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미국 경찰…무고한 노숙인 숲으로 끌고가 구타


무서운 미국 경찰…무고한 노숙인 숲으로 끌고가 구타

지난해 경찰 폭력 희생자 1천186명…10년 내 최대치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미국에서 경찰이 교통단속 중 흑인을 마구 때려 살해한 사건으로 공분이 높은 가운데, 이번엔 경찰이 아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노숙인을 외딴곳으로 끌고가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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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3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플로리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검찰은 하이얼리아 경찰서 소속 전직 경찰인 라파엘 오타노(27)와 로렌초 오필라(22)를 무장 납치 및 폭행 등 혐의로 기소했다. 오필라에게는 직권 남용 혐의도 적용됐다.

두 경찰은 지난달 17일 오후 5시께 하이얼리아에 있는 한 빵집에서 소란이 일어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이들은 당시 빵집에서 노숙인 호세 오르테가 구티에레스(50)를 발견했고, 그가 이렇다 할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음에도 그를 연행해 경찰차에 태웠다.

검찰은 "구티에레스는 위험한 면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라면서 그가 해당 빵집을 비롯한 일부 상점에 귀찮은 존재였을지언정, 범죄를 저지른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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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노숙인을 납치해 구타한 전직 경찰 로렌초 오필라(22)와 라파엘 오타노(27)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오타노와 오필라는 구티에레스에게 술에 취해 난동을 부렸다고 몰아붙이면서 그를 감옥으로 보낼 것처럼 협박한 뒤 그를 인근의 으슥한 숲으로 데려가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구타했다.

구티에레스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수갑이 채워진 채로 이들 경찰관에게 얻어맞고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고 진술했다.

그가 잠시 기절했다가 온몸에 피투성이가 된 채 깨어나자 두 경찰은 자취를 감춘 뒤였다.

구티에레스는 처음 사건이 시작된 빵집으로 홀로 되돌아갔고, 그곳에서 다른 경찰관에게 발견돼 도움을 받았다.

오타노와 오필라는 쿠티에레스를 숲으로 데려가 구타할 당시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고 보디캠도 켜지 않았으나, 이들이 몰았던 경찰차에 설치된 위치정보 시스템(GPS)이 범죄 사실을 드러내는 증거가 됐다.

두 경관은 하이얼리아 경찰서에서 해고됐으며 현재 구금돼 있다. 이들에게는 추후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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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타이어 니컬스가 살해된 테네시주 멤피스의 한 도로에 추모객들이 인형을 놓아둔 모습. 재판매 및 DB 금지.

검찰은 "이번 사건은 경찰의 권력 남용과 과도한 권력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미국에서는 경찰이 저지르는 폭력 행위가 고질적 사회 문제로 꼽힌다.

이달 7일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경찰이 귀가 중이던 흑인 남성 타이어 니컬스(29)를 난폭운전 혐의로 불러세운 뒤 집단 구타해 숨지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통계 기관 '경찰 폭력 지도'(MPV·Mapping Police Violence)는 지난해 미국 내 경찰 폭력으로 사망한 사람이 총 1천186명으로 집계됐다면서, 이는 10년 내 가장 높은 수치라고 30일 발표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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