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된 제한적 확전"…이란, 트럼프 양보 얻으려 승부수 던졌다
전면전 촉발 않고 갈등 심화…'트럼프엔 압박만 통한다' 인식
무역로 교란·에너지 인프라 위협으로 미국·걸프국에 경제적 고통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이란이 '계산된 제한 확전' 전략으로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대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양보를 얻어내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3일(현지시간) 이란이 결정적 군사 승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면전을 촉발하지 않는 선에서 충돌 범위를 확대하는 전략을 통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이런 분석은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정부 관계자들과 분석가들로부터 나왔다.
이에 따르면 이란은 중동의 무역로, 해상 항로, 에너지 인프라를 압박 지점으로 삼아 대치에 따른 비용을 꾸준히 증가시키면 지구전에서 미국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로 하여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란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보다 위기를 억제하는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 이란의 목표다.
만약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커지는 것을 미국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충돌이 페르시아만 지역을 넘어 더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 전에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던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을 교란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한 후, 이란 측은 어떤 해상 병목 지점도 예외가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란은 홍해 통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인프라를 위협함으로써 미국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동시에 세계 교역 보호 비용을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다.
한 페르시아만 지역 소식통은 이란 측이 전쟁을 확대하고 압박을 키우면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양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이란 측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트럼프는 이란 측을 강하게 타격해 협상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란은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른 중동 분쟁에 깊이 말려드는 것을 꺼리는 점을 기회로 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의 한 고위 소식통은 이란 지도부가 "유연성을 보이려고 했던 과거의 시도가 워싱턴의 더 큰 압박만을 낳았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의미 있는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지렛대를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트럼프는 양보를 약점으로 해석하며, 오로지 압박에만 반응한다'는 것이 이란 측의 평가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합의를 확보하기 위해 임박한 공격을 취소했다고 말한 후 이란과의 회담이 3일에 열릴 것이라고 했으나, 이란 측은 현재 미국과 회담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과 이란 사이 갈등의 핵심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향후 관리 문제가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오만은 자발적 이용료 부과 방안 등을 포함한 걸프 국가들의 해협 관리 제안을 이란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란은 해협에 대한 행정 권한과 선박에 서비스 요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은 호르무즈가 이란의 통제에서 자유로운 국제 수로로 남아야 한다며 요금 부과에 반대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란의 압박전 때문에 그런 전략의 논리를 반영한 결과가 뒤따랐다"며 역내 국가들과 서방 국가들이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보다는 무역로와 에너지 인프라 보호에 점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가 새로 부상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해상 연합이다.
걸프 지역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는 이란과 직접 맞서는 것이 아니라 상선 호위, 정보 공유, 해상 교통로 보호에 초점을 둔 방어적 틀이다.
이란은 미국의 군사력에 직접 맞설 수는 없지만, 각국 정부와 해군이 방어 태세를 취하도록 강제함으로써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든,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이든, 그 밖의 지역이든, 새로운 위협이 추가될 때마다 세계 교역 흐름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원은 늘어나게 된다.
이번 대결은 본질적으로 누가 더 오래 버티는지 겨루는 지구전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이 세계 교역과 에너지 시장에 대한 반복적 교란을 견디는 것보다 이란이 경제적 압박을 더 오래 견딜 수 있다고 이란 지도자들은 믿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란의 전략에는 외교적 목표도 있다.
이란 측은 필요할 때 위기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나중에 협상이 이뤄질 경우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양측 중 어느 쪽도 물러설 의사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지렛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 어느 쪽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분쟁으로 소용돌이칠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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