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美 불평등 극심화…부자는 더 부자, 부촌은 더 부촌


AI로 美 불평등 극심화…부자는 더 부자, 부촌은 더 부촌

국내총생산 중 노동자 몫 79년만에 최저

최근 3년간 상위 20% 가구 소비증가율, 나머지 80%의 3배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인공지능(AI)으로 인해 개인간·가구간·지역간 빈부 격차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저명한 경제학자들, 헤지펀드 거물들, 진보 성향 정치인들 사이에서 "AI가 잠재적으로 파괴적인 정치적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불평등의 화약고를 만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국가 간 번영 격차 연구로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수상한 대런 아세모글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WP에 보낸 이메일에서 "AI는 훨씬 더 많은 억만장자를 만들어낼 수 있고, 동시에 많은 가구의 실질소득을 낮출 수도 있다. 자동화가 육체노동자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사회적 평화와 민주주의의 바로 그 토대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 진심으로 두렵다"고 덧붙였다.

유명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그레그 젠슨 최고투자책임자(CIO)와 니르 바르 데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부가 집중되고 불만이 확산하면 호황은 나쁜 결말을 맞는다. 산업혁명 후 공산주의와 파시즘의 발호, 그리고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글로벌화에 대한 포퓰리스트적 반발만 봐도 알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현재 미국의 일자리 중 18%가 향후 5년 내에 AI에 밀려날 수 있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인용하면서 미국 정부가 AI 사용에 세금을 부과하고 AI로부터 나온 부를 모두에게 재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WP에 따르면 불평등은 AI 등장보다 훨씬 전부터 존재해온 현상이긴 하지만, AI로 인해 불평등이 더욱 극심해질 수 있다는 조짐이 뚜렷하다.

오픈AI와 엔비디아 로고
오픈AI와 엔비디아 로고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올해 S&P 500 지수 상승분의 대부분은 AI 관련 회사들의 주가 상승이 차지했다.

미국의 소득 상위 20% 가구들이 미국 주식시장의 부(富) 중 거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고소득자들이 가장 큰 이득을 봤다.

무디스 애널리틱스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상위 20% 가구의 소비 증가율은 하위 80%의 약 3배였다.

이 회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잰디는 이에 대해 AI로 쌓은 부 덕택에 부자 미국인들은 소비가 늘어났으나 물가상승 탓에 나머지 사람들의 구매력은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격차는 계층별뿐 아니라 지역별로도 명확하다.

WP가 인용한 앤트로픽 데이터에 따르면 AI 사용 비율은 부가 집중돼 있는 샌프란시스코 광역권, 그리고 뉴욕, 워싱턴, 시애틀 광역권의 도시 지역에서 가장 높고, 낙후 지역인 미시시피, 웨스트버지니아, 노스다코타 등에서 가장 낮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크 뮤로 연구원은 AI로 인해 지역별 경제 격차가 더욱 커지고 고착화될 공산이 크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빈부격차와 자본소득-근로소득 불평등은 역사상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노동통계청(BLS)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 산출 중 임금·급여·복리후생비 등 보상을 합한 이른바 '노동자 몫'의 비중은 올해 1분기 53.7%에서 2분기 52.9%로 하락했다.

 

이는 해당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47년 이래 역대 최저치 기록이다.

뉴욕연방준비은행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 산출 중 노동자 몫의 비중은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20세기 말까지 63% 안팎에서 상당히 안정적으로 움직였으나, 2000년대 초부터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급락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투자 이익을 얻는 기업들과 개인들의 몫은 커졌다.

경제학자들은 AI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벌어지기 시작한 이 격차의 원인과 규모를 두고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격차가 수십 년간, 특히 2020년 이후 더 확대돼 왔다는 점에는 대부분이 동의한다.

요즘은 AI로 이 문제가 더 악화하고 있으며 심지어 노동자 봉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경제 연구자들이 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아세모글루와 공동연구자 2명은 최근 AI 관련 일자리 감소와 불평등으로 노동자의 국민소득 몫이 더 줄어들 경우 반란을 촉발할 수 있다는 이론적 시나리오를 담은 연구 초안을 공개했다.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과정생인 가이 리히팅어와 세예드 호세이니는 최근 진행 중인 연구 논문에서 AI가 공동 번영의 유토피아적 미래로도, 극심한 불평등 경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정부와 의회의 책임을 강조했다고 WP는 전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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