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시작도 전에…미국 제조업 회복 기대 약화
애틀랜타 연은, 미국 경제 1분기 역성장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선을 확대하는 가운데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3을 기록했다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전월(50.9) 대비 0.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시장 예상치도 밑돈 수치다.
이 지표가 기준선인 50을 넘으면 경기가 확장 국면, 밑돌면 수축 국면임을 시사한다.
1월 PMI 지수가 2022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확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제조업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일었지만 한달 만에 기대감이 약화한 셈이다.
주요 세부 지수 가운데 신규 주문 지수가 6.5포인트, 고용 지수가 1.8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반면 가격 지수는 7.5포인트 상승했다.
티머시 피오레 ISM 회장은 "기업들이 새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첫 번째 충격을 경험하는 가운데 수요가 둔화하고, 생산이 안정되고, 감원이 지속됐다"며 "관세로 가속화한 가격 상승이 신규 주문 적체, 공급업체의 납품 중단, 제조업 재고에 영향 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가 3월 중순까지 발효되지는 않지만 현물 상품 가격은 이미 약 20%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5일 발표된 1월 서비스업 PMI 지수는 52.8로 전달에 비해 1.2포인트 하락한 바 있다. 서비스업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한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미국 경제가 올해 1분기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추산해 공개한 성장률 전망모델 'GDP 나우'는 올해 1분기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3%(전기 대비 연율 환산)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증가율 전망치가 종전 2.2%에서 1.3%로 하향되고, 순수출(수출-수입) 전망치가 대폭 하향 조정된 게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수출은 정체하고 수입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추정치는 반영했다. 발표되는 경제 지표 변화에 따라 전망치의 변동 폭이 큰 경우도 잦지만, 월가에선 이번 수정 폭이 이례적으로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지표 발표에 경제 모멘텀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 국채 금리가 크게 하락했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4.2bp 내린 4.138%로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조업체들의 자신감을 짓누르고 있다면서 PMI 가격 지수가 급등한 것은 관세의 인플레이션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뜻한다고 짚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올리버 앨런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나타난 ISM 제조업 지수의 상승세 가운데 적어도 일부는 기업들이 관세 시행 전에 주문을 서두른 영향을 반영한 것인데, 이제 그러한 서두름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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