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나도 총 있다" 고백…총기소지권 옹호론자에 구애
최근 공개석상에서 "아무에게서나 총 빼앗지 않는다" 강조
총기소지 헌법적 권리 인정하되 규제 필요성 강조하는 '타협'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대선을 두 달가량 앞두고 자신의 총기 소유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그간 선거판의 '뜨거운 감자'인 총기규제 찬반 논란에서 더 세밀한 입장을 표명했다.
12일(현지시간) 영 BBC 방송은 해리스 부통령이 지금까지는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자신의 총기 소유 사실을 최근 들어 언급하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0일 생중계된 대선 TV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다 자신이 총기 소유자임을 언급했다.
총기 규제는 미 선거판에서 단골로 등장해온 쟁점이다.
민주당이 총기의 무분별한 소유에 따른 참사를 막기 위한 규제 강화를 주장하지만 공화당은 총기 소유의 헌법적 권한을 강조하며 규제에 반대해왔다.
이번 토론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모두에게서 총을 압수하려 한다"고 공격하자 해리스 부통령은 즉각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와 나 둘 다 총기 소유자"라고 맞받아쳤다.
이는 총기를 소유할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무분별한 총기소지를 규제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총기 소지를 기본권 가운데 하나로 여기지만 규제 필요성에는 동조하는 일부 중도층에 대한 구애로도 읽힌다.
해리스는 "우리는 아무에게서나 총을 뺏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계속해온 그런 거짓말은 그만두라"면서 트럼프 특유의 흑백논리에 휘말리는 것을 차단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총기 규제와 관련한 노선을 이같이 명확히 언급한 것은 이때가 사실상 처음이었다고 BBC는 짚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12일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재차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총기 폭력에서 안전하게 살 자유를 지지한다는 점에서 공격용 무기 금지, (총기 구매자) 신원 확인, 위험인물의 총기 소유를 제한하는 레드 플래그(red flag) 법을 끝내 이뤄내겠다"고 외쳤다.
선출직 공무원이 이처럼 총기 소유주라는 '신상'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BBC는 전했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은 언제, 어떤 이유로 총기를 소유하게 됐는지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이던 시절 민주당 측근이었던 윌리엄 로키어는 검사들이 총기를 소유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라면서 "나도 8년간 거의 매일 같이 협박받았다"고 말했다.
총기 소지권과 규제 필요성에 대한 해리스 부통령의 이 같은 세밀한 입장 표명은 그간 공화당이 과거 해리스 부통령의 과거 총기 규제와 관련한 발언을 놓고 딴지를 걸어온 가운데 나온 것이다.
당시 발언은 해리스 부통령이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주자로 경쟁하던 시절인 2019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총기 규제 정책 중 하나인 되팔기 방안과 관련해 "나는 의무적 총기 환매 프로그램을 지지한다"고 말했는데, 이를 놓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는 게 공화당의 주장이다.
newglas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