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캐리'가 뒤흔든 금융시장…"변동성 축소에도 경계심 여전"


'엔 캐리'가 뒤흔든 금융시장…"변동성 축소에도 경계심 여전"

헤지펀드들, 지난주 엔화 약세 베팅 빠르게 줄여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지난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린 가운데, 주 후반으로 갈수록 변동성은 줄어들었지만 투자자들의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일본은행(일본 중앙은행)의 정책 변경과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촉발된 지난주 시장 급락이 '짧은 진동'에 그친 것으로 보이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에 따른 시장의 취약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멕시코 페소 등 고금리 통화 자산이나 엔비디아·비트코인 등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이며, 그동안 일본의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이러한 공식이 약해졌고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자산 매도세가 나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1990년대부터 이어져 왔고 코로나19 확산 이후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일본은행이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더욱 늘어났던 만큼, 시장에서는 정확한 규모조차 알 수 없는 이 자금 규모를 두고 경계심이 여전한 상황이다.

JP모건은 엔화를 포함한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의 4분의 3이 청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주 밝혔고, 시티그룹 측은 엔 캐리 트레이드가 '위험 구역'을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반면 BNY는 아직 추가 청산 여지가 있다면서 엔/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30% 더 내려가 100엔에 이를 수 있다고 봤고, 스탠다드은행의 스티븐 배로는 "추가 청산 가능성이 있지만 가장 크고 파괴적인 거품은 터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시 미일 금리차 축소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유인이 존재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존스트레이딩의 데이비드 루츠는 "현재로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여전히 시장 모든 것의 진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엔화 약세 전망이 힘을 잃으면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이 엔화 약세에 베팅한 순포지션은 6일까지 일주일간 6만2천계약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 일본 대지진 이후 주간 기준으로 가장 큰 엔화 강세 전망으로의 변동성이며, 1986년 이후 세 번째에 해당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달 31일 금융정책 결정 회의에서 연 0.0∼0.1% 정도였던 단기 정책금리를 0.25% 정도로 인상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추가 인상 여지를 시사하기도 했다.

일본 증시에서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1일 2.49%, 2일 5.81% 내렸고 미국의 실업률 상승에 따른 침체 우려까지 겹친 5일에는 12.40%나 급락했다. 3거래일간 시가총액은 1조1천억 달러(약 1천500조원) 줄어들었다.

이후 6일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10.23% 급등했고 7일에는 금융시장 환경이 불안정할 경우 금리 인상을 자제할 수 있다는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의 발언 이후 1.19% 상승 마감한 바 있다. 지난주 닛케이지수 주간 하락률은 2.46%였다.

코먼스자산운용의 데츠로 리는 "주요한 경제·금융위기 같지는 않다"면서 2∼3개월이면 시장이 완전히 회복할 것으로 봤고, 스미모토생명보험의 무라타 마사유키는 시장이 저평가 상태라면서 "'특가상품 사냥' 수준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와 유사한 일본판 '공포지수'인 닛케이 변동성 지수는 5일 한때 85에서 9일 45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장기 평균인 22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증시 변동이 기술적 수준일 뿐 경제는 괜찮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는 투자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장밋빛 전망이 사라진 만큼 시장이 악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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