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美 국빈방문…우크라·무역갈등에 동맹관계 시험대


마크롱, 美 국빈방문…우크라·무역갈등에 동맹관계 시험대

1일 바이든과 정상회담…종전 협상·IRA 전기차 보조금 등 난제 논의

"美 전략에 유럽 중요성 커지며 마크롱 역할도 확대"

미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마크롱 대통령 부부 [AP=연합뉴스]

미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마크롱 대통령 부부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외곽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미국 국빈방문을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진 마크롱 대통령의 국빈방문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무역갈등 등으로 양국 관계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국빈방문에 대해 "오래 됐으나 때로는 삐그덕거리는 양국 관계의 회복력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국익에 있어 유럽의 중요성이 다시 커진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러시아의 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미국과 서유럽은 자유·민주·인권이라는 오랜 정체성이 직접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와 영국의 계속된 총리 교체,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은퇴 등으로 유럽에서 역할이 커졌다.

NYT는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대륙 안보 측면에서 미국에 의존하기보다 자율성 중심의 새로운 안보 설계를 추구하면서 때때로 바이든 정부를 '성가시게' 했지만, 강력한 유럽이 필요할 때인 만큼 미국에는 대화의 최적임자라는 점을 짚었다.

찰스 쿱찬 조지타운대 국제관계 교수는 "미-유럽 관계가 미국 대외 전략의 중심부로 복귀한다는 상징적 중요성이 있다"며 "그 첫 신호를 받은 나라가 독일이나 영국이 아닌 프랑스라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백악관 앞에 미국과 프랑스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백악관 앞에 미국과 프랑스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로이터=연합뉴스]

AFP 통신은 예포 발사를 포함한 군 환영식, 국빈 만찬이 예정돼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진 2018년 첫 국빈방문 때보다 양국 우호관계를 세심하게 보여주는 일정이 짜여 있다고 전했다.

이번 방문은 미국이 프랑스의 뒤통수를 치고 호주에 핵 잠수함을 팔기로 하면서 갈등이 증폭된 후 14개월 만에 이뤄졌는데, 핵 잠수함을 둘러싼 갈등은 이제 사실상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으로 여겨진다고 AFP는 평가했다.

다만, 마크롱은 이번 국빈방문에서 대대적으로 알려야 할 중요한 불만사항이 있다고 AFP는 지적했다.

그중 가장 이목이 쏠리는 부분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로 불거진 갈등이다.

미국의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만 세액공제 방식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향후 미국 등에서 생산된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는 등 보조금에 추가 조건도 제시한다.

보조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한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이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7일 프랑스 3TV와 한 인터뷰에서 "중국은 자국 생산을 선호하고 미국은 자국 생산에 특권을 준다"라며 "유럽도 자국 생산을 선호해야 할 때일 수도 있다"라고 미국을 압박했다.

유럽은 또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미국의 가스 수출 가격에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유럽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실상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이에 대해 '잘못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양국 정상회담에서 핵심 의제다.

올해 6월 독일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귓속말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올해 6월 독일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귓속말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양국 모두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다만, 길어진 전쟁을 끝낼 수 있는 협상에 언제 돌입할 것인지 등이 껄끄러운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쟁이 전장이 아닌 협상장에서 끝나야 한다는 입장이고,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에게 승리를 안길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전쟁을 끝낼 시기는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 중국 전략도 중요한 의제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더 강경한 입장을 밀어붙이지만, EU 주요국들은 '중간 지대'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 큰 진전을 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AFP 통신은 전망했다.

중국 곳곳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이날 워싱턴에 도착한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 시위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논의할 것인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30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미국 항공우주국(NASA) 본부를 방문하고 12월 1일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등 워싱턴에서 바쁜 이틀을 보낸다.

다음 날인 12월 2일에는 옛 프랑스 도시인 뉴올리언스를 방문할 예정이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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