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AI 훈련용 '짜가 사이트' 구축 성행…지적재산권 우회 시도
스타트업들이 기존 쇼핑몰·항공사·이메일 등 인기 사이트 흉내내 만들어
이용자 대신 예약·구매·연락 등 할 수 있도록 훈련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훈련시키는 데 쓸 수 있도록 아마존, 에어비앤비, 지메일 등 인기 서비스들을 본떠 만든 사이트들을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앞다퉈 구축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에 걸쳐 발달한 AI 챗봇은 이제 이용자가 질문하거나 지시하면 그에 답하고 검색하고 자료를 정리하는 업무에는 능숙해졌다. 하지만 아직 이용자가 지침을 내리면 AI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그에 수반되는 여러 단계를 거쳐서 과업을 완수하는 일까지는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비서직이나 화이트칼라 사무직의 전형적인 일상 업무는 현재로서는 간단한 일조차 AI에 맡기기엔 무리다.
일정과 취향을 감안해서 여행이나 식사 예약을 잡거나, 여러 사람들이 참석해야 하는 회의 일정을 조율해 회의실 예약까지 끝내놓거나, 조건을 다각도로 비교한 후 물품을 발주하는 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신 인공지능 기술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기업인 '발스 AI'의 최고경영자(CEO) 라얀 크리슈난은 뉴욕타임스(NYT)에 "기업들이 이 에이전트들에게 원하는 것과 현재 이들이 할 수 있는 것 사이에 큰 격차가 존재한다"며 "현재 이 시스템들은 유용하게 쓰기에는 너무 느리다. 그냥 직접 클릭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오픈AI, 구글, 아마존, 앤스로픽 등 주요 AI 챗봇 서비스 업체들은 AI가 화이트칼라 사무직의 일상 업무를 하는 능력까지도 갖추도록 하는 것을 다음 목표로 삼고 있다.
이 회사들은 시행착오와 그 결과에 따른 보상을 통해 AI에게 학습을 시키는 '강화학습'(reinforced learning)이라는 기법을 동원하고 있다.
초기에는 항공사 사이트, 인터넷 쇼핑몰, 음식 배달 서비스, 엑셀 입력 등 실제 사이트에서 인간 이용자들이 마우스와 키보드를 조작하는 움직임 데이터를 일단 AI의 기초 학습 데이터로 사용한 후, 이를 통해 AI가 어느 정도 적응을 하면 AI가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쳐 과업 수행을 시도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제 사이트를 AI 강화학습에 이용할 경우 특허 등 지적재산권 침해 시비가 걸리기 쉽다.
게다가 아마존닷컴과 에어비앤비 등의 사이트들은 온라인 봇의 정보 수집을 금지하며, 특히 봇이 반복적인 작업을 계속하는 경우 이를 업무방해로 간주해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달에 아마존은 AI 챗봇 스타트업 '퍼플렉시티'에 대해 이런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실제 세계에서 널리 쓰이는 아마존, 에어비앤비, 지메일 등을 흉내 낸 사이트 앱을 만들어서 주요 AI 챗봇 서비스 업체들에게 제공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있다고 NYT는 소개했다.
로버트 팔로가 창업한 '플레이토'(Plato), 디브 가그가 창업한 'AGI', 존 치앤이 창업한 '메이트리시즈'(Matrices)가 이에 해당한다.
팔로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모든 소프트웨어와 웹사이트를 재현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을 훈련시켜 그 일들을 수행하게 하고 인간보다 더 잘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치앤은 "AI가 각 작업을 완수하기 위해 어떤 방식들이 가능한지 온갖 방식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사이트 구축 목적을 설명했다.
AGI는 지난 여름 유나이티드항공 사이트 'united.com'과 브랜드 이름과 로고까지 똑같은 '가짜 사이트'를 만들었다가 항공사 측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후 부랴부랴 수정하기도 했다.
다만, 항공편·호텔·렌터카 예약을 위한 버튼과 메뉴, 마일리지 조회와 할인상품 소개를 위한 링크 등은 똑같이 유지했다.
가그는 "훈련을 시킬 때는 수천 개의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동시에 실행해 웹사이트를 탐색하고 다양한 페이지를 방문해 온갖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을 원할 수밖에 없다"며 "실제 웹사이트에서 그렇게 하면 차단당하게 된다"고 NYT에 설명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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