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도파업 초읽기…공급망 혼란·인플레 악화 우려 확산
철도, 미국 화물운송 27% 담당…"하루 손실 2조8천억"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미국 철도가 노사 협상 결렬로 파업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파업 발생 시 극심한 공급망 혼란으로 가뜩이나 심각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문제가 한층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철도 노사 양측이 15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해 파업이 일어나면 1992년 이후 최대 규모의 철도 파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철도 노동자 12만5천명가량이 파업에 참여하고, 장기 노선 화물열차 하루 7천대가 멈춰 설 것으로 예상됐다.
전미철도협회(AAR)는 철도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하루에 20억달러(약 2조8천억원)에 이를 것이란 추산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미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23조달러(약 3경2천83조원)였고, 이를 일평균으로 환산하면 630억달러(약 88조원)다.
철도는 2020년 기준 미국 내 화물 운송의 26.9%를 담당, 트럭(45.4%)에 이은 제2의 화물 운송 수단이다.
철도 화물의 절반가량은 소비자들에게로 가는 최종재이고, 나머지 절반은 석탄, 자동차 부품, 농산물 등과 같은 원자재나 중량 화물이다.
식료품 가격이 미국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고, 상품 가격이 서비스에 비교해 그나마 안정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철도 파업은 미국 인플레이션에 상당한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웰스파고 은행의 사라 하우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상품 인플레이션이 정말로 가장 안도할 수 있었던 분야"였다며 철도 파업으로 사정이 바뀌면 인플레이션 상황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특히 철도가 해상운송과 육상운송을 연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컨테이너선이 아시아와 미주 간 화물을 실어나르면 기차가 이 화물을 내륙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예컨대 아시아 공장에서 만든 상품을 컨테이너선이 미국 항구에 내려놓으면 기차가 이 상품들을 시카고나 캔자스와 같은 내륙 교통 허브로 운반한다.
또 반대로 기차가 여기서 옥수수, 밀 등 미국산 곡물을 실어 항구로 나르면 컨테이너선이 이 곡물들을 아시아로 운송하는 식이다.
철도 운송의 대안으로 트럭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트럭으로 대체가 여의치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트럭과 트럭 운전자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철도 파업이 발생할 경우 기존 철도가 담당한 화물을 처리하기 위해서 장거리 운행 트럭이 46만7천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경제 조사·컨설팅사인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는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한다면 공급망이 다시 한번 혼란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철도 운송이 중단되면 상품 부족이 야기되고 이는 판매와 공장 운영에 충격을 주고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철도 파업으로 여객철도 서비스도 차질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객 철도가 화물운송 철도회사가 소유·관리하는 선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전미 여객철도공사인 암트랙(Amtrak)은 이런 점을 고려해 이미 대륙횡단철도 노선의 운행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프레이밍햄 EPA=연합뉴스) 화물 열차가 14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프레이밍햄 선로 위에 있다. 철도 노조는 철도 노동자와 사측의 임금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17일 3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전역에서 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한 상태다. 2022.09.15 ddy040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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