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군 차세대 전투기, 머스크 희망대로 무인기로 대체되나
공군, 연말로 계획한 전투기 사업자 선정 트럼프 행정부로 미뤄
무인기 도입시 머스크 사업 이익 전망…공군은 완전 전환에 저항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에서 전투기를 조종사가 필요 없는 드론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그 여부가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공군은 기존 F-22 스텔스 전투기를 대체할 '차세대 공중우세'(NGAD) 전투기 사업자를 올해 말에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그 결정을 차기 행정부로 연기한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유인 전투기를 계속 개발할지, 이번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주장대로 무인 전투기로 전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엑스(X·옛 트위터)에서 "드론의 시대에 유인 전투기는 쓸모없다"고 했으며, 재사용이 가능한 드론은 쓰면 조종사를 두는 데 필요한 비용 없이 전투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도 "우리는 (유인 전투기에서) 드론으로 즉각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다른 트럼프 측 인사들도 동조했다.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결정은 수십억 달러 상당의 무기 계약을 따내려고 경쟁하는 방위산업 기업들의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WSJ은 2021년부터 벤처 투자자들이 군사용 신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1천30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투자액의 상당 부분이 자율 드론과 이를 운용하는 소프트웨어에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군사용 드론을 만드는 앤듀릴 같은 스타트업은 록히드마틴처럼 유인 전투기를 생산하는 전통적인 방산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머스크는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테슬라와 드론 통신에 필요한 군사용 위성과 무인우주선을 개발하는 스페이스X를 운영하고 있으며 앤듀릴을 비롯한 방산 분야 스타트업과 긴밀한 관계다.
게이츠 전 의원의 처남은 앤듀릴의 창립자인 파머 러키다.
이 때문에 이해당사자인 머스크가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머스크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위해 2억달러를 넘게 썼으며, 현재 당선인의 비공식 고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또 다른 드론 옹호자인 비벡 라마스와미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에서 신설되는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 예정이다.
라마스와미는 지난 4일 애스펀 안보 포럼에서 "미국의 방어와 안보를 정말로 개선하고 싶다면 우리는 드론과 극초음속 미사일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군은 유인 전투기와 완전히 없애려는 시도에 오랫동안 저항해왔다고 WSJ은 설명했다.
F-35를 비롯해 공군기의 시험비행을 감독하는 한 공군 장성은 예측할 수 있는 미래에 드론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그 위커트 공군 준장은 지난 4일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우리가 로봇화된 전쟁에 완전히 의존할 수 있는 날이 언제 올 수도 있겠지만 한 세기는 더 남았다"며 "우리는 테슬라의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얼마나 오래전부터 생각했나"라고 말했다.
드론이 관심받는 이유 중 하나는 유인 전투기의 비용 문제다.
미군이 현재 운용하는 F-35 전투기는 생산 지연, 비용 초과, 설계·소프트웨어 문제 등에 계속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F-35를 주문한 우방국들과 관계와 F-35 생산에 따른 경제적 이득을 보는 지역 정치인들의 지지를 고려하면 F-35 프로그램 자체를 취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때 F-35의 고비용을 비판하고 자기가 더 낮은 가격을 협상했다고 자랑했으나 전투기의 역량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머스크와 스타트업들은 이미 한창 생산 중인 F-35보다는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를 겨냥할 가능성이 있다고 WSJ은 관측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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