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출입금지 위헌소송·취재 보이콧…트럼프 "3류 광대들"

백악관 출입금지 위헌소송·취재 보이콧…트럼프 "3류 광대들"

트럼프와 CNN 등 매체 3곳 공방 격화…"언론자유 박탈" VS "암같은 가짜뉴스"

美방송사들 트럼프 유엔연설 등 영상 취재 거부…親트럼프 폭스도 동참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박성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백악관 출입을 금지당한 언론사들이 법원에 소송을 냈다.

CNN, MS나우, 폴리티코는 21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를 정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출입을 회복해달라는 긴급 신청도 제출했다.

이들 언론사는 소장에서 "헌법은 대통령이나 그 밖의 어떤 정부 관리도 단지 보도 내용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통지나 절차 없이 언론의 수정헌법 1조상 권리와 자유 및 재산상의 이익을 박탈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 수정헌법 1조는 '연방의회는 국교의 수립에 관한 법률이나 종교의 자유로운 행사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해서는 안 되며, 언론·표현의 자유 또는 국민이 평화롭게 집회하고 고충의 시정을 정부에 청원할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도 제정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CNN과 함께 백악관 방송 공동취재단(풀단)을 운영하는 ABC, CBS, NBC와 폭스뉴스는 이날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순번제로 취재해 내·외신에 제공하는 풀 취재를 중단했다.

방송 취재단은 성명에서 "국민은 정부에 관한 정확하고 독립적인 정보를 제공받는 데 중대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며 "어떤 행정부도 특정 언론사의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언론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5개 주요 방송사의 취재 중단 '보이콧'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담은 영상은 이들 방송사가 소유한 미 전역의 TV 네트워크에 송출되지 않는다. 우파 진영 소규모 방송 매체나 유튜브 채널로는 시청할 수 있다.

당장 오는 22일 뉴욕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을 미국 방송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이날 전용 헬기 '마린원'에 탑승할 때 진행한 헬기장 완공 기념식에서도 풀 마이크가 없어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출입금지 조처를 둘러싸고 이들 매체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논쟁과 공방은 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들 매체와 기자들을 "암처럼 자라난 가짜뉴스", "3류 광대" 등으로 비하하며 해당 조처를 번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게시글에서 "백악관은 내가 소중히 여기는 자유 언론에 대한 공격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백악관은 우리가 사랑하는 미국에서 암처럼 자라난 가짜 뉴스에 대한 공격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뉴스는 부패했고, 의도적이며, 만연해 있고, 완전히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라며 "이는 우리의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다. 지금 당장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다른 게시글에서는 이번 소송을 예상했다면서 패소하더라도 항소하겠다고 밝힌 뒤 자신의 집무실(오벌 오피스)이 "글이나 보도를 통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폄하하는 3류 광대들에 의해 더럽혀져서는 안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번 소송이 집권 1기 당시 CNN 짐 아코스타 백악관 출입기자의 출입금지 조처에 제동을 건 짐 켈리 판사에게 배정됐으며 "그(켈리 판사)는 불행하게도 트럼프에 의해 임명됐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며, 나는 미국이 번영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시의 뉴욕시장 관저 그레이시 맨션에서 조란 맘디니 시장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해당 매체들이 "공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이 가짜뉴스라면 나는 그들을 아주 특별한 집(백악관)에 들어오는 것을 차단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출입금지 조처가 이란 전쟁과 고유가에 대한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었느냐는 질의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회견장에 많은 기자들이 모인 것을 두고 맘다니 시장이 "대통령께 모든 매체 소속 기자를 불렀다고 말했고, 의견이나 비판이든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부르는 게 내가 믿는 것"이라고 말하자 "그들이 나를 보이콧하겠다고 했지만 그들은 한번도 보이콧한 적이 없기 때문에 흥미롭다. 그래서 나는 (보이콧을) 걱정하지 않는다. 이 모든 언론을 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일 이들 3개 매체에 대한 백악관 출입 금지를 선언한 데는 최측근 참모인 나탈리 하프 보좌관의 '언론 보도 보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하프 보좌관은 우파 성향 TV 진행자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밀착 수행하며 그의 구술을 받아 적어 트루스소셜 게시물로 올리거나 언론 보도를 출력해 보고하는 역할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기성 언론과의 전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처럼 여러 언론사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인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전했다.

앞서 AP 통신은 백악관 내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출입 금지를 당했다가 소송을 제기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이 소송에서 AP에 대한 출입 금지 사유는 '멕시코만(灣)'을 '미국만'으로 표기하라는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미 국방부도 출입 기자들에게 '비(非)인가 또는 인가받았지만 통제된 정보'를 토대로 한 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확약서 서명을 요구했다가 이를 거부한 내·외신 매체들의 펜타곤 출입을 금지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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