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성차별 언행' NBA 피닉스 구단주, 사퇴 의사 밝혀
리그 스타들·구단 부회장·후원사 등 전방위 사퇴 압박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인종·성차별적 언행으로 거센 역풍에 직면한 미국프로농구(NBA) 피닉스 선스의 로버트 사버 구단주가 물러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사버 구단주는 성명을 통해 자신이 소유한 피닉스와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피닉스 머큐리를 인수자를 찾는 절차를 시작했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사버 구단주는 "1년 자격 정지를 통해 개인적 논란을 해소하는 시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며 "그러나 현재 분위기에서는 용서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라고 설명했다.
NBA 사무국은 지난 13일 사버 구단주가 인종 차별적 언어 사용, 여성 직원에 대한 불평등한 대우, 성적 발언, 직원에 대한 가혹 행위 등을 일삼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1년 자격 정지와 벌금 1천만달러(약 140억원)의 징계를 내렸다.
이에 따라 사버 구단주는 구단 운영에 관여하거나 리그 이사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경기장과 훈련장, 사무실 등에 출입할 수 없으며 관련 행사에도 발을 들이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구단 내외적으로 이런 징계가 불충분하다며 사버 구단주의 '리그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리그 최고 스타인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가 트위터로 퇴출을 언급하며 사버 구단주를 강하게 규탄하자, 피닉스의 간판 선수인 크리스 폴도 "만행을 다루기에는 징계가 부족했다고 본다"며 거들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드레이먼드 그린도 자신이 운영하는 팟캐스트를 통해 NBA 구단주들이 리그 규정에 따라 사버 구단주의 퇴출을 놓고 투표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피닉스의 잠 나자피 부회장도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무관용 조치'가 필요하다며 사버 구단주의 사임을 요구했다.
피닉스의 후원사 중 한 곳인 페이팔 역시 사버 구단주가 내려오지 않고 버틴다면 더는 후원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며 압박했다.
2004년 피닉스를 매입한 사버 구단주의 부당한 행동은 지난해 11월 미국 ESPN을 통해 알려졌다.
이후 진행된 NB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버 구단주는 선스와 머큐리에서 일하는 동안 적어도 다섯 차례 'N'으로 시작하는 인종차별 단어를 사용했다.
또 여성 직원들에게 성적인 언행을 하거나 외모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으며, 일부 직원에게 고함을 지르고 욕을 하기도 했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피닉스의 구단 가치는 약 18억달러(약 2조5천억원)로 추산됐다.
이와 유사한 선례로는 2014년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던 도널드 스털링 전 로스앤젤레스(LA) 클리퍼스 구단주가 리그 퇴출에 해당하는 '영구 자격 정지' 징계를 사무국으로부터 받은 적이 있다.
결국 스털링 전 구단주는 팀을 팔기로 했고, 스티브 발머 전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약 20억 달러를 들여 새 구단주로 등극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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