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튜버 하딩 "한국 전통문화, 다큐로 만들어 세계에 알릴게요"

美유튜버 하딩 "한국 전통문화, 다큐로 만들어 세계에 알릴게요"

'케데헌' 속 한국 전통문화 분석 영상으로 화제…세계샤머니즘학회 서울대회 참석차 방한

"'K-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 전통문화에 보내는 러브레터"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한국을 방문해 보고 들은 전통문화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전 세계에 알릴 계획입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에 담긴 한국 전통문화와 미술사적 상징을 분석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미국 미술사 유튜버 레베카 하딩(25)은 지난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24∼27일 서울 서강대에서 열린 세계샤머니즘학회(ISARS) 학술대회에 초청돼 처음 한국을 방문한 그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한국 역사와 문화에 보내는 러브레터'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영화 속 무속과 검무, 일월오봉도 등 다양한 전통문화 요소를 한국 미술사와 연결해 주목받았다.

하딩은 유튜브 채널 '어 브러시 위드 베카'(A Brush with Bekah)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로, 구독자 약 70만 명, 누적 조회수 3억 회를 돌파했다. '케데헌'에 담긴 한국 전통 미술, 무속 신앙, 색채 이론을 심도 있게 분석한 영상으로 글로벌 팬들로부터 화제가 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K-팝 데몬 헌터스'를 처음 봤을 때 첫인상은 어땠나.

▲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예고편만 봤기 때문에 어떤 영화인지 감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전체를 보고 나니 작품의 완성도와 치밀하게 설계된 구성에 완전히 감탄했다. 정말 많은 생각과 정성이 담긴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큰 영감을 얻었다.

-- 미국인으로서 이 작품을 깊이 연구하게 된 이유는 뭔가.

▲ 정말 멋지고 훌륭한 작품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유튜브에서 미술사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언제나 작품 속에 숨겨진 미술사적 요소를 찾아다니는 습관이 있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흔적들이 조금씩 보였고, 깊이 연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 작품의 교육적·역사적 가치를 조명하는 목소리를 더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료를 찾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레베카는 서구권에서는 일본과 중국 미술 연구에 비해 한국 미술 관련 자료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오히려 더 큰 호기심과 연구 의욕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 전통 민화 '호작도'(虎鵲圖)를 통해 남자 주인공 '지누'(Jinu)를 분석했다. 수백 년 된 풍자가 오늘날 전 세계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하나.

▲ 호랑이와 까치는 오랫동안 권력과 평범한 사람들의 관계를 이야기해 온 상징이었고, 그런 전통적인 이미지를 현대 애니메이션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런 상징은 복잡한 사회적 메시지를 긴 설명 없이도 전달할 수 있다.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지만, 해외 관객에게는 흥미로운 시각적 요소로 다가가며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이런 방식의 스토리텔링이 정말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 오방색이 나전칠기의 빛으로 완성되는 장면을 '조화의 완성'이라고 표현했는데 어떤 감정을 느꼈나.

▲ 사실 이것이 내가 미술사를 공부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나는 역사적인 예술이 현대 콘텐츠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순간을 정말 좋아한다. 이런 작품들은 젊은 세대가 역사와 전통예술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다. 많은 사람이 기술 발전 때문에 전통예술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최신 기술을 활용해 전통예술을 재해석하는 것은 그것을 오래도록 살아남게 만드는 아름다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이런 예술을 보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 AI 시대에 인간 예술가만이 가진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예술을 예술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도'(artistic intent)라고 생각한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우리 손으로 의도적으로 표현하려는 노력, 그것이 예술이다. AI는 그런 의도를 가질 수 없다. 인간의 영혼도 없고, 감정도 없다. 나는 화가이기 때문에 그림을 그릴 때 매우 감정적으로 몰입한다. 내가 만드는 작품에는 영혼이 담겨 있다고 느낀다. AI가 만든 이미지는 결코 그런 영혼을 가질 수 없다.

그는 AI 시대일수록 인간의 창작 의도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술은 예술을 돕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감정과 의도를 담아 작품을 만드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 주인공 루미 뒤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일월오봉도'는 어떤 의미를 갖나.

▲ 영화 전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를 보면 일월오봉도가 정말 곳곳에 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루미의 뒤에 반복적으로 배치된 것은 그녀의 '왕족 같은 존재감'과 동시에 그 지위가 가져오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인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 영화 초반 데몬 헌터들의 의상에서 한국 미술사적 요소를 어떻게 찾아냈나.

▲ 솔직히 말하면 검색창에 정말 별별 단어를 다 입력했다. 의상의 아주 작은 요소들을 하나씩 검색했고, 여성 무관 복식과 검무에 대해서도 많은 자료를 찾아봤다. 무속과 검무의 전통을 발견한 이후부터는 나머지 연결고리를 비교적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레베카는 발표 준비 과정에서 의상과 장신구, 배경 디자인의 작은 요소 하나까지 직접 자료를 찾아가며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의 세부 디자인에 한국 문화가 촘촘하게 녹아 있다는 점이 '케데헌'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 영화의 핵심이 한국 무속이라고 본 근거는 무엇인가.

▲ 매기 강 감독이 직접 그렇게 밝혔기 때문이다. 그녀는 무속 의식을 첫 번째 공연처럼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음악과 춤으로 악귀를 물리치는 개념은 한국 전통문화의 중요한 요소이며, 영화 속 여성 헌터들의 모습 역시 여성 무당의 전통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 '한(恨)'이라는 한국 고유의 정서는 어떻게 세계 관객들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 '한'이라는 감정이 비록 한 단어로 번역하기는 어렵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죄책감, 슬픔, 후회, 상실감, 그리고 치유를 향한 갈망은 어느 문화권에서나 존재한다. 영화는 이러한 감정들을 설명하기보다 악마들의 피부에 남은 흔적과 같은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했고,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그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한국의 고유한 정서인 '한'이 문화와 언어를 넘어 전 세계 관객들에게도 진정성 있게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본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경복궁에 가기 위해 서둘러 자리를 떠난 그는 "미국에서 일본·중국 미술에 비해 한국 미술이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며 "한국 미술사를 지속해 소개하겠다"고 강조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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