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민 단속에 미국 거주 20만 우크라인 '추방 공포'

트럼프 이민 단속에 미국 거주 20만 우크라인 '추방 공포'

인도적 체류 허가 갱신 안 돼…자진 출국한 우크라이나인도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지난 6개월간 끊임없는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미국을 떠나야 한다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쌓아 올려야 하겠죠."

전쟁 발발 이후 고국을 떠나 인도적 체류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거주해왔던 우크라이나인 약 20만명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으로 추방 위기에 놓였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 기준 인도주의적 체류 허가가 만료된 미국 내 우크라이나인은 약 20만명에 달한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을 수용하기 위한 인도적 체류 허가 프로그램인 '우크라이나를 위한 연대'를 도입, 전쟁 초기 2년간 약 26만명이 미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2기 출범 직후 이 인도적 체류 허가 프로그램의 신청과 갱신 처리를 중단했다.

지난 3월에는 이 프로그램으로 입국한 우크라이나인들의 체류 허가 취소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5월 미국 연방법원은 체류 허가 갱신 절차를 재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판결 이후 트럼프 행정부 이민 당국은 우크라이나와 다른 국적자들의 체류 갱신 신청서 중 약 1천900건만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에 따라 체류가 연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의 사각지대에서 버티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카테리나 골리즈드라(35) 씨는 지난 5월 체류 자격이 만료됐고, 이에 자동으로 추방 위기에 처했다. 그는 일하던 호텔에서도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골리즈드라 씨는 지난 6개월 동안 "햄스터 쳇바퀴를 돌리는 것 같이 끊임없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미국 이민 당국에 붙잡혀 추방될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과 두려움에 떨면서 실내에 머무르거나 자진해서 미국을 떠난 우크라이나인들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을 떠난 이들은 캐나다나 유럽, 남미로 향했다. 이미 러시아군에 의해 파괴된 우크라이나의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민주당 소속 마이크 퀴글리 하원의원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우크라이나인 200명 이상이 자신의 사무실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청 절차를 완료하지 못했거나 전체 절차를 끝내지 못했다면 추방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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