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미니멀리즘 거장 스텔라 별세…포스코 앞 '고철꽃' 유명세
한통에 1달러짜리 가정용 페인트로 그린 '블랙 페인팅'…단숨에 세계적 돌풍
추상적 표현주의에 도전장…"미니멀리즘 시대 이끈 혁신가"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임지우 기자 = 미니멀리즘을 선도한 미국 유명 회화 작가인 프랭크 스텔라가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올해 87세인 그의 사인은 림프종이다.
스텔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미술계를 대표한 인물로 색상과 형태를 끈질기게 탐구한 혁신가라고 NYT는 설명했다.
평면적이고 단색인 데다 패턴을 적용한 스텔라의 작품은 빌럼 더코닝, 잭슨 폴록 등 1940∼50년대 뉴욕 미술계를 지배했으며 다채롭고 활기찬 화법을 구사한 추상적 표현주의자들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졌다고 WP는 설명했다.
스텔라의 작품은 이러한 추상적 표현주의의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미니멀리즘 시대의 문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다.
1936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몰덴의 이탈리아계 가정에서 태어난 고인은 프린스턴대에서 역사와 미술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이후 그는 대표작이자 당대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작품 '블랙 페인팅' 연작으로 20대에 일찍이 명성을 얻었다.
당시 젊은 예술가를 단숨에 세계적 반열에 올려준 이 작품은 스텔라가 당시 돈을 벌기 위해 주택 페인트공으로 일을 하며 사용하던 붓과 한 통에 1달러짜리 가정용 페인트를 이용해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어두운 색상의 줄무늬 사이에 칠하지 않은 캔버스를 가느다랗게 드러낸 '블랙 페인팅'은 최근까지도 미국 현대 미술사를 대표하는 명작으로 손꼽힌다.
이후 약 50여년간의 예술 활동에서 그는 기존의 틀을 깨는 창의적 발상으로 뉴욕 미술계를 이끌어갔다.
1960년대에는 사각형의 캔버스에서 벗어나 사다리꼴, 오각형, 육각형 등 여러 모양의 캔버스 위에 그린 그림을 처음 선보였으며, 100점 이상의 그림과 판화, 조각 등으로 이루어진 연작 시리즈도 여러 차례 제작했다.
스텔라는 엄격한 형식주의자로서 자신의 작품에서 해석과 의미를 뽑아내려는 모든 시도를 거부해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평소 충분히 잘 만들어진 예술 작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해왔으며 한 인터뷰에서 "지금 보이는 것이 당신이 보는 것 그 자체"라고 말한 것은 그의 미니멀리즘 철학을 상징하는 문구로 자주 인용되기도 했다.
그는 1990년대에는 조각품과 공공예술로 눈을 돌렸다.
대표작으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옥상에 전시됐던 조형물 '메만트라'(Memantra) 등이 있으며, 한국에서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포스코센터 앞에 설치된 조형물인 '꽃이 피는 구조물, 아마벨'로 잘 알려져 있다.
포스코의 의뢰로 제작돼 1997년 설치된 이 작품은 비행기 잔해인 고철 수백 점으로 만들었는데 가까이서 보면 구겨진 금속 덩어리 같지만 멀리서 보면 꽃 한 송이의 형상을 띤다.
이 모양 때문에 설치 당시 예술성을 놓고 논란에 휩싸였으며 시민들의 비난에 한때 이전이 검토되는 등 철거 위기에 놓였었다.
이 작품은 2016년 세계적인 미술 분야 인터넷 매체인 아트넷뉴스가 발표한 '가장 미움받는 공공 조형물 10선'에 포함되기도 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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