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아이칸, 맥도날드에 "돼지 처우 개선하라" 위임장 대결


억만장자 아이칸, 맥도날드에 "돼지 처우 개선하라" 위임장 대결

임신한 돼지 좁은 틀에 가둬 키우는 방식 철폐 요구

아이칸, 맥도날드 이사 후보 2명 추천…맥도날드 "비합리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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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미국의 억만장자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이 맥도날드에 돼지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라고 요구하며 이 회사와 위임장 대결을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아이칸은 맥도날드 이사회 멤버로 2명을 추천했다. 맥도날드는 이사회가 아이칸의 추천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맥도날드와 아이칸 간의 이슈는 맥도날드에 돼지고기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이른바 '임신기 상자'(gestation crate)를 사용하는 문제다. 새끼를 밴 돼지를 비좁은 철제 장에 한 마리씩 가두는 것을 말한다.


앞서 2012년 맥도날드는 이런 방식을 쓰는 생산업체로부터 돼지고기를 구매하는 것을 2022년까지 중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맥도날드의 조치는 동물 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와 접촉해온 아이칸의 은밀한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 당시 채식주의자이자 동물 보호론자인 아이칸의 딸 미셸 아이칸 네빈은 휴메인 소사이어티에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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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베를린에서 동물 보호 활동가가 비좁은 장에 갇힌 돼지 사진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10년이 지난 지금 아이칸과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맥도날드가 당시 약속을 다르게 해석하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성명에서 2012년 약속 이후 업계를 선도해왔다고 강조했다. 맥도날드는 임신 기간 비좁은 금속 틀에 갇히지 않은 돼지를 사용하는 비중이 60%이며 이 비율이 올해 말까지 85∼90%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맥도날드의 공급업체들은 암퇘지가 임신한 것이 확인된 뒤에야 돼지를 철제 장 밖으로 내보내는데 이는 임신기간 16주 가운데 4∼6주가 지났을 때다. 그러나 아이칸은 돼지를 가두는 틀을 완전히 금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미국에서 생산한 돼지고기의 1%를 구매한다. 맥도날드 제품 가운데 베이컨 치즈버거와 소시지 맥머핀, 맥립 샌드위치 등에 돼지고기가 들어간다.


맥도날드에 따르면 아이칸은 맥도날드 주식 약 200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5만달러(약 6천만원) 상당으로 매우 미미하다.


그러나 지난해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온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적은 지분으로도 엑손모빌 이사 3명을 교체하는 이변을 일으킨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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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이칸이 추천한 후보자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초점을 두는 투자자 레슬리 새뮤얼리치와 케이터링 업체 본아페티의 임원인 메이지 간즐러다.


맥도날드와 아이칸 양측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맥도날드 주주들은 올봄에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후보들에 투표하게 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현재 미국의 돼지고기 공급 상황을 고려하면 아이칸의 요구가 비합리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아이칸이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이칸은 육류 포장업체 비스케이스의 대주주지만, 이 업체에는 맥도날드가 2012년 한 약속과 비슷한 조치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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