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인력난 허덕…"투자 프로젝트들 지연 가능성"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 보고서…"2030년까지 15만7천명 부족"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미국 내 반도체 숙련인력 부족이 삼성전자의 텍사스 공장을 비롯한 대규모 미국 반도체 투자 프로젝트가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함께 컨설팅사 맥킨지가 작성한 '반도체산업 전국 인력 현황 분석' 보고서를 7일(현지시간) 공동 발표했다.
보고서는 2026∼2030년 미국 내 반도체 제조·설계·소재·첨단 패키징 부문에 발표된 3천900억달러(약 596조원) 이상의 투자를 뒷받침하려면 이 기간 약 18만9천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직군별로는 공정·설계 엔지니어가 10만4천300명으로 가장 많이 필요하고, 장비운용 기술직 7만2천400명, 소프트웨어 개발자 1만1천800명 순이었다.
반면 실제 공급 가능한 인력은 엔지니어 1만6천300명, 기술직 8천900명, 개발자 5천800명에 그쳐 직군별 공백은 엔지니어가 8만8천명으로 가장 크고 기술직 6만3천500명, 개발자 6천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모두 합치면 2030년까지 최대 15만7천명의 인력 공백이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수요가 가장 집중될 지역으로는 텍사스,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뉴욕, 오하이오, 오리건, 아이다호가 꼽혔다.
이 지역에는 삼성전자의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투자액 370억달러)을 비롯해 대만 TSMC의 애리조나 반도체·패키징 단지(2천650억달러), 마이크론의 뉴욕 메모리 공장(1천억달러), 인텔의 오하이오 공장(280억달러) 등 대형 투자 프로젝트가 몰려 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팹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보고서를 근거로 이들 프로젝트가 인력난 때문에 가동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전체 인력 수요의 약 74%가 제조 관련 직군에 몰려 있으며, 조사에 응한 기업의 약 4분의 3이 엔지니어 채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매년 배출되는 엔지니어링 졸업생 가운데 반도체 업계로 유입되는 비율은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인공지능(AI) 같은 수익성 높은 소프트웨어 분야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맥킨지의 테일러 라운드트리 파트너는 "충분한 인재풀이 없다는 게 현실"이라며 "격차가 워낙 크다 보니 업계가 공동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자금 지원, 반도체 관련 교육과정 확대, 조기 진로교육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2022년 제정된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국립과학재단은 2027년까지 인력 양성 프로그램에 2억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공장 건설이 이처럼 인력난에 발목 잡히는 배경에는 구조적인 원가 격차도 자리 잡고 있다.
맥킨지의 또다른 보고서 '반도체: 전략적 공급망의 새 지도 그리기'에 따르면 연산 40만장 웨이퍼 규모의 공장을 지을 때 설비를 제외한 건설비는 미국·유럽이 대만의 최소 2배에 달한다.
착공부터 초기 생산까지 걸리는 기간도 대만·중국은 12∼16개월인 반면 미국·유럽은 통상 24개월이 걸린다.
인건비 역시 대만과 미국 간 원가 차이의 약 50%를 설명하는 요인으로, 이 중 4분의 3은 미국의 높은 임금 수준 때문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정부 보조금이 이런 격차를 상쇄하는 핵심 변수라며 독일이 TSMC 자회사인 ESMC에 투자액의 절반 가량을 지원한 사례처럼 웨이퍼당 보조금이 명확할수록 격차 완화 효과가 크다고 짚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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