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 '마스크 실랑이'…각국 대표단 대부분 노마스크
실내 마스크 의무화에도 첫날 총회장서 거의 마스크 안 써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일반토의가 막을 올린 미국 뉴욕시 유엔본부 총회장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각국 대표단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 유엔의 보건 지침이지만, 이제 '노 마스크'에 익숙해진 각국 대표단은 마스크가 거추장스러운 듯한 모습이었다.
원칙적으로 발언을 하거나 식음료를 섭취할 때만 마스크를 벗을 수 있도록 허용했으나, 대부분 참석자는 방청석에서도 맨 얼굴로 각국 정상들의 연설을 청취했다.
회의 시작 전 아예 처음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유엔본부 빌딩에 들어서는 각국 대표단과 유엔 보안 인력 사이에 실랑이도 벌어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총회장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이미 올라탄 '노 마스크' 대표단을 보안요원들이 제지하려는 장면도 목격됐다.
[뉴욕 유엔본부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 사실상 원격 화상회의로 열렸던 유엔총회 일반토의는 지난해에도 대면 연설과 화상 연설을 모두 허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치러졌으나, 올해는 3년 만에 완전 오프라인 행사로 복귀했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제외하면 반드시 유엔본부에 와서 대면 연설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150명에 가까운 정상급 인사들이 뉴욕을 방문했고, 정상이 불참하는 중국과 러시아 등 나머지 나라들도 대부분 장관급 인사들을 파견했다.
거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으로 정상화한 모습이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코로나19의 상흔도 엿볼 수 있다.
유엔 사무총장이 각국 정상들을 초청해 주최하는 오찬 행사가 보건 문제로 올해도 열리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엔본부에 입장할 수 있는 각국 대표단은 10명으로, 총회장에 입장할 수 있는 대표단은 6명으로 각각 제한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통상 일반토의가 열리는 '고위급 주간'에는 유엔본부 안팎에서 수십 건의 다양한 외교 부대행사가 열리지만, 올해는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공식 행사가 한 자릿수에 그친다.
보건 문제와 관련해 여전히 엄격한 유엔의 태도는 수행원들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이 몰려오는 이번 유엔총회 고위급주간이 자칫 코로나19의 '슈퍼 전파' 행사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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