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아메리카나 옛말, 美지렛대 녹슬었나…이·우크라 마이웨이


팍스 아메리카나 옛말, 美지렛대 녹슬었나…이·우크라 마이웨이

네타냐후, '민간인 보호' 직접 권고도 묵살·'안보 책무' 발언 파장
우크라 총사령관 '교착' 진단에 푸틴·트럼프 쾌재 부를듯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국제 분쟁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빈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옛말이 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보와 무기를 받으면서도 미국의 권고에 공공연한 불협화음을 내는 이스라엘, 우크라이나의 태도가 미국의 현주소를 방증한다는 주장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기를 규정할 두 분쟁에서 자기 지렛대(영향력)의 한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두 분쟁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다.

NYT는 동시에 치러지고 있는 두 전쟁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체감하는 한계를 드러내는 극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가자지구 민간인 사상을 줄일 노력을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무시한 채 하마스의 기반을 해체한다며 가자지구 주택가 근처에 있는 표적들을 계속 폭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구 밀집지에 대한 폭격 문제에 개의치 않는 네타냐후 총리의 태도에 경악했다고 일부 그의 보좌진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가진 게 대형폭탄뿐이라며 살상력 높아 민간인 부수피해 우려가 큰 폭탄을 가자지구에 투하했다.

미국 정부는 허겁지겁 폭발력이 상대적으로 작고 정밀한 타격이 가능한 무기를 이스라엘에 지원하기로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주 방문해 인도주의적 교전중지를 권했을 때에도 요구를 즉각 거부했다.

그는 이날 미국 ABC방송 인터뷰에서는 전쟁 뒤 하마스가 제거된 가자지구에 무기한적 안보 책무를 갖겠다며 재점령으로 읽힐 수 있는 말을 꺼내기도 했다. 


이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CBS뉴스 인터뷰를 통해 밝힌 입장을 반박하는 행동이라는 평가를 낳았다.

이스라엘의 민간인 살상, 전쟁범죄 논란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기반인 진보진영의 지탄을 받는 처지에 몰렸다.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에서는 군부 1인자가 바이든 행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지난 1일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전쟁이 교착에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이나 서방국들에 '교착'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후폭풍 우려 탓에 입에 쉽게 올리지 못하는 금기어였다.

일단 교착이라는 말과 동시에 국제사회에 전쟁 피로감이 증폭돼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세력이 힘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장기전이 유리하다고 보고 우크라이나 침공전을 이어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그런 상황에 더 고무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교착 시인 때문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인 공화당의 집중 공세를 받을 위기에 몰렸다.

특히 재집권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막대한 혈세를 낭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무기와 정보 제공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국가의 전쟁 수행 방식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영향력이 예상보다 훨씬 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자 자유로운 독립국으로 남으려는 우크라이나의 최고 희망으로서 미국이 두 전쟁에 너무 크게 묶여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기 유산이 이들 국가의 행동 방식과 두 전쟁의 종식 방식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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