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일리노이, 도서검열 도서관에 주정부 지원 않기로…전국 최초


美일리노이, 도서검열 도서관에 주정부 지원 않기로…전국 최초

학교·공립도서관이 성소수자·인종 관련 도서 제한하면 보조금 중단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일리노이주가 성소수자(LGBTQ) 문제, 논란 많은 인종이론 등을 다룬 책을 학교·공립도서관이 금지도서'(禁書)로 지정하거나 제거할 수 없도록 한 법을 제정했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CNN 등 미국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J.B.프리츠커(58·민주) 일리노이 주지사는 전날 시카고 도심의 해롤드 워싱턴 공립도서관 내 토머스 휴스 어린이 도서실에서 '금서 지정 금지법'에 서명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이어 금서 지정 금지법이 제정된 것은 일리노이주가 "미국 50개 주 가운데 처음"이라고 밝혔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이 자리에서 "금서는 검열을 뜻한다. 검열은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사상과 사실을 소외시킨다. 민주주의적이지 않다"며 "미국 역사를 자신들만의 이야기로 한정시키려는 백인 내셔널리즘의 치명적 변종이 일리노이주에 발 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1월 1일 발효 예정인 이 법은 학교 도서관을 포함한 공립 도서관이 주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도서관협회(ALA)의 도서관 권리장전(Library Bill of Righs)을 채택하거나 유사 서약을 하도록 하고 있다.

서약은 "당파적 입장이나 이념 때문에 또는 도서 창작에 기여한 사람들의 출신 배경과 견해 때문에 해당 도서를 금지하거나 제거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특히 젠더·인종 관련 도서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경우 주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일리노이 주 사서이기도 한 알렉시 지아눌리어스(47·민주) 총무처장관은 "모든 책이 모든 도서관에 다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이 법의 취지는 사서의 경험과 교육을 믿고 어떤 책이 도서관을 통해 보급되어야 하는 지를 결정하게끔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입법은 미국 전역의 학교와 공립도서관에 성소수자를 주제로 한 책과 비판적 인종이론 등을 다룬 책이 늘고 동시에 이에 대한 금서 지정 요구 및 퇴출 조치가 빈번해진 가운데 나왔다. 


ALA는 지난 3월 공립 도서관 소장 도서에 대한 검열 요구가 2022년 1천269건에 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1년 729건의 2배 수준이자 ALA가 20여 년 전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이래 최다 기록이었다.

검열 목록에 오른 책은 총 2천571권으로 2021년 1천858권 보다 38% 더 늘었다.

검열 요청이 가장 많았던 책 13권 모두 '성적 노골성'이 문제됐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LGBTQ 콘텐츠였다.

민주당 소속의 앤 스테이바-머리 일리노이 주하원의원은 "지역구 내 학교 이사회와 학부모들이 도서관의 특정 도서들에 대한 퇴출 압력을 높여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며 "어린이들에게 독서 가이드가 필요하고 일부 아이디어에 대해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사회 전체에 단일 표준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리노이 주의회의 소수당인 공화당은 이 법에 반대했다.

일리노이 주하원 소수당 원내대표 토니 맥콤비 의원은 "각 지자체와 각 학교·도서관이 보급 도서에 대한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도서관 선반에 배치할 책의 내용과 영향력을 신중히 고려해서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CNN방송은 '펜 아메리카'(PEN America)가 지난 4월 펴낸 보고서를 인용, "텍사스·플로리다·미주리·유타·사우스캐롤라이나 등 5개 주에서 금서 지정이 가장 활발히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인디애나·아이오와·미주리 등 일부 보수 성향의 주들은 금서를 배치한 도서관 사서를 형사 고발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증가하는 도서 검열·금서 지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 차원의 코디네이터를 곧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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