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붐 놓쳤던 美 시카고, 양자컴퓨팅에 베팅…대규모 투자
옛 US스틸 제철소 터에 R&D 단지 'IQMP' 조성
일리노이주비 5억달러 투입…콜로라도주 볼더와 경쟁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수십 년 전 테크 붐을 놓쳤던 미국 제3의 도시 시카고가 양자컴퓨팅을 기회로 보고 베팅에 나섰다.
미 중서부 최대도시인 시카고 지역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철강산업으로 번영을 누렸으나,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나 워싱턴주 시애틀 등과 달리 전자·반도체·컴퓨터·디지털·인터넷 산업에서는 기회를 놓쳤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기사에서 최근 공사가 시작된 '일리노이 양자·마이크로전자 파크'(IQMP) 계획을 소개했다.
이 연구개발(R&D) 단지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시의 '사우스 사이드' 지역 호변에 있는 옛 US 스틸 사우스 웍스 제철소 터에 건설되고 있다.
일리노이주와 시카고시는 IQMP를 미국 최고의 양자컴퓨팅 단지로 만들기 위해 콜로라도주 볼더 등 다른 도시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역 지도자들은 이 계획을 통해 시카고를 차기 첨단기술 시대에 진입시키고 일리노이주의 경제성장을 가속화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했고 주비로 5억달러(약 7천650억원)를 댄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주가 위험을 무릅쓰고 큰 투자를 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서 기업들이 IQMP에 투자키로 약속한 금액이 50억 달러(7조6천500억 원)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시카고 지역은 사립 시카고대, 주립 어배너-섐페인 일리노이대(UIUC), 아르곤 국립연구소,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 등이 있어 양자물리학과 공학 연구의 기반이 탄탄하다.
IQMP 프로젝트의 최고경영자(CEO)인 할리 존슨 어배너-섐페인 일리노이대(UIUC) 공대 교수는 이달 공사 현장에서 "현재 우리(시카고 지역)는 엄청난 수의 과학자와 공학자를 (미국 서부와 동부의) 해안 지역으로 내보내고 있다"며 "그 모든 인재를 유지하는 산업을 창출하는 것"이 이 단지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앞서 시카고대는 2021년 관련 분야 스타트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최초로 양자 기술 액셀러레이터를 설치했다.
시카고대는 또 양자 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학계와 기업을 연결해 상업화를 촉진하는 '시카고 양자 거래소'(Chicago Quantum Exchange)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최근 기업들의 입주와 장비 반입도 본격화하고 있다.
단지 내의 거의 완공된 건물 중 한 곳에는 사이퀀텀(PsiQuantum)이 개발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컴퓨터 중 하나가 들어설 예정이다.
올해 여름에 부품이 도착하기 시작하면 사이퀀텀 측은 내년 초 혹은 그 전에 이곳에 설치된 양자 컴퓨터의 성능 평가 테스트를 시작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용량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피트 섀드볼트 사이퀀텀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상업적 목적에 쓸 수 있을 정도로 큰 기계를 제작하는 것은 아마도 2020년대 말이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BM은 IQMP에 자사 양자 컴퓨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세계 곳곳에서 이미 10여대를 가동 중이다.
IBM은 이곳에 연구팀과 컨설팅 사업부를 함께 두고 2030년까지 750명을 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정부 자금 지원을 받는 연구 건물 2개 동의 건설도 계획돼 있다.
이 건물에서는 학계와 기업 엔지니어들이 양자 컴퓨터 구동에 필요한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를 연구하게 된다.
프랑스, 호주, 미국 콜로라도주 등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들도 이 단지에 양자 컴퓨터를 설치하고 R&D를 수행하기로 했다.
존슨에 따르면 현재까지 기업들이 이 단지에서 창출하기로 약속한 정규직 일자리의 수는 약 1천 개다.
그는 5∼10년 내에 현장에 수천 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IQMP 단지 조성은 침체한 지역 사회에 새로운 경제 엔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옛날에는 시카고 지역 제철소들이 수만 명을 고용했으나, 1980∼1990년대에 걸친 인력 감축과 폐쇄 후 끝내 회복되지 못했다.
이 지역에서 자랐으며 단지 서쪽에서 조그만 빵집 '치코스 오븐'을 운영하는 호르헤 페레스(53)는, 제철소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동네가 회복될 가망이 없다며 가게를 팔아버리라고 권했을 때 자신이 "여기에 뭔가 일어날 것 같아요. 오고 있어요"라고 답한 적이 있다며 "그 일이 일어나는 데 32년이 걸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의 비즈니스를 기대하며 '양자 도넛'이라는 이름의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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