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톨릭 행사서 "신이 날 살려"…"해리스 불참은 무례"


트럼프, 가톨릭 행사서 "신이 날 살려"…"해리스 불참은 무례"

연례 자선 만찬 참석…해리스는 영상메시지 통해 트럼프 공격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가톨릭계 행사에 참석해 지난 7월과 9월 자신을 겨냥한 두 차례의 암살 시도로부터 목숨을 건진 것은 신의 섭리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시에서 열린 가톨릭 연례 자선기금 모금 행사인 제79회 '알 스미스 연례 만찬'에서 행한 연설에서 지난 7월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아 귀를 다친 일을 거론한 뒤 "그것이 행운이었나, 아니면 하나님이 한 일인가"라며 "나는 하나님이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참석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나는 우리가 하나님과 그의 신성한 은혜에 의해 얼마나 축복받는지에 대해 새삼 매우 감사한다"며 "(하나님의 은혜가 없었다면) 나는 여기 서있지 못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선이 열리는 해마다 양당 후보들이 참석해 상대 후보를 조롱하는 농담을 섞어 연설하는 전통이 있는 이 행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경쟁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불참한 데 대해 가톨릭 공동체에 대해 "매우 무례"한 처사였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 바로 전에 이 행사에 불참한 민주당 대선 후보는 월터 먼데일(1984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과 맞붙은 후보)이었다면서 그가 전체 50개 주 가운데 49개 주에서 패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이날 이 행사에 참석하는 대신 위스콘신주에서 유세를 했던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그녀는 러닝메이트(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함께 사냥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조롱성 농담을 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총기 소지에 대한 헌법적 권리를 지지하나 규제는 필요하다는 입장임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자신이 취미로 사냥을 즐긴다는 사실을 누차 강조한 것을 비꼰 발언이었다.

해리스 부통령도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토론에서 총기 보유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취임 전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것이라며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말했다.

또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이 연설을 후딱 마치라고 했는데, 그것은 뉴욕시가 이 공간을 텍사스에서 (뉴욕으로) 온 불법 이민자 집단을 위해 예약해 두었기 때문"이라며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최대의 공격포인트인 불법이민 문제를 건드리는 농담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행사 도중 공개된 영상 메시지를 통해 "누가복음에 따르면 신앙에는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빛을 비추고 평화의 길로 우리의 발을 인도하는 힘이 있다"며 "오늘 만찬의 정신 안에서 분열을 넘어 이해와 공통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아울러 해리스 부통령은 "가톨릭 신자들을 조롱하는 것은 디트로이트에서 디트로이트를 비판하는 것과 같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일격'을 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가톨릭 신자들은 정신 감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행사에서 해리스 후보가 이기면 "미국이 디트로이트 같은 꼴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동시에 공격한 발언이었다.

알 스미스 연례 만찬은 전통적으로 대선 후보들이 초청 대상이었다.

2016년 행사 때는 당시 대선에서 맞붙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참석했고,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행사 때는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으로서 재선을 노리고 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화상으로 나란히 참석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의 알 스미스 만찬 불참 입장이 공개된 지난달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나는 그녀가 가톨릭 친구들의 무엇을 반대하는지 모르지만 확실히 그녀는 가톨릭에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썼다.

낙태권 찬반과 관련한 해리스 부통령과 가톨릭의 입장 차이 때문에 해리스 부통령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담은 글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주 '전국 가톨릭 리포터'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의 가톨릭 유권자 사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에 5% 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PBD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 "역사상 누가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갔나"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비꼰 뒤 "그는 전쟁이 시작되도록 하지 말았어야 했다"(He should never have let that war start)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전쟁의 책임을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공하며 전쟁을 시작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대신, 친서방 기조를 견지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돌린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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