는 스팬버거 전 의원 15%(95% 개표율), 셰릴 의원 13%(95% 개표율)다.

민주당이 격차를 크게 벌린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정책에 대한 비판에 메시지를 집중한 전략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불만이 많은 유권자를 투표소로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연방정부 셧다운이 최장 기록을 세우면서 각종 복지 서비스와 정부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가운데 이 사태에 일부 책임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민심이 곱지 않다는 게 확인됐다.

CNN 출구조사에서 버지니아 유권자의 57%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졌는데 스팬버거에 투표한 유권자 중에는 그 비율이 92%였다. 뉴저지도 비슷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 패배를 일찌감치 예상한 듯 공화당 후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았으며 선거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는 늘 대선 1년 뒤에 치러졌는데 그간 버지니아에서 대통령과 같은 정당의 주지사가 선출된 일은 지난 48년간 한 번뿐이었으며 뉴저지는 40년간 한 번뿐이었다.

그럼에도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행정부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상당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일방적으로 추진해온 각종 정책을 완화하거나 수정하라는 압박을 당 안팎으로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5일부로 역대 최장인 36일째에 접어든 셧다운 사태의 '출구' 모색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사실상 문을 닫아뒀던 민주당과의 대화에 나서게 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번 선거는 내년 중간선거와 3년 뒤 대선 승리 전략을 고민하는 민주당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아 보인다.

현재 민주당에는 성전환자 권리 같은 문화적 의제보다는 경제, 범죄, 이민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다뤄 중도층을 포섭해야 한다는 주장과, 새로운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오히려 더 왼쪽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전자는 민주당 내 중도파로 분류되는 스팬버거 전 의원과 셰릴 의원의 승리로 입지가 강화되고, 후자는 무상보육과 부유층 증세를 공약으로 내세운 '진보 아이콘' 맘다니 후보의 승리를 근거로 더 목소리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민주당이 재집권 전략을 모색하는 가운데 당내 좌파 성향 계파들은 생활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젊은 유권자를 흥분하게 하는 맘다니의 능력을 당이 추구해야 할 방향으로 여긴다고 보도했다.

다만 민주당 내 다수는 맘다니가 표방하는 '민주사회주의'가 선거 승리에 필수적인 중도층에 호소하기에는 너무 급진적이라고 보며, 맘다니의 당선이 내년 의회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민주당의 원로인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끝까지 맘다니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았으며, 중도 성향의 민주당 유권자 일부는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맘다니에 패배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를 지지했다.

반면 주지사에 당선된 두 여성 후보는 모두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인식되는 안보 분야에서 탄탄한 경력이 있으며 민주당 내 중도파로 분류된다.

민주당은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8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탈환했을 때도 격전지에 안보 부문이나 군 경력이 있는 여성 후보들을 전략적으로 투입했는데 스팬버거와 셰릴 둘 다 그 선거에서 이겨 하원에 입성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스팬버거 전 의원은 중앙정보국(CIA)에서 근무했고, 셰릴 의원은 헬리콥터 조종사로 해군에서 9년을 복무했다.

두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에도 여전히 높은 물가 등을 지적하며 유권자가 체감할 수 있는 경제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한편, 이날 민주당은 캘리포니아주 연방하원 선거구 임시 조정안인 '2025년 캘리포니아주 제안 제50호' 주민투표에서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텍사스주에서 공화당의 연방하원 의석을 늘리기 위해 선거구 조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한 '맞불' 성격의 이번 캘리포니아주 선거구 임시 조정안은 찬성 다수로 통과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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